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노벨 물리학상, 사울레스 등 영국 학자 3명

딸기21 2016. 10. 4.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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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미국으로 간 과학자 한스 베테는 코넬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핵의 합성 과정을 연구했고, 천체물리학과 양자전기역학, 고체역학 등 물리학의 여러 분야를 망라하며 학문적 업적을 쌓았고 1967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러나 그가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핵물리학 연구였다. 베테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을 개발하기 위한 미국의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해 로스앨러모스 연구소의 이론분과장을 맡았다. 

 
베테의 연구는 1945년 일본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 ‘팻맨’의 개발로 이어졌지만, 그의 뒤를 이은 코넬대의 제자 데이비드 사울레스(82)의 연구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 길을 열었다. 위상학이라는 수학적 도구를 이용해 물질의 초전도성, 초유체성 같은 것들을 탐구한 사울레스의 업적은 ‘꿈의 컴퓨터’로 기대를 모으는 양자컴퓨터 개발 등의 발판이 됐다. 4일(현지시간)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올해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사울레스를 비롯해 영국 태생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과학자 3명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사울레스는 캠브리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미국으로 건너가 워싱턴대학 교수로 재임 중이며, 나머지 수상자 2명은 프린스턴대의 던컨 홀데인 교수(65), 브라운대 마이클 코스털리츠 교수(74)다. 사울레스는 스코틀랜드 베어드슨, 홀데인은 런던, 코스털리츠는 애버딘 태생이다. 


왕립과학원은 이들이 “위상적 상전이(相轉移)와 물질의 위상적 상(topological phases of matter)을 이론적으로 발견한 공”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사울레스 등은 1970년대에 초전도체나 초유체(超流體) 같은 물질에서 볼 수 있는 특수한 물리현상이 왜 일어나는지 명확하지 않았던 때에 위상학이라는 개념을 이용해 이 현상들을 설명할 이론적인 토대를 마련했다. 위상학은 원자를 둘러싼 극히 한정적인 공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수학적으로 설명하는 개념이다. 초전도는체는 전기저항이 0인 물체, 초유체는 점성이 0인 물체를 말한다.

 

물질은 매우 얇은 2차원 상태로 만들면 양자역학의 법칙에 따라 특이한 성질을 나타낸다. 그런 것들 중 하나가 사울레스에게 명성을 안겨준 ‘양자홀(Quantum Hall) 효과’다. 전기를 통하게 만든 매우 얇은 물질을 두 반도체 사이에 끼운 뒤 자기장을 연속적으로 강하게 하면 전기의 전도성은 2배, 3배, 정수 배로 뛰어오른다. 또한 일반적으로 전기저항은 부드러운 곡선으로 나타나지만, 평면 상태의 물질을 극저온으로 식히면 계단 모양으로 나타난다. 상전이, 즉 위상이 바뀌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사울레스는 1973년 코스털리츠와 함께 발표한 논문에서 초전도성 혹은 초유체성이 극저온에서 일어나고 고온에서는 사라진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2차원 평면에서는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 없을 것이라는 당시의 통념은 뒤집혔다. 2차원에서 일어나는 이런 상전이에는 두 학자의 이름을 따 ‘코스털리츠-사울레스(KT) 상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홀데인은 전도성이 정수 배로 증가한다는 걸 밝혀냈으며, 1차원에 가까운 끈 형태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남을 보여줬다.

 

위상학을 이용하면 물질의 특성을 인위적으로 바꿀 수 있다. 전기가 통하게 할 수도, 통하지 않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컴퓨터에 정보를 저장하려면 엄청난 전기가 필요하다. 위상학 연구를 통해 저장장치의 전력 소모를 크게 줄이는 방법이 나올 수도 있다. 왕립과학원이 “이들의 연구결과는 물리학의 새로운 영역을 열었으며 차세대 전자공학의 발전과 초전도체, 양자컴퓨터 등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물론 실제로 응용되기까지는 길게는 수십년까지 걸릴 수 있다. 홀데인은 노벨상 수상자로 발표된 뒤 “연구는 매우 오래전에 이뤄졌지만 그것의 적용은 아직 초기단계”라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커다란 발견들이 그렇듯이, 새로운 걸 발견하겠다는 목적을 세우고 연구를 하는 게 아니라 ‘흥미로운 게 있네’라고 생각하면서 연구하다 보면 행운이 오는 것”이라면서 “나는 영국인이고 좀 침착한 편이라서 기절하지는 않았다”는 농담도 잊지 않았다.

 

노벨상 상금 800만크로네(약 11억원)의 절반은 사울레스가, 나머지 절반은 홀데인과 코스털리츠가 나눠 갖는다. 코스털리츠는 오는 11월 고등과학원에서 열리는 심포지엄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다. 시상식은 12월10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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