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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은의 '수상한 GPS']우주로 간 사업가들

오늘의 소식은 우주여행. 세계 최고 부자인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우주를 향해 날아 올랐다. 베이조스가 세운 우주여행 회사 블루오리진(Blue Origin)의 준궤도 로켓 ‘뉴셰퍼드(New Shepard)’가 7월 20일 텍사스 사막에서 이륙했다. 1969년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이 달에 발을 디딘지 52년이 되는 날이었다. 우주선에는 동생인 마크 베이조스, 82세 여성 월리 펑크와 18세의 네덜란드 물리학도 올리버 대먼 등 총 4명이 탔다. 상공 80km 지점에서 로켓과 분리된 캡슐은 고도 106km까지 상승했다. 베이조스를 비롯한 탑승객 4명은 성층권에서 안전벨트를 풀고 약 3분 동안 무중력 상태를 경험했다. 그 뒤에 캡슐은 낙하산을 이용해 다시 지상으로 내려왔고, 로켓도 서부 텍사스 사막..

능력, 능력주의, 정의, 평등, 공정에 대한 책들

몇 달 전에 '능력'과 '능력주의'에 대한 짧은 원고 하나를 출판사에 넘겼습니다. 그 책을 쓰면서 그동안 읽었던 능력, 능력주의, 정의, 평등, 공정, 등등에 대한 책들을 쭉 다시 훑어봤습니다. 자기계발 분야의 구루라고 할 수 있는 야마구치 슈, 구스노키 켄의 (김윤경 옮김. 리더스북). 생각보다 재미있었습니다. 그래, 일을 잘 하는 게 중요해. 능력이 중요하지.... 오래 일하던 분야에서 직장을 그만두고 놀고 있는 저의 요즘 고민이기도 하거든요. 일단 좀 능력을 키워야겠구나, 그래야 이전과 다른 무언가를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회사 다닐 때 읽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도. 하지만 자기계발서 추천하려고 이 목록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니고요. ㅎㅎㅎ 요즘 이쪽..

[구정은의 '수상한 GPS']남아공 폭동, ANC의 짐이 된 주마

남아공에서 최근 대규모 소요 사태가 발생했다. 발단은 제이콥 주마 전 대통령이 체포된 것이었다. 주마의 고향인 콰줄루나탈주, 하우텅 주에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하우텅에는 행정수도인 프리토리아와 최대 경제도시인 요하네스버그가 있다. 시위는 곧 폭동으로 변질됐다. 쇼핑몰, 공장들이 약탈을 당했다. 현지 엘지(LG)전자 공장이 전소됐고, 삼성전자도 창고가 약탈당하는 등 피해를 보았다. 이 과정에서 15일까지 7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폭동은 남아공의 주요 무역항인 동쪽 항구도시 더반으로도 번졌다. 요하네스버그와 더반을 잇는 고속도로도 막혔다. 콰줄루나탈 주에는 12일부터 병력이 배치됐다. 남아공의 코로나19 상황은 심각하다. 누적 감염자가 224만명에 사망자도 6만5000명에 이른다. 그래서 최근 거..

크리스텐센, '번영의 역설'

번영의 역설 - 왜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 The Prosperity Paradox: How Innovation Can Lift Nations out of Poverty (2019년)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에포사 오조모, 캐런 딜론. 이경식 옮김. 부키 경영학자 겸 컨설턴트인 크리스텐슨과 제자, 편집자가 함께 쓴 책. 원조와 개발의 큰 몫을 시장이 가져가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구호가 아니라 '번영'의 싹이 틀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주제다.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 동네에서 '지배적인' 이야기도 아니다. 단순한 시장예찬, 시장만능론이 아니다.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혁신'을 주문처럼 외우면서 '번영하는 나라들은 혁신 덕에 잘 살게 됐다'고들 하지만 저자들은 '혁신'을 ..

딸기네 책방 2021.07.13

에이미 추아, '정치적 부족주의'

에이미 추아의 책은 에 이어 두 번째. 첫 책도 두께에 비해서는 밀도가 떨어졌고, 이번 책도 마찬가지다. 인종/민족/부족/젠더 등등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분열되는 양상을 모두 '정치적 부족주의'라는 말로 표현했는데, 무슨 말인지는 알겠지만 '분석보다 프레임'이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처음 읽을 때에는 꽤 흥미로웠는데 스크랩을 하려고 보니 빼곡히 베껴적어둘 내용은 아니라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고. 하지만 그런 분열은 세계적인 현상이고, 중요한 포인트들은 한국사회에도 통하는 것이어서 재미있었다.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집단 정체성은 ‘국가’가 아니라 인종, 지역, 종교, 분파, 부족에 기반을 둔 것들이다. 미국의 안보에 매우 큰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곳들에서도 그렇다. 그런데 미국은 이런 유의 집단..

