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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대장정'의 흔적을 찾아

지난달 중국 서부 충칭 교외. 백발이 성성한 안내원이 대나무 숲으로 들어가고 있다. 질척거리는 숲길로, 일군의 학자들의 안내원의 뒤를 따라 들어간다. 이들이 찾아낸 것은 대숲 안쪽 동굴에 있는 낡은 나무상자들이다. 중국 황실이 수백년간 지녀왔던 진귀한 그림, 서예, 옥(玉)과 도자기가 들어있던 상자들이다. 보물들은 이미 다른 곳으로 옮겨지고 텅 빈 상자 뿐이었지만 ‘보물 대장정’을 추적하러 나선 사진작가와 다큐 제작자들은 바삐 셔터를 눌렀다. 학자들은 중국 베이징의 국가박물관과 대만 타이페이 고궁박물관에서 나온 이들이었다. 6일 미국 뉴욕타임스는 1930~40년대 전쟁과 약탈을 피하기 위해 자금성에서 빼낸 옛 청 황실의 문화재들의 경로를 되짚는 중국과 대만 학자들의 답사여행 동행 르포를 실었다. 사진을 ..

미-소 이어준 소녀 서맨사 스미스

“안녕하세요, 미스터 안드로포프. 제 이름은 서맨사 스미스이고, 나이는 10살입니다. 새로운 일을 맡게 되신 걸 축하드려요. 저는 러시아와 미국이 핵전쟁을 할까봐 무서워요. 혹시 전쟁을 할 것인지를 놓고 투표를 하실 생각인가요? 그런 게 아니라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어떤 일을 하실 생각인지 제게 얘기해 주세요. 꼭 대답하셔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왜 이 세상을, 최소한 우리 나라를 정복하려고 하는 건지 알고 싶어요. 신은 우리가 싸우지 않고 평화롭게 살라고 이 세상을 만드셨거든요.” 1982년 11월 레오니트 브레즈네프가 숨지고 유리 안드로포프가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한 미국인 소녀의 편지가 공산당 기관지인 프라우다에 실렸다. 물론 안드로포프의 답신은 없었다. 하지만..

이들이 설 곳은 어디일까- 아프간 파병해놓고 난민들은 쫓아내는 프랑스

지난해 9월 프랑스 정부는 무장병력을 동원해 항구도시 칼레에 있는 아프가니스탄 난민촌을 강제철거, 국제적인 비난을 샀다. 이 난민들은 미국의 아프간 공격 뒤 나라를 떠나 유라시아를 횡단, 대서양에 면한 칼레까지 온 이들이었다. 지구촌 곳곳의 전쟁·분쟁·재난으로 터전을 떠나야 하는 난민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지만 이들 모두가 안식처를 얻기엔 국경의 벽이 너무 높다. 유엔난민기구(UNHCR)은 5일 “전세계에 난민이 늘고 있는데 정착할 곳을 찾지 못해 떠돌고 있다”면서 앞으로 3년 동안 80만5000명의 정착지를 새로 찾아줘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당장 내년에만 4만명 이상이 정착지를 찾지 못해 지구촌 어딘가를 떠돌아야 할 처지다. 안토니오 구테레스 UNHCR 대표는 “난민 수와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

아프간-중국 '밀착'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나데르 파슈툰 시장에는 중국산 제품 천지다. 시장에서 머지 않은 곳에는 중국이 2500만달러(약 300억원)의 건설자금과 인력을 제공해 지은 10층짜리 잠후리아트 병원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전쟁과 테러로 황폐해진 카불에서, 새 벽돌과 반짝이는 유리창으로 이뤄진 이 병원은 단연 눈에 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남부와 중·동부에서 탈레반·알카에다 세력과의 전쟁으로 골머리를 앓는 사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카불과 북부 지역에서는 중국이 착착 발판을 다지고 있다. AP통신은 5일 “중국이 아프간의 환대를 받는 손님으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중국과 아프간의 밀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카불 남쪽 로가르주의 아이낙 구리광산이다. 아프간 정부는 3년전 세계 최대 미개발 구리광산으로 알..

클린턴이 카스피해로 간 까닭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동유럽-중앙아시아를 순방했다. 닷새간에 걸친 바쁜 스케줄로 아제르바이잔, 우크라이나, 폴란드 등을 돌며 현안들에 대해 논의하면서 역내 문제들에 미국이 큰 관심을 갖고 있음을 강조했다. 전통적으로 러시아 영향권이었던 이 지역 문제에 미국이 팔을 뻗고 나온 배경이 관심을 끌고 있다. 클린턴 장관은 5일 그루지야를 방문, 그루지야와 미국의 관계가 확고하다는 것을 부각시켰다. 그루지야는 미국과 긴밀한 군사적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나 2008년 러시아-그루지야 전쟁으로 역내 불안이 고조되자 미국은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그루지야에 대한 무기 공급을 일시 중단시켰다. 이번 방문에서 미국이 ‘사실상의 금수조치’를 해제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필립 고든 미 국무부 유럽담당 차관보는 ..

