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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서평]<여기, 사람의 말이 있다>- 배제와 억압에 맞서는 목소리들

배문규 기자 2020.12.03 여기, 사람의 말이 있다 구정은, 이지선 지음 | 후마니타스 | 392쪽 | 1만8000원 “한 사람이 그렇게 큰 증오를 일으킬 수 있다면, 우리가 함께함으로써 얼마나 많은 사랑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상상해 보세요.”(노르웨이 노동당 청년동맹의 어느 소녀가 한 말) 는 잘 보이지 않는 세계를 만나고, 온전히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듣고 싶다는 바람에서 시작된 책이다. 책에는 알려진 혹은 조금은 낯선 24명의 화자가 등장한다. 이들을 하나의 범주로 묶기는 어렵다. 도처에서 배제와 억압, 전쟁과 빈곤, 그리고 혐오와 차별에 맞서 싸우는 이들이 책의 등장인물이다. 세계 곳곳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서 전쟁으로 찢긴 사회를 재건하기 위..

[한겨레 서평] <10년 후 세계사, 두 번째 미래>-내일 위해 오늘 무엇을 해야 하나

10년 뒤를 결정할 기술 변화와 인간, 그리고 정치 비관할 수밖에 없는 현재에서 ‘가느다란 낙관’ 찾기 10년 후 세계사 두 번째 미래: 우리가 결정해야 할 11가지 거대한 이슈 구정은·이지선 지음/추수밭·1만6000원 전대미문, 사상초유, 미증유…. 이뿐인가. 공전, 파천황, 희유, 희대, 전무후무…. 언론이 흔히 쓰는 말이다. 이제까지 들어본 적도, 있어 본 적도 없는,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니. 코로나19 대유행도 그렇게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역사를 부정하는 말이다. 당대 사건과 사물을 과장하고 부풀리는 데 이용된다. 전대미문에, 사상초유란 없다. 이미 예비되어온 일이다. 코로나19만 해도 그렇지 않나. 이밖에도 인간 역사에는 인류를 몰살 직전까지 몰아붙인 질병과 전쟁, 참사가 허다했다. 그렇다면..

[구정은의 '수상한 GPS'] 열파(heat wave)에 덮여가는 지구

캐나다와 미국에서 기록적인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현지 언론들이 북서태평양 열파(Western North America heat wave)라 부르는 현상이다. 예년 6월의 평균 기온을 11~19도 웃도는 기온에, 캐나다의 경우 6월 말까지 103곳에서 최고 기온 기록이 생겨났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까지 고온현상이 확장되고 있고, 더위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했다. 6월 29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라이튼 지역 최고기온은 49.6도. 캐나다 역사상 최고치다. 6월 27일 46.6도, 28일 47.9도에 이어 연일 최고치를 경신했다. 캐나다 최고기온일뿐 아니라 세계의 북위 45도 이상 지역에서 역사상 관측된 최고기온이라고 한다. 이 지역뿐 아니라 브리티시컬럼비아주 곳곳에서 낮 기온이 40도를 넘겼고 ..

인공지능(AI), 자율주행, 기계에 대한 책들

의 두번째 책을 내기 위해, 뭐 그런 목적이 아니더라도, 아무래도 알아둬야 할 것 같아서 사람 대신 일하는 것들에 대해 공부를 해보기로 한 것이 재작년. 그동안 읽은 책들을 정리해봅니다. 이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고 종사자도 아닌지라, 실무적이고 기술적인 내용이 담긴 책들은 읽지 않았고 개념 차원에서 뭐랄까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오래된 책들과 개론서들입니다. 리뷰는 역부족이고 스크랩이라도 좀 해놨으면 좋으련만 정리를 너무 안 해둬서 아쉽네요. 가장 먼저 꼽고 싶은 것은 맥스 테그마크의 . 재미있어요! 이해하기 쉽고, 정리도 잘 돼 있고.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이 책을 거의 제일 먼저 읽은 것 같습니다. 그러고 나서 이 책을 비롯해 여러 책에서 언급되는 것들을 찾아봤어요. '인공지능의 아버지'라는 수식어..

[구정은의 '수상한 GPS']이란 보수파 라이시 당선...핵협상은?

18일 실시된 이란 대선에서 에브라힘 라이시 사법부 수장이 당선됐다. 하산 로하니 현 대통령의 정책을 이을 중도-개혁파 후보는 참패했고 강경 보수파 라이시가 8월 대통령에 취임하게 됐다. 미국과의 핵협상이 재개된 상황에서, 국민들이 로하니 정부의 협상 기조에 반대해 보수강경파 후보를 택한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2019년 이란에서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연료보조금을 없앤 것이 계기가 됐지만 그 밑에는 경제사정이 깔려 있었다. 2015년 이란은 미국 등 6개국과 '포괄적 공동 행동계획(JCPOA)'라는 이름으로 핵합의를 했으나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면서 다시 제재에 들어갔고 그 결과 이란의 경제난이 더 심해졌다. 당연히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시민들이 많겠지만..

