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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충격]‘처칠의 꿈’ 70년만에...유럽을 등진 영국

딸기21 2016. 6. 24.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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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선택이 세계를 흔들었다. 유럽연합(EU)은 출범 43년 만에 처음으로 회원국 탈퇴에 직면해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기성정치에 반대하는 흐름과 신고립주의가 지역공동체 탈퇴라는 극적인 형태로 나타난 것으로, 영국은 물론 세계의 정치·경제 질서가 격변의 시대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 결과가 24일 발표되면서 영국은 물론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전날 실시된 국민투표 개표 결과, 유권자들은 예상을 웃도는 큰 표차로 탈퇴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 집계 결과 탈퇴를 선택한 사람은 1741만명(51.9%), 잔류를 지지한 사람은 1614만명(48.1%)이었다. 당초 초박빙의 승부가 예상됐으나 실제로는 4%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났다. 투표율은 72.2%로 높았다. 


24일 영국 런던 시내의 신문 가판대에 “우리는 나간다”라고 쓰인 이브닝스탠더드가 놓여 있다. 신문 1면에는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 뒤 다우닝가 총리 관저를 나서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부부의 사진이 실렸다. 런던_AFP연합뉴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개표 결과가 발표되고 2시간여 만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캐머런은 집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나라를 이끌 선장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10월 전당대회 때 사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탈퇴 진영은 환호했다. 대표적인 극우파 정치인인 영국독립당(UKIP)의 나이젤 파라지 대표는 “6월23일은 영국 독립의 날”이라고 주장했다.

 

세계 5위 경제대국인 영국이 EU에서 떨어져나가게 되자 세계 금융시장은 패닉을 맞았다. “블랙 프라이데이가 올 것”이라던 미국 헤지펀드 투자가 조지 소로스의 말은 현실이 됐다. 파운드화는 1985년 이후 31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으며 유로화는 3%포인트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를 비롯해 각국 증시는 급락했다. 회복되는 듯했던 세계 경제는 ‘제2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걱정할 판국이다.

 

‘유럽합중국’을 만들자는 것은 영국의 윈스턴 처칠 총리가 1946년 내놓은 구상이었다. 그러나 처칠의 후예들은 70년이 지나 정반대의 길을 택했고, 유럽은 20세기 후반부터 쌓아올린 통합과 개방이라는 이상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EU 28개국 중 한 나라의 이탈이지만 파장은 너무나 크다. EU라는 브랜드 자체가 흔들렸다. 공동체의 한 축이 빠짐으로써 공백이 생겨나게 됐을 뿐 아니라 국경을 넘어선 이동의 자유와 유럽이 내세워온 포용이라는 가치가 모두 도전에 부딪혔다.

 

브렉시트는 국제 무대에서 영국의 위상을 약화시킬 것이 분명하며, 미국에도 큰 고민을 던져줬다.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축으로 한 집단안보체제에서 유럽국들의 역할과 비용 부담을 늘리기 위해 애써왔는데, 최대 동반자인 영국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영국은 나토의 강력한 동맹으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나토는 EU와의 협력 틀을 통해 움직인다는 점에서 타격을 피할 수 없다. 미 백악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곧 캐머런 총리와 대화를 할 것”이라며 일단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EU 지도부는 긴박하게 움직였다. 장-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과 도날드 투스크 상임의장은 독일·프랑스 정상 등과 잇달아 접촉했고, 유럽의회는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그러나 브렉시트 쇼크는 이미 갈라질 대로 갈라진 유럽에 마지막 일격을 날린 것일 뿐이어서, 갈등과 균열을 해소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유럽을 들쑤신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위기는 가까스로 봉합됐으나 영국의 결정을 계기로 유럽 곳곳에서 ‘이탈 도미노’가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가디언은 유럽 전역의 극우파들이 브렉시트에 환호했다고 보도했다. 네덜란드 극우파는 ‘네덜란드의 EU 국민투표’를 주장했고, 내년 프랑스 대선에서 결선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극우파 민족전선(FN) 마린 르펜 대표도 영국 투표 결과를 반겼다. 유럽 정치에서 극우파가 득세할 최대 호기를 맞은 셈이다.

 

영국은 내부 분열이 더욱 극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영국이 “존립 위협을 맞고 있다”고 썼다. 잔류를 원했던 스코틀랜드는 2014년 부결된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다시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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