독일 축구, '다문화주의'의 승리

독일 베를린의 한적한 교외. 주택가 공터에서 공을 차는 소년들의 꿈은 한결같이 위르겐 클린스만, 로타어 마테우스같은 축구선수가 되는 것이었다. 감히 ‘황제’ 프란츠 베켄바워를 꿈꾸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바뀌었다. 요사이 독일 소년들의 이상형은 루카스 포돌스키와 메주트 외칠이다. 독일 축구가 달라졌다. 잉글랜드를 4대1로 누른 데 이어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를 4대0으로 완파했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 나타난 독일팀은 조직력과 힘, 큰 키를 앞세우던 이전의 전차군단이 아니었다. 환상적인 공격력에 예술성까지 더해졌다. 독일 국가대표 축구팀의 진화를 가져온 것은 ‘유전자의 변화’였다. 외신들은 4일 ‘게르만 축구’를 버리고 ‘다문화 축구’로 한차원 업그레이드된 독일 축구팀을 통해 독일 사..

'저 벽에 축구공을'

팔레스타인이 월드컵에 출전할 날이 언제 올지는 모르겠지만, 월드컵을 즐기려는 마음은 거기 사람들도 전세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이겠죠. 중동 사람들이 워낙 축구를 좋아하기도 하고. 오늘 CNN 웹사이트에서 본 방송입니다. CNN video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베들레헴 풍경입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고사시키기 위해 만든, 악명 높은 분리장벽. 그 장벽에 재치 있는 화가들은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렇게 말이죠. 이런 벽화들에 대해서는 예전에 소개한 바 있지요. 팔레스타인의 벽화 예술 저 벽에, 영상을 쏘아서 '분리장벽 스크린'을 만들었네요. 슬픈 재치, 혹은 분쟁 속의 축구공. 몇 해 전에 호나우두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의 축구대회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잠시 잠깐이라도, 축구공이 ..

'생색내기' 구호품 반입

“집이 다 부서졌는데 시멘트 대신 초콜렛이 웬말이냐.” 지난달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는 ‘자유가자운동’ 구호선단을 공격, 구호요원들을 살해한지 한달 여가 지났다. 이스라엘은 형식적으로나마 가자지구에 대한 비인도적 봉쇄조치를 완화한다고 발표했고, 1일에는 자유가자운동 선박에 실려 있던 구호품들이 유엔 요원들을 통해 가자지구에 일부 전달됐다. 하지만 여전히 봉쇄완화는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어, 주민들의 고통이 이어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팔레스타인 여성과 어린이들이 1일 이스라엘의 구호선 공격 한달을 맞아 가자시티 항구에서 반이스라엘 ‘꽃 시위’를 하고 있다. |AP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는 1일 성명을 내고 지난 4월말 이스라엘군에 습격당한 뒤 압수됐던 자유가자운동 ..

[코트디부아르]코나크로 아이들

코트디부아르 내륙, 코나크로 마을(정확히 말하면 '크로'가 '마을'이라는 뜻이래요)에서 만난 아이들입니다. 마을 어귀에서 맞아주던 소녀. 저를 맞아준 것은 물론 아니고요 ^^;; 의료봉사 다니시는 박프란치스카 수녀님을 보고 반가워서 웃는 거예요. 코나크로는 인구가 1000명이 넘는 제법 큰 마을인데, 집들이 흙집이긴 하지만 반듯반듯 이쁘고 길도 깨끗하게 잘 닦여 있었습니다. 마을 가운데에 서 있는 거대한 바오밥 나무. 깨끗하게 잘 정돈돼 있죠? 어린 여자애인데, 부룰리 궤양으로 다리의 피부가 동그랗게 없어졌어요. 울면서 치료받고, 새 붕대 감고는 금새 저러고 달려가네요. 내 옆에 딱 달라붙어 있던 꼬맹이. 한컷 더. 언니오빠 포스 장난 아니죠? 눈이 정말 크고 이쁜데... 사진이 좀 못나왔네요. 얘도 엄..

기름 먹는 '초대형 방제선' 멕시코만으로

해저 탐사로봇, 심해 잠수정, 거대한 철제 캡(뚜껑), 진흙 실린더…. 멕시코만 해저유정 기름유출 재앙을 막아 보려 온갖 첨단기술과 장비를 동원해온 미국이 ‘최후의 결전’에 나선다. 이번 ‘무기’는 세계 최대 규모의 유조선이다. AP통신은 30일 미 당국이 축구장 3.5배 길이에 10층 건물 높이의 초대형 선박을 불러다 기름 걷어들이기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고래A’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배는 길이 340m, 높이는 60m에 이른다. 배는 한국에서 제작됐고 선주는 대만의 선사 TMT다. 선적은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 두고 있다. 원래는 원유와 철광석 등을 대량수송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멕시코만 사태가 난 뒤 TMT의 노부 쑤 최고경영자가 오일스키머(물 위에 뜬 기름을 분리·흡수하는 설비)로 개조하도록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