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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 글]해질녁 소양강에서 허점분 교수님을 그리워하다.

해질녁 소양강에서 허점분 교수님을 그리워하다 이학원: 강원대학교 명예교수 허점분 은사님은 가난한 제자를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신 잊을 수 없는 나의 영원한 은사님이시다. 은사님 곁을 떠나 43년의 교직생활을 하는 동안, 은사님에게서 받은 사랑을 내 제자들에게도 전해주려고 무진 애를 써보았지만, 은사님의 크신 사랑에 비하면鳥足之血 이었다. 70십대 중반 나이에 들어선 지금까지도 모교 학창시절에 베풀어 주셨던 그 크신 사랑을 못 잊어 은사님이 무척 그립다. 우리 대부분은 유치원부터 대학원 교육과정을 거치는 동안, 수많은 선생님과 만남의 인연을 맺고 헤어진다. 부모님을 운명적으로 만나듯, 선생님도 운명적으로 만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석사·박사 과정의 능력 있는 학생들은 교수님을 선택하여 진학하는..

알파고의 '뇌'...이세돌은 이런 상대와 싸웠다!

이세돌과 '싸운' 알파고. 알파고는 2014년 구글이 인수한 딥마인드가 개발한 프로그램이다. 서울에서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리인'이 바둑을 두는 사이, 지구상 어딘가에서는 알파고의 뇌가 가동되고 있다. 알파고의 뇌가 어디에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1200개의 CPU'라는 말로 설명되긴 하던데, 그렇게만 들어서는 통 감이 오지 않는다. 알파고 자체는 아니지만, AI의 뇌, 정확히 말하면 AI의 신경들이 날마다 무언가 배우고 자라는 곳을 살짝 들여다볼 수는 있다. 2012년 구글은 이례적으로 몇몇 데이터센터의 내부를 찍은 사진들을 올렸다. 영화 에서나 봤을 법한 광경은 이미 현실이 되어 그곳에 있었다. 어쩐지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멋지기까지 한 구글의 뇌 속 풍경들. 미국 아이오와주 카운슬블러프스에 ..

프랑스 최고 훈장 레지옹 도뇌르 거부한 소피 마르소  

프랑스 배우 소피 마르소(49)가 프랑스 최고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수상을 거부했다. 12일(현지시간) 르피가로 등에 따르면 마르소는 최근 프랑스 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에게 이 훈장을 수여한 데에 항의하며 훈장 받기를 거절했다. 마르소는 자신의 트위터에 “지난해에만 154명을 처형한 사우디의 왕세자에게 레지옹 도뇌르가 수여됐다. 이것이 내가 레지옹 도뇌르를 거부한 이유”라고 밝혔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배우인 마르소는 여러 사회 현안에 목소리를 내고 환경운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2014년에는 올랑드의 비밀연애 스캔들이 터졌을 때에는 대통령을 향해 “비열한 겁쟁이”라는 독설을 퍼부었다. 사우디 국영통신 SPA는 지난 6일 내무장관인 무함마드 빈 나예프 왕세자가 프랑스를 방문해 ‘테러와 극단주의에 맞..

알파고와 딥러닝, 로봇이 심부름을 하게 되는 날  

“하루하루 회사 일과 집안일에 치이는 워킹맘인 나는 집에 새로운 가사도우미를 들이기로 결정했다. 이름은 ‘디피’. 휴머노이드라 불리는 ‘인간형 로봇’이다. 비록 아직 얼굴은 몬스터같고 감정표현 따위에는 서툴며 주인인 나의 감정을 잘 이해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나를 대신해 건너편 슈퍼마켓에 가서 파프리카와 대파와 마늘을 사오고, 부엌의 식탁 의자 등받이와 마룻바닥과 이불 위에 흘려둔 구겨진 옷가지를 정리해 옷장에 넣을 줄 안다. 집에 택배로 물건이 배달돼 오면 방문자를 확인해 물건을 받아 쌓아두고, 전화가 오면 받아서 메모해 놓는다. 아침에 바삐 집에서 나가면서 내가 메모지에 써두고 간 잔심부름을 해내기도 한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바둑대결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인공지능(AI)이 어디까지 발전할 것인..

[구정은의 세계]트럼프는 이기고 샌더스는 못 이기는 이유

8일자 미국 뉴욕타임스에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이런 글을 썼다. “오직 트럼프만이 트럼프에게 트럼프(승리)할 수 있다”고. 프리드먼의 말을 빌면 트럼프는 ‘걸어다니는 정치학 교과서’다. 무엇보다 그는 사람들의 머리가 아닌 내장(內臟)에 호소한다. “내장 단계(gut level)에서 한 지도자가 사람들과 연결됐을 때 사람들은 이렇게 반응한다. ‘디테일을 가지고 성가시게 굴지 마. 나는 내 본능을 믿어’라고.” 그렇기 때문에 공화당 대선후보가 되겠다고 나선 다른 후보들이 말하는 디테일들이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먹혀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재미 저널리스트 안희경 선생도 비슷한 분석을 했다. 그는 트럼프를 ‘전두엽을 마비시키는 지도자’라고 불렀다. “충동적 행동을 조절하고 이성적인 사고를 관장하는 전두엽을 ..

