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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 평화상은 세계 최장기 내전 끝낸 콜롬비아의 마누엘 산토스에게

딸기21 2016. 10. 7.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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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노벨 평화상은 52년에 걸친 내전을 종식시킨 콜롬비아 평화협정을 이끈 후안 마누엘 산토스 대통령(65)이 수상하게 됐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7일 오슬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토스 대통령을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카시 쿨만 피베 위원장은 “산토스는 굳건한 노력으로 22만명이 넘는 이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600만명을 피난민으로 만든 이 나라의 50여년 내전을 종식시켰다”고 설명했다.

콜롬비아의 후안 마누엘 산토스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시간) 알바로 우리베 전 대통령 등 좌파 반군과의 평화협정에 반대해온 야당 정치인들과 만난 뒤 보고타의 대통령궁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보고타 _ AP


2006년부터 2009년까지 국방장관을 지내고 2010년 대통령에 취임한 산토스는 집권 기간 내내 무장조직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과의 내전을 끝내기 위해 애썼고, 지난 8월 평화협정에 합의했다. 이후 정부군과 FARC 모두 무력 충돌을 끝냈으며, 지난달 26일 마침내 평화협정에 서명했다.

정작 협정은 2일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다. 반군들을 정치에 참여시키기로 한 협정 내용에 대해 국민들이 반발하고, 그동안 반군이 저질러온 인권 침해에 면죄부가 주어져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컸던 것이다. 하지만 노벨위원회는 협정이 부결된 것과 상관 없이, ‘세계 최장기 내전’인 FARC와의 충돌을 끝내기 위해 집요하게 협상을 추구한 산토스의 노력을 높이 샀다.

산토스는 미군의 지원을 등에 업고 고강도 ‘전쟁’을 벌였던 전임자 알바로 우리베의 노선과 선을 긋고 집권 초부터 FARC와의 대화에 나섰으며, 6개월간의 물밑접촉 끝에 2012년 11월 쿠바 아바나에서 평화협상의 물꼬를 다시 텄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중재 속에 FARC 지도자인 로드리고 론도뇨와 함께 결국 내전을 끝냈다. FARC는 당초 콜롬비아공산당(PCC)과 연계된 무장조직이었고 대지주와 자본가로부터 농민, 빈민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앞세웠으나 1993년 공산당과 결별한 후 이념이나 명분보다 마약갱 조직으로 변질됐다는 비난을 받았다.

FARC는 비공식 세금을 걷기도 했다. 몸값을 벌기 위한 ‘납치 사업’도 악명 높았다. 정부군은 반군 소탕작전을 빌미로 민간인을 살해하기 일쑤였고, 정부 편에 선 우익 민병대는 납치·고문·학살을 자행했다.

이번에 노벨위원회가 론도뇨를 공동수상자로 선정하는 대신 평화상을 산토스에게만 단독 수여하기로 한 것은 반군이 저질러온 인권침해에 대한 비판과 콜롬비아 내의 여론을 의식한 것일 수 있다. 또 협정안 자체가 부결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는 “협정안을 놓고 논란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산토스는 콜롬비아 유권자들에게 이견과 우려를 국민투표라는 형식으로 제시할 제도적인 기회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국민투표 결과는 산토스가 바란 것은 아니었고 콜롬비아의 미래를 매우 불확실하게 만들었다”면서 향후 내전이 다시 재개될 위험이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노벨위원회는 “그렇기 때문에 산토스와 론도뇨가 이끄는 양측이 휴전을 지켜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또한 노벨위원회는 “유권자 다수가 평화협정에 ‘노(no)’라고 했다고 해서 평화 과정이 죽었다는 뜻은 아니다”라면서 국민투표가 평화 자체에 대한 반대를 드러낸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또 “노벨위원회는 산토스가 평화과정을 진전시키기 위해 모든 정당이 참여하는 국민적인 대화를 이끌려 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했다.

콜롬비아 국민투표에서 드러난 주된 이슈는 과거의 범죄를 놓고 어떻게 ‘정의’와 ‘화해’를 모두 도출해낼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노벨위원회는 “둘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특히나 어려운 도전”이라면서 “희생자 가족들이 잔학행위에 대해 증언하고 분쟁의 양 진영이 박해자들에게 맞서기로 한 것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올해 평화상을 산토스에게 줌으로써, 노벨위원회는 “콜롬비아에서 평화와 화해, 정의를 추구하는 모두를 격려하고 싶다”고 했다. 협정안은 부결됐으나 평화 과정이 계속 진행될 것이니만큼, 협상 노력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지로도 들린다.


2000년 이후 노벨평화상 수상자


2016년: 후안 마누엘 산토스(콜롬비아)

2015년: 튀니지 국민4자대화기구

2014년: 말랄라 유사프자이(파키스탄), 카일라시 사티아르티(인도)

2013년: 화학무기금지조약기구(OPCW)

2012년: 유럽연합(EU)

2011년: 엘런 존슨-설리프·리머 보위(라이베리아), 타우왁쿨 카르만(예멘)

2010년: 류샤오보(중국)

2009년: 버락 오바마(미국)

2008년: 마르티 아티사리(핀란드) 

2007년: 유엔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 앨 고어(미국) 

2006년: 그라민은행, 무하마드 유누스(방글라데시)

2005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모하마드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 

2004년: 왕가리 마타이(케냐)

2003년: 시린 에바디(이란)

2002년: 지미 카터(미국)

2001년: 유엔, 코피 아난 사무총장

2000년: 김대중(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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