10년 후 세계사, 두번째 미래

미래는 닥치는 것이 아니라 다가가는 것이다 미래를 내다본다는 것이 얼마나 어이없는 욕심인지 알고 있다. 더군다나 매일 눈을 뜨면 새로운 소식, 놀라운 뉴스, 혹은 비극적인 사건이 눈과 귀로 날아드는 시대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변화의 방향을 어설프게나마 짐작해 보고 그 소용돌이 속에서 어떤 문제들이 불거질지, 어떤 기회가 찾아올지, 누가 이 흐름에서 밀려날 것인지, 그 아픔을 줄이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2015년 《10년 후 세계사》에서 코앞으로 닥친 변화들 몇 가지를 짚었다. 정규직이 없는 시대가 오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세계를 떠받치는 저임금 산업의 현실과 점점 커지는 격차 문제를 다뤘다. 달라지는 인구구조와 민주주의의 쟁점들, 무한경쟁 자본주의를 극복하기 ..

폴 콜리어, '자본주의의 미래'

폴 콜리어의 책은 나오는 족족 읽어둬야 한다. 국내에 번역된 책 5권 가운데 4권을 읽었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매우매우x500 재미가 있었다. 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냉정하게, 그러면서도 열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경제학자라니. 정치 세력으로서의 사회민주주의는 지금 실존적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 10년은 재앙의 연속이었다. 중도 좌파 쪽을 보자면, 버니 샌더스에게 상처를 입은 힐러리 클린턴이 도널드 트럼프에게 패했다. 토니 블레어와 고든 브라운이 이끌던 영국 노동당은 마르크스주의자들에게 당권을 장악당했다. 프랑스에서는 올랑드 대통령이 연임 가능한 두 번째 임기의 대선 출마를 포기했고, 그를 대신한 사회당의 대선 후보 브누아 아몽은 8퍼센트에 불과한 득표율로 완패했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

딸기네 책방 2021.06.21

[구정은의 '수상한 GPS']바이든과 푸틴, 노련한 두 사람의 만남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회담 내용은 예상대로였다. 바이든은 러시아 측의 잇단 미국 주요 시설 해킹 공격에 항의했다. 미국의 핵심 인프라 목록 16개를 러시아에 건네기도 했다. 이 시설들에 러시아가 사이버 공격을 가하면 보복을 불사할 것이며, 러시아의 송유관을 파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당연히 해킹과 러시아가 무슨 상관이냐고 일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 인권상황도 거론했다. 크렘린에 맞서온 인권운동가 겸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옥중에서 사망한다면 “러시아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나발니는 범죄자”라고 맞섰다. 하지만 2026년 종료되는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을 대체할 새로운 핵군..

광화문의 아랍 건축, 그리고 오만 이야기

서울 광화문, 한글길을 살짝 올라가면 한국에서 보기 드문 아랍풍 건물이 보입니다. 주한 오만대사관입니다. 아마 지나치는 분들 모두 한번씩 고개를 돌려 쳐다봤을 겁니다. 건물이 정말 이쁘거든요. 이국적인 모양새 때문에 '들어가서 구경하고 싶다'고 늘 생각했는데, 며칠 전 기회가 왔습니다! 이란 전문가인 구기연 박사님 덕분에 중앙일보 채인택 선배, 한겨레 조일준 기자와 함께 오만대사관을 방문했습니다(이분들과 친하게 지내면 즐거운 일이 좀 생깁니다 ㅎㅎ).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당연히 문. 아랍/이슬람 건축에서 가장 예쁜 것은, 아니 어느 곳의 건축을 찾아가도 가장 마음에 담기는 것이 제 경우에는 문이더라고요. 문을 열고 들어가면, 지하로 내려가 대사관 건물 안으로 들어갑니다. 실내도 이쁘죠? 넓지 않..

마이클 돕스, '1991'

3부작을 이제 다 읽었다! 1991 - 공산주의 붕괴와 소련 해체의 결정적 순간들 마이클 돕스. 허승철 옮김. 모던아카이브. 저자의 집필은 인데 나는 시대순으로 읽었다. 는 지겨웠다. 언젯적 이야기인가 싶기도 하고, 이렇게 상세하게 읽어야 하나 싶기도 하고. 는 어떤 면에서는 더 재미있기도 했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저 그랬다. 아무리 저자가 '그 해가 중요했다'고 강조한들, 1962년을 '전후 세계가 형성된 해'나 '냉전 체제가 무너진 해'와 비슷한 비중으로 평가할 수는 없잖아? 극적인 요소들을 집어넣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이렇게 상세하게 알 필요까지야2'가 되었다. 반면 은 셋 중에서 가장 재미있고, 셋 중에서가 아니더라도 그냥 재미있었다. 첫째, 이 또한 30년 전의 일이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비교적 ..

딸기네 책방 2021.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