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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광년 거리, 지구 닮은 행성에서 ‘대기’ 발견

지구에서 39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행성 GJ 1132b. 물리적 거리는 370조㎞, 빛의 속도로 39년을 가야 하는 거리이지만, 이 정도면 크나큰 우주에선 ‘가까운 거리’다. 크기 등 여러 면에서 지구와 매우 비슷해 ‘초지구(super-Earth)’로 불리기도 하는 이 행성에 대기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 행성을 관측해온 영국 천문학자들은 이런 연구결과를 6일 학술지 천문학저널에 발표했다. 태양계 밖에 있는 지구와 닮은 행성에서 대기가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과학자들은 지구 크기의 1.4배 정도인 이 행성이 두꺼운 가스층으로 덮여 있으며, 이 ‘대기’는 수증기나 메탄 혹은 그 둘의 혼합으로 이뤄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영국 BBC방송 등은 태양계 밖의 천체에서 생명체를 찾기 위해..

미국, 시리아 폭격... 또 '레짐 체인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또 다른 중동전쟁의 서막을 열려는 것일까.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가 화학무기로 아이들을 비롯해 70~100명의 민간인을 대량살상했다는 사실을 현지 시민단체가 폭로한 것이 지난 4일(현지시간). 그리고 사흘만인 7일 새벽 지중해 동부에서 미군이 시리아로 미사일을 퍼부었다. 명분은 확실하다.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공격을 ‘응징’한다는 것이다. 화학무기 사용 사흘만에 시리아 공격 미군은 지중해 해상에 있는 구축함 포터 호와 로스 호에서 토마호크 미사일 59기를 발사, 시리아 서부 홈스 주의 샤이라트 공군 비행장을 폭격했다. 지난 4일 이 기지에서 출격한 시리아 전투기가 화학무기 공격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주도하고 아랍과 유럽 국가들이 참여하는 ‘IS 격퇴 연합군’이..

뉴 셸터스: 난민을 위한 건축적 제안들

팜플렛같은 소책자여서 가뿐한 마음으로 펼쳐들었는데, 뜻밖에 알차고 재미나다. 은 건축가들과 여러 장르의 예술가, 연구자들이 난민 문제를 놓고 벌인 전시회와 포럼 같은 작업들을 정리해 소개한 책이다. 유기견 문제에서 홍세화와 서경식의 대담까지, 얇은 책자에 여러 내용을 묶었다. 중구난방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사실은 난민 문제의 본질이다. 우리가 '남의 일' 혹은 '보기도 싫고 말하기도 실은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에 공감하고 관심을 갖는 것에서부터 세계시민으로서의 공존이 시작된다는 것, 인권과 평등과 공존은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되짚어보고 서로를 위해 고민하면서 이뤄낼 수 있는 가치라는 것. 무엇보다 이런 작업을 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반갑다. 난민 문제에 대한 전시회가 열리..

딸기네 책방 2017.04.03

아프리카 아이덴티티

아프리카 아이덴티티앤드류 심슨 엮음. 김현권, 김학수 옮김. 지식의날개 읽는 데에도, 스크랩하는 데에도 꽤 오래 걸렸다. 방통대 출판문화원에서 나온 책인데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아프리카 언어에 대한 자료다. 오래 전 재미있게 읽은 로버트 게스트의 도 이 브랜드에서 나왔다. 이것 말고도 아프리카에 대한 책 두어권을 더 내놓은 것 같으니 찾아봐야겠다. 북아프리카의 이집트와 모로코도 포함해, 아프리카 대륙의 여러 지역에서 대표성을 띈다고 할 수 있는 나라들의 언어 상황을 총괄했다. 각기 쓴 사람이 달라, 나라별 챕터마다 서술 양식은 약간 다르다. 모로코의 경우 '언어와 젠더'에 초점을 맞출 것처럼 시작하더니 의외로 관련된 내용이 거의 없어서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그 외에는 각국의 언어 사정을 충실히 설명하고 ..

딸기네 책방 2017.03.29

[구정은의 세계]‘무슬림 입국금지’ 맞선 요르단 항공의 유쾌한 복수  

요르단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시리아, 이라크와 국경을 맞댄 중동 국가다. 주민 980만명 중 92%가 무슬림이지만 세속국가다. 인구 60%가 팔레스타인계인 아랍국이지만 이스라엘과도 국교를 맺고 있다. 절대군주제와 입헌군주제의 절반 정도에 와 있는 군주국이지만 걸프의 왕국들과 달리 이렇다할 자원도 없다. 그 대신 오래전부터 ‘줄타기(rope) 외교’를 통해 지역 내에서 입지를 확보해왔고, 미국과도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다. 이 나라를 오랫동안 통치했고 ‘분쟁 해결사’로 불렸던 후세인 국왕이 1999년 2월 타계했을 때에는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 등이 일제히 수도 암만을 찾아 조문했다.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무슬림 입국금지 조치를 발표했다. 트럼프의 두 차례 행정명령 모두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으..

