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가이드 속 Sok과 함께 반떼아이스레이 투어, 앙코르 와트를 중심으로 한 스몰 서킷보다 좀 크게 도는 그랜드 서킷 투어를 했다.
거의 비슷하게 생겼고 지어진 시기도 비슷한 Eastern Mebon Temple.
제일 먼저 간 것은 프레룹 사원. 그다음에, 지금은 말라붙은 이스탄 바라이 즉 동쪽 인공호수 가운데에 있는 이스턴 메본. 이어서 불교 사원인 따솜을 들렀다.
앙코르 패스 3일권을 샀는데 하루만 보고 버리기 아까우니 투어를 한번 더 하자 하는 생각으로 신청.
코스는 쁘레룹, 이스턴 메본, 따솜, 네악 뻬안, 반떼아이스레이, 쁘레아칸.
의외로 너무 좋았다. 무엇보다 날씨가 좋았다. 너무 덥지 않았고 적당히 흐렸고 오후에는 살짝 해가 비치다가 이내 비가 오면서 날이 선선해지고 사원들 분위기는 점점 더 좋아졌다.
이어지는 코스는 네악뻬안. 쁘레아칸 사원과 이어져 있는 큰 인공호수 안의 작은 인공호수, 겹겹이 둘러 있는 인공호수 속의 구조물이랄까.
그리고 나서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반테아이스레이에 갔는데 예전에 와봤던 곳이지만 너무너무 예뻤다. 붉은 사암의 아주 정교한 부조.
Sok은 며칠 전의 가이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유적에 대해 설명을 많이 해줬고 힌두 신화와 라마야나 등등에 대해서 재미나게 얘기를 해줘서 정말 좋았다.
캄보디아의 정치 상황에 대해서도 살짝 물어봤다. Sok은 폴 포트와 크메르 루주 시절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말하지 않고 화제를 프랑스로 슬그머니 끌고 갔다. 프랑스에 대해서는 딱히 악감정이 없다고 했다.
지난번 가이드도 그랬고, 프랑스보다는 베트남에 대한 반감이 훨씬 더 큰 것처럼 보였다.
Sok의 설명으로는 프랑스 식민통치 시절에 베트남이 일종의 대리 통치를 하면서 수작을 부려 캄보디아 남부 땅을 많이 빼앗아 갔다는 건데. 그 베트남이 죽기살기로 싸우지 않았더라면 프랑스를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몰아내지 못 했을거라는 사실에 대해 캄보디아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ㅎㅎ
폴 포트 정권 시절의 암흑의 역사로부터 정치적으로 자유로운 훈센, 하지만 1998년에 집권을 했으니 벌써 25년이 되어간다. 그 전에 20대 시절 베트남 ‘괴뢰 정부’의 총리를 지낸 것까지 치면 더 길고. 아무튼 집권한 이래로 훈센 정부는 베트남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사실 캄보디아로선 경제 발전에서 훨씬 더 속도를 내고 있는 베트남과 함께 가는 것이 불가피하다. 국민들 사이에 반 베트남 정서가 강하긴 하지만, 정부의 친 베트남 기조에 대해서는 국민들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측면이 많다고.
훈센 정부가 가장 잘한 일은 학교를 전국에 지은 거라고 했다. “왜 빨리 나가서 돈 벌지 않고 학교에 다니냐“던 자기 부모님도 지금은 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돈이 들어오는 걸 안다고 했다.
장기집권 훈센 정부의 부패를 다들 알지만, 이미 집권한 지 오래됐기 때문에 먹을 만큼 먹었지 않느냐. 그런데 집권자가 바뀌면 처음부터 해먹으려고 할 거기 때문에 부패가 더욱 심해질 거라는 논리 아닌 논리를 내세웠다. 말하자면 구관이 명관이라는 것인데. 훈센 정부가 반민주적이긴 하지만, 훈센 뒤에 있는 베트남이 캄보디아의 민주주의를 바라지 않는다면서 또 베트남 탓을 한다. 어찌됐든 훈센 정부에 국민들이 들고 일어날 만큼의 대과가 없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고.
문제는 ‘그 다음은 누가 할 것인가’다. “이미 늙어서 한 번 더 하고 나면 죽지 않겠어요?”라고 Sok은 말했지만 훈센은 1952년생, 아직 70살에 불과하다. 가이드님은 훈센의 아들이 아마도 권력을 물려받을 것이라고 했다. 큰아들과 둘째 아들은 군대를 잡고 있고 세째 아들은 정치인이다.
개발 단계에서 캄보디아가 뒤쳐져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지금 분위기로는 베트남 노선을 따라가려고 많이 애를 쓰는 것 같다.
마지막 코스인 쁘레아칸에 도착한 순간부터 우둑우둑 비가 내렸다. 그래서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내일도 흐리거나 비가 올 것 같으면 바욘 사원에 한번 더 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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