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벨라위의 아이들. 나집 마흐푸즈. 이두선 옮김. 하서. 소설을 멀리 하게 된 것이 좀 오래된 일이다. 재작년 한차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사 모으면서 다시 한번 소설의 세계로 빠져봐야지 했었지만 이게 또 쉽지 않은 일이어서, 몇 권 읽으며 감동했다가는 정신적 부담에 지레 눌려 포기했다. 소설을 멀리 하게 된 것은 내가 순전히 지식축적용으로, 지극히 목적지향적으로 책을 읽게 된 시기와 일치한다고도 볼 수 있는데 결국 난 소설이 주는 그 무게감이 겁이 났던 것 같다. 소설은 픽션이지만 어떤 넌픽션보다도 심각한 무게감을 준다. 차라리 현실의 일들, 내 것이 아니라고 맘편히 여길 수 있는 일들을 보는 게 낫지, 인간의 보편성을 건드리는 소설들은 너무 무섭단 말이다. ‘게벨라위의 아이들’은 처음 읽어본 이집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