동방의 항구들

"우리 집안은 오랫동안 동방을 통치했소." 이런 말로 시작되는 책. 소설을 읽는 것이 오랜만이고, 이렇게 매혹적인 소설을 만난 것도 오랜만이다. 저 구절을 읽는 순간 그대로 책장을 덮을 수가 없었다. 아민 말루프의 책은 을 통해 한 번 접한 적 있지만 어떤 작가인지는 잘 몰랐다. 이 책, 은 처량하고 흥미롭다. 저항과 굴종과 열정과 사랑과 이별과 분열과 겸양과 위선과 회한. 책은 그저 한 노인의 회고담이자 인생과 사랑 이야기일 뿐이지만 이것은 쇠락한 제국의 뒷이야기이자 '중동 그 자체'의 이야기다. 병적이고 암울한, 그러나 매혹적인. "돌연 그녀가 다른 이야기를, 다른 장소들을 말하기 시작했소. 거주지나 이주지가 아닌 암흑의 장소였소. 우리의 여행은 끝이 났소. 이제 길은 도시들을 연결하지 않았고, 기차..

딸기네 책방 2017.03.26

[구정은의 세계] 망령의 시대

일본 작가 마루야마 겐지의 는 오토바이의 시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소설이다. 뿌리 뽑힌 채 질주본능으로만 존재하는 오토바이는 거대 도시를 꽉꽉 메운 인간들을 향해 이렇게 일갈한다. “뒈져라, 형법 불소급의 원칙.” 문명이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저급함, 죄를 짓고도 뉘우치지 않으며 스스로가 더럽혀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인간들, 늙고 병들고 타락한 나라를 향한 이단아의 처절한 외침이다. 제국주의와 파시즘의 언술이 곳곳에서 판을 친다. 얼마 전 미국에서는 연방 하원의원이 백인들의 문명, 백인들의 문화를 거론했다. 미국이 스페인에게서 필리핀을 빼앗던 시절에 나오던 케케묵은 말들이 21세기에 소셜미디어를 타고 울려퍼졌다. 인종주의의 망령은 미국과 유럽이 2차 세계대전 이후로 쌓아올린 이상과 삶의 기준을 흔들..

에메 세제르, '나는 흑인이다 나는 흑인으로 남을 것이다'

56년 동안 시장직을 수행한 그는 나를 오래된 시청 건물에 있는 자기 사무실에서 맞았다. 처음 만난 이 사람은 아주 정중했다. 또한 주의 깊은 반면 데면데면하기도 했고, 소심한 반면 친근하기도 했으며, 매사에 관심을 가진 반면 의심이 많기도 했다. 자기와의 대담이 가질 수 있는 의미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자신의 저작들이 예전히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믿고 싶지 않아 했다. 또한 런던에 있는 한 대학에서 내가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이 그의 저작들, 특히 과 을 연구하고 인용한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워했다. 프랑수아즈 베르제라는 포스트식민주의 학자가 에메 세제르를 만났다. (변광배·김용석 옮김. 그린비)는 두 사람의 대화를 담은 대담집이다. 책의 분량은 매우 짧은 데다가, 뒷부분 절반..

딸기네 책방 2017.03.19

말레이시아, 화교, 공산주의

말레이시아가 국제 이슈의 무대가 되는 일은 거의 없었는데, 한동안 김정남 피살사건 때문에 시끄러웠죠. 말레이시아가 최근에 세계 뉴스에 등장한 것은 3년 전 사라진 MH370 여객기와, 뒤를 이어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MH17 여객기 격추사건 때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김정남 사건 취재 다녀온 심진용 기자의 말로는, 말레이시아 현지 기자들도 "MH370 사건 이래 최대 뉴스였다"고 했다는군요. 김정남에 관한 뉴스들 확인하느라고 현지 신문들 많이 훑어봐야 했는데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소스가 화교들이 만드는 중국어 신문들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직접 훑어본 것은 아닙니다;; 중국어 못함... 그러나 내겐 중국어를 하는 후배가 있지)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생각난 김에 정리하려고요. 말레이시아의 화교들은 19..

[구정은의 세계]미국 관리 50명 모아 저녁 대접한 러시아 대사

요즘 미국이 ‘러시아 스캔들’로 시끄럽습니다. 발단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했던 마이클 플린이 미국 주재 러시아 대사와 통화를 하면서 미국의 러시아 제재를 해제할 것인가 말 것인가 등등 이야기를 나눠놓고서, “제재 이야기는 한 적 없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었습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까지 거짓 보고를 한 플린은 결국 쫓겨났지요. 그 다음에는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에게 불똥이 튀었습니다. 미국의 법무장관은 우리 식으로 하면 검찰총장입니다.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총지휘해야 할 세션스도 러시아 대사와 접촉한 사실이 1일 드러났습니다. 세션스는 결국 이튿날 “수사에서 손을 떼겠다”고 했습니다. 세션스는 인준 청문회에서 러시아 측과 접촉한 적 없다고 했기 때문에, 위증 혐의도 받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