딸기네 책방 2021.07.12

흑해에 꽂은 미국의 칼... 바이든식 '근육 자랑', 줄 서는 나라들

‘미 해군의 스위스 아미 나이프.’ 미군 구축함 로스(USS Ross)호가 6월 말 우크라이나 남서부 항구 오데사에서 출항해 흑해에서 군사훈련을 벌였다. 이지스 방공시스템을 탑재한 알레이버크급 순항미사일 구축함 로스호는 1997년 취역해 지중해와 아드리아해, 발트해 등에서 활동해온 전함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 로스호를 방문해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우호관계를 치하했다. 존 D 존 함장은 CBS방송 인터뷰에서 로스호를 소개하면서 적들의 군함과 전투기와 잠수함들까지 막아낼 수 있는 ‘스위스 아미 나이프’라고 표현했다. 흑해에서 러시아를 찌르는 맥가이버칼이라는 얘기다. 이 배는 흑해에서 진행 중인 합동군사훈련 ‘시브리즈(SeaBreeze) 2021’의 기함 역할을..

[구정은의 '수상한 GPS']유로 2020과 유럽의 정치적 풍경

7일 저녁(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유로(UEFA 유럽 축구 선수권대회) 2020 4강전에서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이 덴마크를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하루 전 결승 진출을 확정지은 이탈리아와 11일 저녁 맞붙게 된다. 영국은 축구 종가를 자부하며,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이 오가는 프로축구 리그로 유명하다. 하지만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이 그동안 월드컵과 유로에서 거둔 성적은 종주국의 명성처럼 화려하지는 않았다. 월드컵의 경우 자국에서 열린 1966년 대회에서 한 차례 우승한 것 말고는 결승에 올라간 적이 없다. 유로에서는 1960년 첫 대회가 시작된 이래 한번도 우승하지 못했고 4강이 최고 성적이었다. 두 메이저 대회에 결승에 진출하게 된 것은 무려 55년만이다. 7일 경기 ..

[추천사] <10년 후 세계사 두 번째 미래> 직접 만드는 게 답

10년 후 미래를 바꾼다는 것 ‘질병X disease X’에 대비하라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경고는 2018년에 나왔다. 지카, 에볼라, 사스에 준비 없이 당한 인류가 미래의 유행병에 맞서려면 연구개발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질병X’,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우리는 또 속수무책이었다. 어제의 교훈은 오늘을 바꾸지 못했다. 그렇다면 내일은? 코로나27, 코로나39에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을까? 급변하는 미래를 예측하려 애쓰는 대신 우리의 의지로 10년 후를 만들 수 있을까? 2015년에 출간된 《10년 후 세계사》는 ‘미래의 역사가 우리에게 달려 있다’고 했다. 당시 그 책을 읽고 “시대를 관통하는 글로벌 이슈를 횡으로 종으로 그려냈다”는 감상을 남기기도 했다. 우리가 만들 미래 점점 나빠지는 세상,..

[책 소개] 여기, 사람의 말이 있다

[출판사 책소개] “한 사람이 그렇게 큰 증오를 일으킬 수 있다면, 우리가 함께함으로써 얼마나 많은 사랑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상상해 보세요.” 배제와 억압, 전쟁과 빈곤의 세계에 서서, 인간과 비인간, 지구의 공존을 꿈꾼 사람들의 24가지 말들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서 전쟁으로 찢긴 사회를 재건하기 위해 나선 여성, 양차 세계대전이라는 질곡과 몸의 장애를 끌어안으며 전쟁에 반대하는 파업을 하자고 호소한 사회주의자, 명분 없는 전쟁을 막기 위해 무기를 파괴하는 활동을 조직한 가톨릭 사제가 있다. 지금은 ‘내전’과 ‘난민’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시리아를 오랫동안 좀먹은 독재 정권과 억압적인 질서의 실상을 자신이 쓴 시들로 폭로한 망명 시인이 있고, 여섯 자녀 중 다섯을 ‘애버리지니 보호위원회’에 도둑맞은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