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엄마, 아빠, 그리고...‘세 사람 DNA’ 물려받은 세계 최초의 아기 탄생

딸기21 2016. 9. 28. 17:34

‘세 사람의 DNA’를 물려받은 아기가 탄생했다. 요르단인 부모가, 미국 의료진에게, 멕시코에서 시술을 받아 5개월 전 낳은 사내 아기 ‘하산’이 세계 최초의 ‘세 부모 아기’가 됐다고 과학전문매체 뉴사이언티스트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자식이 유전질환을 물려받을까 걱정하는 부모들에게는 ‘혁명적인’ 소식인 반면, 일각에서는 유전자를 ‘조작’해 ‘맞춤아기’를 탄생시키는 길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 우려한다.

 

하산의 엄마는 ‘리(Leigh) 증후군’이라는 신경장애를 일으키는 변이 유전자를 갖고 있었다. 엄마는 건강했지만 이 유전자가 아이에게서 발현되면서 부부는 두 자녀를 잇달아 잃었다. 이 유전질환은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이상 때문에 일어나며, 신생아 4만명 중 한 명꼴로 발견된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안에서 에너지를 공급하는 물질로 모계로만 유전된다. 여성 4000명 중 1명꼴로 미토콘드리아 결함을 안고 있다.


미국 새희망생식센터의 존 장 박사가 ‘세 사람의 DNA’를 물려받아 태어난 아기를 안고 있다. _ 새희망생식센터

 

결혼 생활 20년 동안 네 차례 유산을 하고 두 아이를 잃은 부부는 미국 뉴욕에 있는 새희망생식센터의 존 장 박사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장 박사팀은 엄마의 난자에서 유전정보가 들어 있는 핵을 빼냈다. 또 다른 여성에게서 미토콘드리아 이상이 없는 난자를 제공받아 핵을 추출한 뒤, 그 자리에 엄마의 난자에서 나온 핵을 넣었다. 이렇게 조합된 난자를 아빠의 정자와 체외수정시켰다. 아이는 부모의 유전자를 물려받지만,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만큼은 난자를 기증한 여성에게서 물려받는다.

 

세 사람의 유전자를 결합하는 체외수정을 허용한 나라는 세계에서 영국뿐이다. 영국에서는 지난해 2월 논란 속에 이런 시술이 합법화됐다. 영국에서는 엄마의 난자와 기증자의 난자를 모두 아빠의 정자와 인공수정시킨 뒤 수정란 상태에서 핵 이식을 한다. 무슬림인 하산의 부모는 불가피하게 수정란의 일부를 폐기해야 하는 영국식 시술을 원치 않았다. 장 박사팀은 이 때문에 난자의 핵을 이식해 수정시키는 방법을 썼다. 미국에서는 금지돼 있기 때문에 장 박사팀은 명시적 규정이 없는 멕시코로 건너가 시술을 했다. 이렇게 만든 수정란 5개 중 1개만 성공적으로 엄마의 자궁에 착상돼 하산이 태어났다.

 


하산이 물려받은 유전자 중 기증자의 것은 전체 유전자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하지만 함의는 크다. 이번 연구에 관여하지 않은 영국 킹스칼리지의 더스코 일리치 박사는 뉴사이언티스트에 “이것은 혁명”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미토콘드리아 DNA 변이는 심장질환, 파킨슨병, 헌팅턴병을 비롯해 여러 유전질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술을 한 장 박사는 “생명을 살리는 것이야말로 윤리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장차 생길지 모를 유전적 결함을 수정란 단계에서 미리 제거한다는 것은 엄청난 윤리적 이슈가 될 수 있다. 이런 시술에 반대하는 이들은 “유전자를 기준으로 아기를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 경고한다. 또 하나의 논란거리는 안전성이다. 세 사람의 유전자를 지닌 아기 연구는 이미 1990년대부터 진행됐다. 그러나 몇몇 아기가 유전적 이상을 안고 태어나면서 ‘태아를 시험대상으로 삼는 것’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영국 뉴캐슬대 앨리슨 머독 교수는 BBC에 “이런 시술은 안전성을 고려해 매우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