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소로스의 경고가 현실이 되고 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국민투표 결과가 ‘탈퇴’ 쪽으로 판가름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패닉을 맞았다. 국내에서는 증시 폭락으로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하룻새 47조원이 증발했다. 영국 파운드화는 31년만에 최저로 떨어졌으며 일본 니케이지수도 급락했다.
24일 하루 동안 코스피는 시가총액 상위 200개 종목 중에서 194개에 파란불이 켜질 정도로 큰 충격파를 맞았다. 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은 1천21조2810억원으로 전날과 비교해 37조5270억원이 줄어들었다. 코스닥까지 합하면 하루 동안 47조4390억원이 날아간 셈이다. 이날 코스피200 종목 중 하락하지 않은 것은 SK하이닉스(0.16%), 오리온(0.11%), 유한양행(0.17%), 한전KPS(0.32%), 만도(0.00%), 한일시멘트(0.24%) 6개 종목에 불과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셀트리온(-4.21%)을 비롯해 시가총액 상위 100개 중 97개 종목이 떨어졌다. 코스닥시장에는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30원 가까이 올랐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종가는 달러당 1,179.9원으로 전날보다 29.7원 올랐다. 시장이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것으로 예측하지 않고 있던 상황이어서 투표 결과에 따른 충격이 컸다.
전 세계 금융시장은 동반 패닉 양상을 보이고 있다. 파운드화는 1985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장중 10% 이상 폭락해 환율이 1.33달러까지 치솟았다. 환율 변동폭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어난 2008년 8월의 6.52%를 깨고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유로화도 급락했다. 유로화 환율은 유로당 1.0913달러까지 내려가 사실상 달러와 ‘패리티(등가)’ 수준에 가까워졌다. 하루만에 유로화 환율이 4% 가까이 폭락한 것은 처음이다.
안전자산인 금과 엔화로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엔화는 가치가 급등해 한때 달러당 100엔선이 잠시 무너졌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필요한 수단을 취하겠다”고 발표한 뒤에야 달러당 102원대로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원화를 포함한 신흥국 통화는 달러화 대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거의 8% 폭락한 14.925.02에 마감했고, 홍콩 항셍지수는 오후 3시 3분 기준 4.64% 하락한 19,901.85에,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79% 빠진 2,869.09에 거래되고 있다. 대만 가권지수는 2.30% 떨어진 8,476.99로 마감했다. 유럽 증시도 폭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 언론들은 영국의 FTSE 100 지수와 독일 DAX, 프랑스 CAC 40지수가 6∼7.5% 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값은 온스당 1300달러 대로 치솟은 반면,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은 일제히 내렸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8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5% 넘게 떨어진 47달러대로 내려갔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브렌트유도 6%대 추락했다.
앞서 미국의 헤지펀드 투자가 조지 소로스는 영국이 EU에서 탈퇴할 경우 “블랙 프라이데이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그것이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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