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세계사/버려진, 남겨진, 잊혀진

'외로운 조지'와 거북 이야기.

딸기21 2017. 8. 14.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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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조지 Lonesome George’


2012년 마지막으로 숨진 갈라파고스의 핀타섬땅거북 Pinta Island Tortoise의 이름이다. 그 종 가운데 홀로 남아 오랜 세월을 버텨야 했기에 외로운 조지라는 별명이 생겼다


조지는 1971년 갈라파고스 제도의 핀타 섬에서 발견됐고 이듬해 푸에르토 아요라 Puerto Ayora에 있는 찰스 다윈 연구소 Charles Darwin Research Station로 옮겨졌다. 이미 그 시절 이 종은 모두 사라진 것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한 마리 살아남은 거북을 어떻게든 번식시키려고 과학자들이 노력을 기울였다. 2008년에는 실제로 조지와 합방을 한 거북 암컷 두 마리가 알을 낳았고, 희망이 솟아났다. 그러나 모두 불임된알이었다.


얼굴만 봐도 외로워 보이는... '외로운 조지'. _ WIKIPEDIA



조지는 갈라파고스 국립공원 Galapagos National Park에서 2012624일 결국 숨을 거뒀다. 오랜 세월 그를 돌봤던 사육사이자 벗인 파우스토 예레나 Fausto Llerena가 둥지에 쓰러져 숨져 있는 조지를 발견했다. 조지를 부검한 의사는 별다른 이상 증상이 없었으며 자연사한 것 같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조지가 죽었을 때 Rafael Correa 에콰도르 대통령은 애도 연설을 하면서 언젠가는 과학기술이 그를 복제해 되살려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지켜주지 못한 동물을 위한 뒤늦은 애도였다. 에콰도르는 조지가 죽기 4년 전인 2008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헌법을 고쳐 자국 영토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뿐 아니라 자연과 동식물 등 모든 거주자들에게 기본권을 부여했다.


코레아 대통령의 바람처럼 미래의 그 어느 날 복제를 할 수 있도록, 과학자들은 조지의 세포 조직을 채취해 액체질소에 담가 보관하고 있다. 하지만 조지를 연구시설로 옮겨 부검을 하고 세포 조직을 채취해 보관하기까지 여러 날이 걸렸기 때문에, 복제 기술이 발달한다 해도 복제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에는 냉동 동물원 Frozen Zoo’이라 불리는 시설이 있다. 정식 명칭은 보존연구소 Institute for Conservation Research. 멸종위기 동물의 인공수정을 돕기 위해 흰코뿔소 등 약 1000여 종의 정자와 난모세포 등 세포조직 9000여개를 보관하고 있다. 하지만 조지의 부활은 머나먼 미래의 꿈일 뿐이다.


거북은 오래 사는 것으로 유명하다. 영국이 제국주의 국가로 세계에 위용을 떨치던 18세기 18세기의 선장 제임스 쿡 James Cook은 왕립해군 함장직에 올라 인도양에서 북대서양 뉴펀들랜드까지, 하와이와 호주·뉴질랜드까지 온 바다를 돌며 뱃길을 열고 지도를 만들었다. 개척자이자 모험가, 선원이었던 동시에 제국주의의 첨병이기도 했던 쿡은 한 가지 이색적인 선물을 후대에 남겼다. 바로 투이 말릴라 Tu‘i Malila 라는 거북이었다. 



세상에 많고 많은 거북들이 태어나 죽었겠지만 이 거북은 사람처럼 생몰년도가 기록으로 남아있다. 쿡이 1777년 남태평양 섬나라 통가 Tonga의 왕실에서 선물로 받은 새끼거북 투이 말릴라는 마다가스카르 방사상거북 Geochelone radiata이라는 희귀종이었다. 흙갈색 등갑(등껍질)에 노란색이나 오렌지색의 독특한 방사상 무늬가 있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북이라 불리기도 한다. 육지에 살면서 풀이나 과일, 선인장을 먹는다.


이 거북들은 등갑의 길이가 한 자가 넘고 보통은 40~50년을 산다. 하지만 투이 말릴라는 그 몇 배를 살았다. 영국으로 자기를 데려간 주인 쿡이 1779년 숨지고 세기가 두 번 바뀐 뒤에까지 살면서 영국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1953년 엘리자베스2세 여왕이 통가를 국빈방문하면서 우호의 상징으로 투이 말릴라를 데려가 통가 왕실에 보여주기도 했다. 거북은 1965519타계했다. 188세 때였다. 죽은 뒤 투이 말릴라는 고향으로 되돌아갔고 통가타푸 Tongatapu의 국립박물관에 보존 처리돼 안치됐다.


