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은 1979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 냉전의 한 축이던 거대 국가의 침략은 아시아 내륙의 척박한 나라를 괴뢰정권과 군벌과 마약조직이 판치는 나라로 만들었다. 기나긴 베트남 전쟁으로 호된 맛을 봤던 미국은 아프간이 ‘소련의 베트남’이 될 것이라 생각했고, 진창에 빠진 소련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기 위해 이슬람 무장전투원들을 길렀다. 4년 전 사살된 오사마 빈라덴의 알카에다가 그렇게 해서 생겨났다. 알카에다와 연계돼 있던 탈레반은 소련에 맞서 싸우면서 조직을 키웠고 아프간 전역을 장악했다. 탈레반은 태생부터 소련의 적이었지 미국의 적은 아니었다. 여성을 억압하고 인류의 유산인 바미얀 석불을 부수고 미국의 수배를 받는 빈라덴을 숨겨줬지만, 공식적으로 ‘미국의 적’이 된 것은 9·11 테러가 일어난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