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세계사/버려진, 남겨진, 잊혀진

골치아픈 우주쓰레기들

딸기21 2015. 4. 2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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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가 지구를 뒤덮은지 오래됐지요. 인류가 내다버린 쓰레기들은 이제 지구를 넘어 우주까지 지저분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고장난 인공위성이나 우주탐사선의 잔해 같은 ‘우주쓰레기(space junk)’들은 지구 궤도를 돌며 국제우주정거장(ISS)과 가동 중인 인공위성에 부딪치는 사고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참 인류는 여러가지를 지구에, 그리고 지구 밖에까지 남기고 있네요.


우주쓰레기는 지구에서 인간들이 쏘아올린 물건이 부서지고 버려진 채로 지구 궤도 주변을 도는 걸 가리킵니다. 옛소련이 역사상 처음으로 지구 밖에 인공물체를 쏘아올린 ‘스푸트니크 쇼크’(1957년) 이래로 인류는 계속 무언가를 쏘아보냈습니다. 미-소 냉전 시기의 스타워즈 경쟁에 더해 중국·일본·인도·유럽 등이 경쟁적으로 위성발사와 우주탐사에 나서면서 지구 주변은 쓰레기더미가 됐습니다. 


Space debris seen from outside geosynchronous orbit (GEO). The two main debris fields are the ring of objects in GEO and the cloud of objects in low Earth orbit (LEO).


2009년 미국의 과학자 단체인 '우려하는 과학자연맹'이 리스트를 만들었는데, 이 목록에 따르면 지구 궤도에는 902개의 인공위성이 떠돌고 있었습니다. 그 후로 몇 년이 지났으니 아마 이 숫자도 지금은 더 늘었겠지요. 하지만 가동중인 것이 그 정도였고, 인류가 쏘아올린 물체들은 3만개가 넘었다고 합니다.


우주쓰레기의 역사는 곧 인류의 우주탐사 역사와 함께 한다고 될 것 같습니다.


우주쓰레기가 나오는 경로는 다양합니다. 먼저, 우주선의 잔해를 들 수 있지요. 1958년 미국은 뱅가드1호를 쏘아올렸습니다. 높이로 구분해서 MEO(medium Earth orbit)라고 하니 지구궤도 중간 정도에 있다고 보면 되겠군요. 이 뱅가드1호의 잔해가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는 가장 오래된 우주쓰레기입니다. 


뱅가드1호는 1958년 발사됐는데, 지금껏 방치돼 떠돌고 있습니다. 이 '쓰레기'는 240년 정도는 우주공간에 있을 것이라고 하네요. 사진 위키피디아


우주쓰레기들 중에는 물론 진짜 쓰레기... 분실물 같은 것들도 있습니다. 1965년 6월 3일, 미국 우주인 에드워드 화이트는 미국인 중에서는 최초로 우주유영을 했습니다. 그 때 장갑 한 짝을 잃어버렸다고 합니다. 1966년 또 다른 미국 우주인 마이클 콜린스는 제미니10호 우주선 밖으로 나갔다가 카메라를 한 개 흘렸고요.


ISS의 전신 격인 러시아 우주정거장 미르는 2001년 3월 폐기될 때까지 15년간 지구 주변을 돌았는데, 거기 머물던 옛소련과 러시아 우주인들은 쓰레기 봉지;;를 우주공간에 내다버리기도 했답니다.



우주유영을 하다가 장갑 한 짝을 잃어버린 미국 우주인 에드워드 화이트. 화이트는 아폴로1호 미션에 참가할 예정이었으나 1967년 1월 우주선 화재사고로 숨진 비운의 우주인이기도 합니다. 사진 위키피디아


우주에 무언가를 쏘아올리려면 추진체가 필요하지요. 추진체들이 쓰레기가 되기도 합니다. 


2000년 3월 중국이 장정(長征) 4호 로켓을 이용, 브라질과 합작으로 만든 CBERS-1 인공위성을 쏘아올렸는데 이것이 폭발했습니다. 산산조각난 물질들이 구름을 형성했을 정도라고 합니다. 러시아의 브리즈-M 부스터는 2007년 2월 호주 상공에서 폭발했는데 역시 쓰레기 더미가 생겨났습니다.


우주전쟁... 이름은 참 그럴듯합니다만, 우주전쟁도 쓰레기를 만들어냅니다. 다름아닌, 무기에서 나온 쓰레기들이죠. 1960~70년대 미국과 소련은 경쟁적으로 우주탐사를 하고 우주를 거치는 무기들을 만들려 애썼습니다. 하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우주쓰레기라는 것은 고민거리가 아니었습니다. 문제를 별로 인식하지 못했던 거죠.



1980년대에 미국은 ASAT(anti-satellite weapons) 프로그램이라는 걸 추진합니다. 1985년 미국은 지구 상공 525km에서 돌고 있던 1톤 크기의 인공위성을 파괴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이 위성은 1cm 크기가 넘는 잔해들 수천개를 남기며 폭발... 쿵야...


미사일 요격실험이 빚은 최악의 쓰레기 참사는 중국 때문에 일어났습니다. 2013년 1월, 러시아의 과학실험용 인공위성 블리츠(BLITS)가 중국의 펑윈1호 잔해에 부딪쳐 고장나 궤도를 이탈했습니다. 


펑윈1호는 중국이 1999년 발사한 기상위성입니다. 중국은 2007년 미사일을 시험발사해 이 위성을 파괴했습니다. 그 찌꺼기들이 6년 가까이 지구 주변을 떠돌다 블리츠에 부딪친 것이었습니다. 


In 2007, China destroyed one of its own – an aging Fengyun-1C weather satellite – via an anti-satellite test. Credit: Federation of American Scientists.