알다브라큰거북 Aldabra giant tortoise인 인도의 아드와이타 Adwaita는 콜카타의 알리포르 동물원 Alipore Zoological Gardens에서 2006년 숨을 거뒀다. 1750년 쯤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니, 250년 넘게 산 셈이다. 동인도회사의 영국인 관리였던 로버트 클라이브 Robert Clive가 아프리카 동쪽 세이셸 군도 République des Seychelles를 다니던 영국 선원에게서 얻어 애완동물로 키웠는데, 영국인들이 떠난 뒤 동물원에 보내졌다 한다. 같은 해 죽은 호주의 갈라파고스거북 해리엇 Harriet175년을 살았다.


지중해거북 Mediterranean spur-thighed tortoise인 티머시 Timothy1892년까지 영국 해군 마스코트 노릇을 했다. 당시만 해도 사람들이 거북의 암수를 구분하는 법을 몰라, 암컷인데 남자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크림전쟁 때 영국 해군함 HMS퀸호가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을 폭격할 때에도 티머시가 함께 했다. 시대를 풍미한 티머시는 2004160살에 죽었다.


인간보다 훨씬 오래 지구를 지켜온 마다가스카르 방사상거북, 알다브라큰거북, 갈라파고스거북 등은 이제는 남획에다가 서식지를 잃어 모두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외로운 조지가 숨진 뒤로 갈라파고스의 거북 종은 10종만 남았다. 생물의 유전자는 뛰어난 경제학자여서, 어느 한 부분에 자원을 많이 투입하면 다른 부분에는 투입량을 줄이게 돼 있다. 오래 사는 거북은 대량 번식하기가 힘들다. 거북 한 마리가 태어나 번식할 수 있는 성체가 되려면 대략 20~30년이 걸린다. 게다가 인류는 아직도 거북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한다. “갈라파고스를 방문하는 여행자들 눈에는 모든 거북들이 다 똑같아 보이겠지만 찰스 다윈이 1835년 여행 뒤에 기록해놓았듯이 이 외딴 화산섬들에 사는 거북은 제각기 분화하고 진화해 다른 종으로 갈라졌다.” 조지가 숨진 뒤 내셔널지오그래픽에 실린 기사의 구절이다


바로 그 이유에서 갈라파고스는 다윈에게 종의 분기(分岐)를 보여주는 진화론의 연구무대가 됐다. 조지가 속해 있는 핀타섬땅거북만 해도, 상대적으로 가까운 에스파뇰라 Española 섬에서 30만 년 전쯤에 건너와 친척들과 갈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유전자의 차이는 거북들 간의 통혼을 막고, 번식을 힘들게 한다.

 

국제자연보존연맹 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IUCN)은 레드리스트 Red List 라는 것을 만들어서 멸종위기 생물종들을 기록, 감시한다. 그 리스트에는 조지처럼 멸종된 동식물, 수단처럼 멸종을 앞두고 있는 동식물들의 명단이 빼곡이 적혀 있다. 


그 중 하나가 피레네 아이벡스 Pyrenean ibex. 학명은 Capra pyrenaica pyrenaica, 이름에서 보이듯 스페인 북부 피레네 산지에 살던 야생 염소다. 스페인 사람들은 부카르도 bucardo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베리아 염소, 스페인 염소라 불리기도 했다. 피레네 산지와 프랑스 남부에 걸친 칸타브리아 산악지대에 많이 살던 흔한 종이었는데 200016멸종으로 기록됐다. 스페인의 황량한 산지에 많이 사는 염소들 중에는 아직 그레도스 아이벡스 Gredos ibex 나 베세이테 Beceite 염소 같은 친척들이 남아 있지만 이웃한 포르투갈의 아이벡스는 멸종됐다. 과학자들은 피레네 아이벡스를 복제하기 위해 2003년 아종(亞種)의 유전자를 복제해 새끼를 탄생시키는 데에 성공했지만 태어난 새끼는 폐 감염증으로 몇 분 만에 죽고 말았다.


