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푸들은 떨고 있다

딸기21 2006. 11. 10.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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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울고 웃는 것은 미국 정치인들만이 아니다.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의 `푸들'로까지 불리며 미국 편에 섰던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나 존 하워드 호주 총리는 각기 자국내 반대여론에 밀려 좌불안석이 됐다. 공화당 정부와 경제적, 기술적 협력을 약속했던 인도와 일본도 워싱턴의 분위기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라크 주둔군 어찌하나' 좌불안석 영국·호주


발등의 불이 떨어진 것은 블레어 영국 총리 측.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중간선거 공화당 참패로 블레어 총리도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고 9일 보도했다. 블레어 총리는 유럽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왕따' 당하는 일까지 감수하면서 미국 부시행정부의 외교노선을 추종해왔다. 이번 미국 선거에서 최대 쟁점이 이라크전 문제였듯 영국 정계에서도 최대 화두는 이라크전이다.

좌파 노동당에서의 탈피를 주장하며 미국 공화당과 발맞춰온 블레어총리의 노선 때문에 최근 노동당 지지율은 바닥을 기고 있다. 블레어 총리는 노동당 내에서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 등에게 총리 자리를 넘겨주라는 거센 압력을 받고 있다. 반면 정권교체를 선언하고 나선 보수당은 연일 총리를 맹공하고 있다.





총리실은 "미국 민주당이 승리했다 해서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에서 조기철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외교정책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라크 공격을 결정하는 과정과 이후 전후 처리에서 영국 정부·군의 역할 등을 둘러싸고 의회가 조사를 벌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영국 정가에도 `워싱턴발(發) 후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보고 있다. 블레어 총리는 최근 시리아와 독자적으로 대화를 추진하는 등 뒤늦게 워싱턴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국내 비판여론을 무릅쓰고 이라크에 파병한 호주도 비슷한 상황. 하워드 총리는 이날 이라크전 지지 입장을 재확인하고 "전략 변화는 없다"고 못 박았다. 하워드총리는 이라크에 2000명을 파병했으며 지금도 1300명 가량이 주둔하고 있다. 미국 내 분위기 변화로 호주에서도 철군 여론이 높아질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AFP통신은 내다봤다.

노무현은 어케 할까? 우린 이라크에 3000명 넘게 두고 있으면서, 미국과 함께 ‘철수 일정조차 정하지 않고 있는’ 딱 하나 동무 나라다. 이런 때야말로 이라크 주둔군 철수 운동을 벌여야 하는 것 아닐까.


눈치 보는 인도와 일본


인도의 만모한 싱 총리는 작년 7월 워싱턴을 방문, 부시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전격적인 `핵 기술 협력'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미 의회는 핵무기비확산조약(NPT)에 가입하지 않은채 핵무기를 개발한 인도에 면죄부를 주는데 강력 반발했지만 부시대통령은 인도와의 핵 협정을 추진하기로 결정해버렸다. 인도는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에서 협정안이 통과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인도 영자지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인도 정부는 미 의회의 협정안 처리가 내년으로 넘어가지 않고 이달중 열리는 현 의회 회기에서 끝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협정안은 지난해 하원에서 통과됐지만 상원은 표결을 미뤄왔다.

일본도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 퇴진 이후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일본은 미 공화당 정부와 이라크 정책, 대북정책 등에서 행보를 같이 해왔다. 특히 주일미군 재편은 가장 시급한 사안. 문제는 주일미군 재편을 럼즈펠드 장관이 주도적으로 추진했다는 것이다.
교도(共同)통신은 럼즈펠드 장관이 물러나면서 주일미군 재편도 차질을 빚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들은 외무성 소식통들을 인용, 정부가 항공자위대 이라크 파병을 연장하지 않고 철군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네오콘 종말' 세계는 환영


그러나 몇몇 나라 정부와 정치인을 제외하고, 국제사회 반응은 미 중간선거 결과를 `당연한 것'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어제 호주인 영어선생님한테 ‘민주당이 이겼다’고 했더니 “와우! 해냈구나!” 하면서 환호성을 질렀다. 우리 영어학원 선생님들이 다국적이라서 ‘국제여론’의 리트머스 시험지 같다. CNN이며 AFP 등등 모두 ‘세계가 럼즈펠드 퇴진 환영’ 등등의 뉴스를 내보냈다.)


이라크전에 반대해왔던 이탈리아의 로마노 프로디 총리는 "앞으로는 워싱턴과 좀더 대화가 잘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미 공화당 정부의 `변화'를 기대하는 논평을 내놨다. 벨기에의 안드레 플라하우트 국방장관도 "럼즈펠드 장관 퇴진을 환영한다"며 미국 측 정책 변화를 주문했다. (한 나라의 장관이 다른 나라 장관 경질을 ‘환영한다’ 할 정도면 보통 일은 아니다. 두 사람은 전에 싸웠다고 한다... 럼즈펠드 옹고집 때문에...)

콘스탄틴 코사체프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은 "럼즈펠드 장관이 경질된 것은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아랍국들의 공식 논평은 나오지 않았으나 중동 언론들은 선거결과를 크게 반겼다. 요르단 반(半)관영 언론 요르단타임스는 "불행했던 시대가 끝났다"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