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혁명 때 처형된 루이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는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으면 되지”라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실제로 그런 말을 했다는 증거는 없으며, 후대에 지어진 이야기일 것이라고 학자들은 지적한다. 이 말의 진위야 어쨌든, 굶주린 백성들은 나몰라라 한 채 사치를 누리다가 단두대에 오르게됐던 것만은 분명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송로버섯·캐비어 오찬’을 놓고 논란이 많다. 소셜미디어에는 마리 앙투아네트에 빗대는 글들까지 올라온다. 빵이 없어 굶는 사람들이 많았던 시절에 마리 앙투아네트는 실제로 어떤 음식을 먹었을까.
▶[여적]송로버섯, 너는 누구냐
카렌 휠러라는 미국 작가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식단: 케이크를 먹고도 살을 뺐다>라는 책에서 식단을 들여다본 적 있다. 책에 따르면 마리 앙투아네트는 아침 식사로는 커피나 핫초콜릿을 곁들인 페이스트리를 많이 먹었다.
만찬 메뉴는 몹시 화려하다. 굴과 바닷가재 따위를 애피타이저로 먹고 가리비와 오리고기, 연어를 즐겼다. 푸아그라(거위 간)를 빵에 발라 먹거나 토끼 스튜를 메인 메뉴로 먹곤 했다. 달디 단 과자들과 캬라멜을 입힌 과일, 와퍼 등을 디저트로 먹었다. 끼니 때가 아니어도 수시로 군것질을 했다. 치즈, 마카로니, 크림을 넣어 익힌 채소 따위였다.
그러면서도 허리 사이즈 23인치(약 58cm)를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생활뿐 아니라 마리 앙투아네트는 옷차림도 화려했다. <여왕의 패션: 마리 앙투아네트는 혁명 때 무엇을 입었나>의 저자 캐롤린 웨버에 따르면 마리 앙투아네트는 당시 프랑스 궁정에서 유행하던 고래 뼈로 만든 코르셋으로 몸통을 죄지 않아도 드레스를 입을 수 있을 정도로 날씬했다.
중세 이래로 프랑스의 궁정 만찬은 화려하기로 유명했다. 베르사유궁 공식 홈페이지 소개에 따르면 왕실의 만찬에는 두 종류가 있었다. ‘큰 만찬’은 국왕 가족들이 모두 모여 즐기는 것이었고, ‘작은 만찬’은 보통 국왕 혼자 먹는 저녁식사를 뜻했다. ‘앙시앵 레짐(구체제)’의 끝물인 루이16세 때가 되면 ‘큰 만찬’은 일주일에 한번, 일요일에 차리는 것으로 줄었다.
만찬은 늦게 시작됐다. 보통 밤 10시에 왕이나 왕비의 방에 식탁이 차려졌다. 왕은 테이블 맨 끝에 있는 접이식 이동 의자에 앉았다. 왕이 식사할 때 곁에 앉을 수 있는 것은 왕비 뿐이었으며 나머지 사람들은 같은 방 안에 있더라도 왕 뒤에 서 있어야 했다.
수프와 애피타이저가 먼저 나오고, 구운 고기와 샐러드가 따라나왔다. 그리고 디저트와 과일이 뒤를 이었다. 식기들도 화려했다. 요리가 바뀔 때마다 금 그릇과 은 그릇, 혹은 주홍색 은도금 그릇으로 식기도 바뀌었다. 왕이 식사하는 동안 음식이 식지 않고 오래도록 온기를 유지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식사시간은 대체로 1시간 정도면 끝났다.
루이16세는 다소 의례적인 성격을 띠는 만찬 대신에 ‘사적인 식사’를 즐기기도 했다. 마리 앙투아네트와 함께 지인들 40명 정도를 모아 식사하는 일도 많았다. 이 때에는 화려한 금 접시와 당시 최고의 기술로 제작한 도자기들을 썼다.
현대의 국빈만찬은 어떨까. 2014년 2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부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에게 백악관에서 식사 대접을 했다. 당시 백악관이 공개한 식사 메뉴는 캐비어로 시작해 오바마의 고향인 하와이식 디저트로 끝난다.
샐러드는 래디시와 당근, 레터스 등 흔히 볼 수 있는 채소에 적포도주식초 소스를 곁들여 만들었고 메인 요리는 립아이(꽃등심) 스테이크에 블루치즈와 느타리버섯 등을 곁들였다. 백악관은 ‘두 나라의 역사와 우정’을 기념하기 위해 양측이 신경을 썼다고 했다. 백악관 셰프 크리스 코머포드와 백악관 ‘페이스트리 셰프’ 윌리엄 요제스가 이 만찬 메뉴를 만드는 데에 관여했다고 한다.
2014년 2월 프랑스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만찬 메뉴. _백악관 홈페이지
올랑드와 오바마의 만찬은 캐비어 정도를 빼면 값비싼 재료들만으로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최근 ‘지나치게 성대한 만찬’이 문제가 됐던 곳은 영국이었다. 2015년 10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영국을 국빈방문했다. 영국 왕실 3대가 다 나와 시 주석을 맞았다. 중국에게 잘 보이기 위해, 과거 중국 황제 앞에서 사절들이 했던 것처럼 머리를 조아리는 고두(叩頭)를 했다는 영국 내 비판이 적지 않았다.
▶만한전석에서 ‘두 번 식사’ 해프닝까지, 세계의 국빈만찬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이 때 시 주석을 위해 준비한 버킹엄궁 국빈 만찬에는 스코틀랜드 밸모럴에서 나온 사슴고기 요리와 영국산 와인이 나왔다. 사슴고기에는 그 비싸다는 송로버섯 소스를 얹었다. 그 외에도 넙치와 바닷가재 무스, 삶은 양배추, 감자, 셀러리, 초콜릿, 망고, 라임 등이 식탁에 올랐고 영국산, 포르투갈산, 프랑스산, 남아프리카공화국산 와인들이 차례로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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