중국의 양쯔강에는 바이즈(白鱀豚)라고 불리는 돌고래가 살았다. 돌고래는 대부분 바다에 살지만 아마존이나 메콩강 등에 일부 민물 돌고래들이 살고 있다. 양쯔강에도 돌고래가 있었다. 같은 민물돌고래라 하도 종은 모두 다르다. 양쯔강돌고래는 한때는 양쯔강의 여신 长江女神이라 불릴 정도로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중국이 산업화하고 양쯔강 어업과 수송, 수력발전이 늘면서 서식지가 파괴됐다. 이미 1980년대부터 양쯔강돌고래가 멸종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인간이 멸종시킨 사실이 확인된 첫 돌고래종이 될 것이라고들 했다.


어두운 예언대로 됐다. 2007819일 양쯔강돌고래는 멸종한 것으로 레드리스트에 기록됐다. 과학자들은 이미 그 전에 모두 사라졌을 것으로 봤다. 중국 정부가 2001년 보호계획을 만들어 실행하기 시작했으나 너무 늦은 것이었다. 20078월 한 남성이 거대한 흰 동물이 양쯔강에서 헤엄치는 모습을 찍었다며 동영상을 공개해, 혹시나 바이즈가 살아남아 있는 것 아니냐는 희망이 되살아나기도 했으나 확인되지 않았다. 그 후 때때로 바이즈를 봤다는 증언이 나오기는 하지만, IUCN은 비록 몇 마리가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다 해도 사실상 멸종 functionally extinct’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생존이 확인된 양쯔강돌고래는 세계야생생물기금(WWF)의 바이즈 보호구역 안에 살다가 2002년 죽은 치치(淇淇)였다.


바이지처럼 사라질 위기에 처한 중국의 또 다른 생물종은 현지 주민들이 바이쉰(白鲟)이라고 부르는 물고기 Chinese Paddlefish. 주걱철갑상어 paddlefish의 일종이고, 민물고기 중에서는 크기가 아주 큰 편에 속한다. 지구상에 이들의 친척은 많지 않다. 미주 대륙에 아메리카 주걱철갑상어 American paddlefish가 살지만 몇 년 안에 멸종될 것으로 보인다. 레드리스트에 따르면 전 세계 상어 종의 20% 가량이 위협을 받고 있다. 특히나 멕시코 주변에 서식하는 상어 종 가운데에는 80%가 멸종위기종이다.


새들도 개구리도 벌레들도 멸종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낙원의 앵무새 Paradise Parrot. 참 이쁜 이름이다. 어떤 곳에서 어떤 모양으로 살았기에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2014년 멸종 판정을 받은 이 앵무새의 학명은 Psephotellus pulcherrimus 이고, 호주 동부에서 처음 발견됐다. 호주 퀸즐랜드 Queensland에 살았다. 19세기까지는 흔한 새들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1902년 한 차례 극심한 가뭄이 지나간 뒤에 마릿수가 크게 줄었고, 1918년에야 다시 목격됐다. 그 다음에 이 새를 보았다는 기록이 나온 것은 1928년이었다. 1930년대와 40년대에도 간혹 이 앵무새를 관찰했다는 기록이 있었다. 19905차례나 목격됐다는 증언이 나와 조류학자들이 큰 관심을 보였으나 레드리스트는 결국 이 새에 멸종도장을 찍었다.


세상에서 가장 큰 꽃, ‘시체 썩는 냄새가 나는 것으로 유명한 인도네시아의 라플레시아 Rafflesia arnoldii는 줄기도 뿌리도 이파리도 없이 그저 꽃잎으로만 존재하는 희한한 꽃이다. 지름이 3m에 이르는 이 거대한 꽃은 실상은 기생 식물이며 보르네오 섬과 수마트라 섬에서 자란다. 위긴스아칼리파 Wiggin's Acalypha는 분홍빛의 털이 복슬복슬한 독특한 꽃을 피우는데, 갈라파고스에서 자라는 희귀식물이다. 이 섬에 격리돼 살아온 고유종이라, 지구상에 친척이 별로 없는 식물이기도 하다. 이들 모두 멸종위기종들이다. 


중국 작가 선푸위의 <내 이름은 도도>를 읽고 있다. 마침 그 책에도 외로운 조지 이야기가 나온다. 이 작가는 이런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다양한 종으로 진화한 코끼리거북은 다윈에게 <종의 기원> 탐구에 대한 영감을 주었다. 그렇다면 코끼리거북의 멸종위기는 인간에게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경고가 아닐까." 인간은 과연 그 경고에 귀를 기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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