강윤중, '카메라, 편견을 부탁해'

"나는 가난하지 않아 가난한 이의 한숨을 모르고, 이성애자라 동성애자의 고통을 모르고, 늙지 않아 나이 든 어르신의 외로움을 모른다. 죽음을 부르는 병에 걸린 적이 없어 죽음을 앞둔 이의 두려움을 모르고, 남의 땅에서 일해 보지 못해 이주노동자의 절망을 모른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나는 '안다' 또는 '이해한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무지와 편견으로 무장한 채 누군가의 삶에 대해 참 쉽게 말하며 살아온 것이다." 정말 좋아하는 강윤중의 책 (서해문집). 나는 사진기자 강윤중의 사진을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잘 모른다. 그의 글은 더더욱 모른다. 믿음직한 후배이고 책도 잘 썼겠거니 싶어서 오며가며 읽으려고 샀다. 그런데 좁아터진 뇌로 오며가며 읽다 보니 어느 새 석달이 지났다. '글머리에'라는 이름으로..

딸기네 책방 2016.03.06

알파고와 이세돌, '기계와의 경쟁'

이세돌이 바둑기계 '알파고'와 대전을 한다. 가리 카스파로프가 컴퓨터와 체스를 둘 때만 해도, 아시아 언론들은 "체스는 몰라도 바둑은 기계가 둘 수 없다"고들 했다. 그러면서 체스와 바둑의 '수준'이 다르다며 난 데 없이 아시아 문화의 우월성(?)을 주장했다. 그 근시안적인 문화우월주의는 이제 완전히 무색해졌다. 중요한 것은 체스냐 바둑이냐는 아닐 것이다. 인간은 기계에게 따라잡힐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2014년 10월 미국 블룸버그 통신에는 독일 자동차회사 아우디가 베를린 서쪽 오셔슬레벤에서 새로 개발한 자동차의 주행 실험을 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 실험이 눈길을 끈 것은, RS7이라 이름 붙여진 이 새 자동차가 운전자 없이 달리는 ‘무인 차량’이었기 때문이다. 이 자동차는 시속 305킬로미..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대런 애쓰모글루, 제임스 로빈슨

대런 애쓰모글루, 제임스 로빈슨. 최완규 옮김, 시공사. 처음에 제목만 보고서, ‘시장 대 국가(정부)’라고 할 때의 그 국가를 말하는 줄 알았다. 실제 내용은 시장지상주의를 외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그 반대다. 시장의 중요성을 잊지 않지만, 그런 경제학적 틀에서 벗어나 ‘왜 어떤 나라는 실패했고 어떤 나라는 성공했는가’를 촘촘히 분석해 들어간다. 분석 틀 자체가 촘촘하다기보다는, 큰 틀에서 개별 사례들을 꼼꼼히 살피는 식이어서 읽는 재미도 적지 않았다. 애쓰모글루는 미 MIT 경제학교수이고 로빈슨은 하버드대 정치학교수다. 책은 두 저자의 면모에서 보이듯 ‘정치가 경제를 만났을 때’를 담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왜 어떤 정치는 어떤 역사를 거쳐 이런 경제를..

딸기네 책방 2016.03.03

[뉴스 깊이보기]정책 없고, 리더십 없고, 내분까지... 미 공화당 주류가 몰락한 이유  

미국 시사잡지 슬레이트는 지난 1월 “공화당은 ‘실패한 국가’이며 도널드 트럼프는 그 국가의 군벌”이라고 비꼬았다. 아웃사이더 트럼프가 열풍을 일으킨 사이 공화당 주류는 그를 끌어안지도, 그렇다고 몰아내지도 못하며 우왕좌왕하는 것을 가리킨 말이었다. 1일(현지시간)의 ‘슈퍼 화요일’ 공화당 경선은 트럼프의 완승이었다. 비주류 티파티의 얼굴 격인 테드 크루즈도, 주류 보수파의 남은 희망이던 마르코 루비오도 도저히 트럼프의 적수는 되지 못했다. 대선 본선에서 트럼프와 겨뤄야 하는 것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이겠지만, 그 못지않게 ‘충격과 공포’ 속에 흔들리는 것은 공화당이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대선후보가 된다면 미국의 정치 시스템의 한 축인 ‘제도로서의 공화당’은 기로에 설 것이며 “1960년대 민권운동..

[아침을 열며]국회의원 사용법

필리버스터는 참신했다. 그 자체가 어떤 이들에게는 시빗거리였지만 많은 이들에게 ‘축제’처럼 다가왔다. 서방이 ‘민주주의가 미흡한 나라’라고 몰아붙이는 이란의 언론들조차 한국의 필리버스터 사실을 전했을 정도로 외국 언론에서도 뉴스거리가 됐다. 사실 필리버스터는 의회 정치의 오래된 수단 중 하나이며, 기나긴 연설뿐 아니라 여러 방식이 동원돼 왔다. 프랑스에서는 야당이 13만건에 이르는 개정안을 내 법안 심사를 늦춘 적도 있다. 하지만 늘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시간을 끈다 해서 법안을 마냥 무산시킬 수는 없다. 미국 민주당 대선주자로 나서 붐을 일으킨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2010년 미 의회에서는 근 20년만에 8시간 반 필리버스터를 하면서 감세 연장법안에 맞섰으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듬해 초 결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