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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골렌 루아얄, 프랑스 대통령 될까

딸기21 2006. 11. 17.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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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아얄의 기적'은 이루어질 것인가."(인디펜던트)

"영국에는 마거릿 대처가, 독일에는 앙겔라 메르켈이 있다. 이번엔 프랑스 차례가 올까."(BBC)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이끄는 프랑스 우파 연립여당의 인기가 추락한 가운데, 수권정당으로 다시 부상한 제1야당 사회당의 대선 후보 경선투표가 16일 실시된다. 내년 4월 실시될 대선 후보를 가리는 이 투표에 유럽은 물론, 세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스폿라이트를 한몸에 받고 있는 것은 여성 후보 세골렌 루아얄(53). 여성정치인이 맥을 못 췄던 프랑스 정가에서 이례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루아얄이 당당히 여성 국가지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인지가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고 외신들이 15일 일제히 보도했다.


사회당 경선, 화두는 `여성'

22만여 당원의 의사를 묻는 16일 당내 경선은 고지를 향한 루아얄의 첫번째 전장이 될 전망. 일반인 상대 여론조사에서는 루아얄이 60% 가까운 지지를 얻으며 로랑 파비우스(60) 전 총리, 도미니크 스트로스-칸(57) 전 재무장관 등 당내 경쟁자들을 앞서고 있다. 15일 저녁 프랑스 서부 낭트에서 열린 루아얄의 마지막 당원 상대 연설에는 수만 명의 군중이 모여 인기를 실감케 했다고 AFP통신 등은 전했다. 그러나 사회당원들이 일반인들보다 훨씬 `좌파적'이라는 점에서, 실제 당원투표에서는 조금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루아얄이 승리를 거둘 것은 거의 확실시되고 있지만 과반 득표에 실패할 경우 23일 2위 득표자와 결선투표를 치러야 한다.

프랑스는 사회적, 문화적으로 자유분방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치 분야에서는 유독 보수성을 보여 여성 정치인들이 기를 펴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사회당 내에서는 물론, 각 정당을 망라한 정치인들의 인기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루아얄이 우파를 대표하는 내무장관 니콜라스 사르코지와 함께 수위를 달리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루아얄의 인기몰이는 올 들어 더욱 기세를 올리고 있다.

이번 당내 경선 캠페인에서는 루아얄을 흠집내기 위한 성차별적 발언들과 그에 대한 루아얄의 공격, 상대측의 해명과 맞비난 등이 이어졌다. 파비우스 후보가 네 아이의 엄마인 루아얄을 가리켜 "(대선에 출마하면) 아이는 누가 보냐"고 했다가 집중포화를 맞은데 이어, 스트로스-칸 후보는 "외교보다는 집에서 요리책을 보는 편이 나을 것"이라는 말을 했다가 비난받았다. 루아얄은 사회당 제1서기 프랑수아 올랑드(52)와 25년째 동거하면서 네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다. 뒤에 두 후보는 발언이 왜곡됐다고 주장했지만, `페미니즘-마초(남성우월주의자)' 논란이 정가를 달궜다.


`세고 열풍'과 거품 논란


애칭 세고로 불리는 루아얄은 사회당의 근엄한 좌파정치인들과 전혀 다른 신선하고 파격적인 모습, 좌-우 구분이 모호한 정책제안 등으로 인기를 얻었다. 우파 정부의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과 좌파의 반발 사이에서 `민첩한 고용시장'이라는 색다른 개념을 내놓은 것은 대표적인 예. 기성 정치인들이 내세웠던 `프랑스적 가치'나 `프랑스의 위상'같은 거창한 이야기 대신 참여민주주의와 좌우의 균형을 주장하면서 `시민의 말에 귀기울이는 정치인'의 이미지를 쌓았다. 그가 지사를 맡고 있는 푸아투 샤랑테주(州)에서 루아얄의 지지도는 거의 절대적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의 인기는 이미지메이킹에 힘입은 것일 뿐 `전국 무대'에서 평가받은 적이 없다는 지적도 많다. 한 언론은 `신비한 마드무아젤(아가씨)'이라고 루아얄을 표현했다. 프랑스 언론들은 연일 루아얄 기사를 싣지만 루아얄의 하이힐 패션과 비키니 사진 따위를 선정적으로 다루는데 주로 집중하고 있다. 여성정치인의 외모에 치중하는 언론의 문제도 있지만 루아얄이 구체적인 정책보다 항상 원론적인 `민주주의' 입장만을 되풀이한 탓이 크다는 것.

당내 라이벌들은 루아얄이 경제문제나 유럽 통합과 확대, 외교 등 이슈에서 핵심적인 내용을 전하지 못하고 있으며 경선 캠페인 중에도 수차례 말을 바꿨다고 공격하고 있다. 리베라시옹은 "파비우스는 전형적인 사회주의자이고 스트로스-칸은 현대적인 사민주의자"라면서 "루아얄은 감각있고 과감한 정치인이지만 이슈에 대응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국제감각이 없다"고 평가했다.


경선 그 이후

경선 고지를 넘으면 내년 대선에서는 사르코지 내무장관과 맞붙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자크 시라크(74) 대통령이 계속 3선 출마 의사를 흘리고 있으나 나이가 많고 인기가 떨어져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사르코지 장관은 외국인 노동자들과 무슬림에 대한 프랑스 백인 주민들의 반발을 이용, 극우 강경정책을 펼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말 파리 소요 때 보여준 외국인 차별적 발언들은 유권자들을 사르코지 지지층과 반대파로 양분시켰다.

반면 루아얄은 명확한 한쪽 노선을 택하지 않아 지지층이 어떻게 바뀔지 단언하기 힘든 상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카메라의 사랑을 받는 예비후보 루아얄이 프랑스인들에게 `예쁜 사회주의자' 이상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던졌다.

사르코지 장관과 루아얄이 맞붙었을 때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힘들다. 최근 르몽드 여론조사 결과 루아얄-사르코지 대결이 이뤄질 경우 박빙 승부가 벌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사르코지 장관은 이번 사회당 경선을 앞두고 언론들의 질문에 "루아얄은 훌륭한 정치인"이라며 "그와 멋진 정치토론을 벌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입장만을 밝혔다.


■ 세골렌 루아얄 프로필

1953년 세네갈 다카에서 출생

1980년 파리 국립행정학교(ENA) 졸업

1980∼1994년 파리 행정법원 판사

1982∼1988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특별보좌관

1992∼1993년 환경장관

1995∼1997년 사회당 공공정책 담당관

1997∼2000년 교육·연구·기술장관

2000∼2002년 고용·연대장관 겸 아동·가족장관

2006년 사회당 대선 후보경선 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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