중국이 요격실험을 할 때 미국은 펑윈1호가 수백조각으로 깨져나가면서 잇단 사고를 일으킬 것이라며 반대했는데, 그것이 현실이 돼 러시아에 불똥이 튄 것이었습니다. 펑윈1호의 잔해는 100만개가 넘었다고 합니다. 그 대부분은 지름 1mm 이하의 아주 작은 것들이었지만 1cm가 넘는 것들이 3만5000개에 달했고, 골프공 크기를 넘어서는 것들이 2300개로 추산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미국도 중국 탓만 할 수는 없습니다. 2008년 2월 미국은 군함 레이크이리 호에서 SM-3 미사일을 발사, 정찰위성 하나를 파괴했습니다. 이 위성에는 450kg 분량의 히드라진(hydrazine)이라는 물질이 실려 있었습니다. 로켓 추진연료로 사용되는 폭발물이고, 위성은 산산조각... 쓰레기....


대부분의 우주쓰레기는 직경 1cm 이내의 작은 것들입니다. 그래서 지구 대기권에 진입하게 되면 공기와 마찰을 일으켜 불타 없어지게 됩니다. 사실 인류가 지구로 쏘아보낸 설비들은 대기권에 다시 떨어질 때 대부분 연소해버린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기권 밖에 머물면서 지구 주변을 맴도는 쓰레기들이 많은 게 문제입니다. 


우주쓰레기들에 얻어맞은 미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 Discovery's lower starboard wing and Thermal Protection System tiles, photographed on STS-114 during an R-Bar Pitch Manoeuvre where astronauts examine the TPS for any damage during ascent. /위키피디아


미 항공우주국(NASA)은 지구 궤도에 50만개 이상의 우주쓰레기가 돌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중 인공위성이나 ISS에 직접적인 해를 미칠 수 있는 ‘제법 큰’ 쓰레기만 해도 2만2000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다보니 우주쓰레기로 인한 사고가 점점 잦아지고 있습니다. 인공위성이 피해를 입는 것은 물론이고, 우주에 나가 있는 사람들 혹은 우주선을 타고 나갔다 돌아오는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른 것이죠. 우주쓰레기가 다 타지 않은 채 지구로 떨어져내리기도 합니다.


2009년 2월, 미국 통신위성 이리듐33호가 고장나 버려진 러시아 위성 코스모스 2251호와 시베리아 상공에서 부딪쳤습니다. 같은 해에는 우주쓰레기가 ISS 쪽으로 돌진해오는 바람에 우주인 3명이 대피용 캡슐로 몸을 피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우주왕복선들이 입는 피해도 커졌습니다. 1994년 엔데버호가 지구로 귀환하는 도중에 우주쓰레기들에 파파팍... 부딪쳤는데, 두꺼운 유리창이 절반 정도 파였다고 합니다. 2006년 아틀랜티스호도 우주쓰레기에 부딪쳐 화물칸에 구멍이 났고요. ISS의 경우 작은 쓰레기들 정도에는 능히 버티지만 태양광패널처럼 약한 부분은 위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우주쓰레기가 땅에 떨어져 사람을 다치게 한 일은 아직은 없었습니다만, 이 또한 장담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NASA는 지난 50년 동안 거의 매일 한 개씩은 우주쓰레기가 지구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합니다. 2007년 3월에 러시아 정찰위성의 잔해가 지구로 떨어졌는데, 태평양 상공을 날던 칠레 LAN항공 에어버스 여객기에 타고 있던 조종사와 승객 270명이 하늘에서 우주쓰레기 잔해를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미국 텍사스A&M대학에서 디자인한 쓰레기 수거용 Sling-Sat이라는 위성의 가상도. /위키피디아


우주쓰레기를 없앨 방법은 없을까요?


아직까지 실현된 방법은 없습니다만, 이런 제안이 나왔습니다. ISS에서 레이저로 우주쓰레기를 태워 없애자는 겁니다. 일본 리켄연구소 등의 국제연구팀은 20일 과학잡지 ‘악타 오스트로노티카’에 실린 글에서 “ISS에서 망원경과 레이저를 이용, 지구 궤도를 도는 쓰레기들을 태울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연구팀은 ISS에 장착된 망원경과 레이저를 활용하면 이런 처리모델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 모델에 따르면 ISS의 과학자들은 먼저 EUSO라는 망원경을 이용해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쓰레기들의 위치를 포착해야 합니다. 그 다음에 레이저를 쏘아, 강력한 진동으로 쓰레기들을 지구 대기권에 ‘밀어넣는’ 겁니다. 


리켄연구소 등은 지름 20cm 크기의 EUSO 망원경과 100개의 광섬유로 이뤄진 CAN이라는 강력한 레이저를 이용, 쓰레기를 ‘레이저 그물’로 다시 포획한 뒤 대기권에서 연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봤습니다. 장차 3m 크기의 망원경과 1만개의 광섬유 레이저를 장착하게 되면 ISS 반경 100km 안에 있는 쓰레기들을 다 해치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지름 1cm 크기의 쓰레기들도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리켄연구소 등은 ISS에 장착된 레이저시스템을 이용, 우주쓰레기를 지구 대기권으로 밀어넣어 자연 연소시키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그림은 이를 표현한 미 항공우주국(NASA)의 개념도입니다. / NASA


지난해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우주쓰레기를 모아들일 'space net'이라는 프로젝트에 들어갔습니다만 시험발사 정도에 그쳤고요. 아무튼 과학자들이 여러가지 모색을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쓰레기를 없애려는 연구와 시도는 좋지만.....................


우주까지 쓰레기장으로 만드는 인간의 무서움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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