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지역에 대한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데, 읽는 이들, 특히 나름 그 지역에 대해 잘 아는 분들의 반응이 ‘지역별로’ 다르다. 아주 가볍게, 주관적으로 정리해보면~~
1. 내가 가장 많이 다녀본 곳은 아프리카인데 그 동네는 사실 말 덧붙이고 알은체 하는 분들이 많지는 않다. 거기 다녀온 분들이나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들은 그 동네 이야기가 나오면 엄청 반가워한다. 그리고 조심조심 추억을 꺼내며 이야기한다. 반대로, 뭣도 모르는 분들과 이 지역 얘기할 때 가장 화가 나기도 한다. 단적으로, 정부 돈 받아 이 지역 관련 뭐뭐 만들어놓고 세금 까먹으면서 인종차별적이고 무식한 소리 할 때...
2. 중동은 전문가들이 워낙 많다. 아마도 국내 지역 전문가들을 줄 세워놓거나 관련 서적을 줄지어 늘어놓으면 중동-아랍-이슬람 관련이 가장 많지 않을까 싶다. 여기저기 강연이나 세미나도 많고, 영화제니 뭐니 문화행사도 많고. 9.11 이후 15년 지나다보니 이쪽은 그래도 지역학이라 할만한 것이 튼튼해졌지 싶다.
이 지역 말씀하시는 분들은 명실상부 전문가들이다. 그래서 함부로 그 동네 얘기 이러쿵저러쿵 하기도 조심스럽지만, 또한 동시에 다들 많이 겸손하시다. 극소수 빼고는. 전문가급 논평가들도 많은데, 주로 이 지역 얘기하시는 분들은 ‘정보 공유’ 차원에서 도움되는 대화들을 많이 나누는 것 같다. 중동 지역 특성상, 미국 패권전략이나 에너지전략 등 ‘두루두루’ 알아야 한다는 것도 영향이 있는 듯.
3. 유럽이나 미국 쪽에 대해 말 걸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잘난척이 배어 있다. 나 유럽 좀 알아, 나 미국 좀 알아, 나 미국 박사야 하는 게 자기도 모르게 배어있는 듯. 자기가 아는 내용이 빠져 있으면 ‘그것도 모르냐’ 하고 트집 잡는 건 90% 이 동네 얘기일 경우(나머지 10%는 중동에 대해 쪼끔 아는 분들;;). 특히 '유럽 좌파' 연구한다는 사람들이나 자기가 진보적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의 '니가 몰라서 그런데'는 진짜 짱이다. 정작 ‘전문가’는 없다. 이 지역 자문받으려면 전문가 찾기가 진짜 힘들다.
4. 러시아와 동유럽은 서방권이지만 또 다르다. 음... 사실 동유럽 전문가는 거의 없긴 하지만... 이 동네 아시는 분들에게서는 뭐랄까 ‘소외감’ 혹은 마이너리티 정서가 느껴진다고나 할까. ‘어차피 변두리’ 이런 느낌? 동유럽에 대해 글 올리다 보면 코멘트 해주시는 분들도 있고 메일 보내주시는 교수님도 간혹 있으신데 다들 느무느무 겸손 & 조심스럽다. 소외된 이 동네, 얘기라도 해주는게 어디야, 하는 생각들을 하고 계신 듯 ㅎㅎ
5. 일본 전문가들은 ‘오로지 일본’. 거기서 아주 조금 나아가면 미국에 대해 걸치는 정도? 세상엔 많고 많은 나라가 있는데, 오직 일본만 보고 일본 얘기만 한다. 아무래도 가깝다 보니 생활의 디테일에 대한 감각은 일본 전문가들이 가장 뛰어난데, 한국도 일본도 세계 190여개국 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시야에서 지우는 경향들이 좀 있다. 지나친 한일 비교 풍토와 서로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듯.
6. 중국 이야기하시는 분들과 말하다보면... 중국은 세계의 중심이라는 중화주의가 뼈에 박힌 분들이 ‘과거엔’ 좀 많았다. 그래서 중국 얘기하는 분들 만나면 속으로 좀 짜증 나기도 했다. 미국 숭상하듯 이젠 상대 바꾸어 중국 숭상하는 듯한 그런 분위기. 하지만 요샌 중국에 대한 시각들이 진화해가고 있어서 그런지(혹은 중국에 대해 쫌 아는 분들이 너무 많아져서 그런 건지도) 많이 ‘객관화’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7. 아시아 지역 전문가는 1국1인 수준으로 적다.............. 필리핀 전문가 어디 없으신가효
8. 중남미 전문가-실질적으로 가장 많이 도움이 되는 분들 ㅎㅎ 또 한 가지는, 이 동네가 워낙 세계 '진보의 실험장'처럼 되어온 시간이 오래되다 보니 새로운 흐름이나 발상이나 진보적 의제에 강한 분들이 많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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