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우주정거장, 경쟁과 협력의 역사

딸기21 2015. 3. 22.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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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지난 4일 2020년까지 유인 우주정거장을 건설한다는 로드맵을 공개했다. 이미 2011년 9월 우주 실험실 ‘톈궁(天宮) 1호’를 쏘아올린 중국은 2018년부터 단계적으로 우주정거장 모듈들을 쏘아올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지구 궤도를 도는 우주정거장의 개념이 공상과학 소설에 등장한 것은 19세기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런 아이디어를 본격 검토하기 시작한 곳은 독일이었다. 2차 세계대전 때 독일 과학자들은 지구 주변을 순회하는 미사일 발사기지를 검토했으나 당시에는 기술적인 한계 때문에 상상에 그쳤다. 1951년 ‘로켓의 아버지’로 불리는 독일 과학자 베르너 폰브라운이 거대한 바퀴 모양의 우주정거장 구상을 내놨으나 역시 아이디어 차원에 불과했다.

 

소유스호에 타고 있던 ESA 우주인 파올로 네스폴리가 2011년 5월 ISS에 미국 우주왕복선 엔데버호가 도킹하는 모습을 촬영했다. 사진 ESA·NASA

 

우주정거장이 실제로 만들어진 것은 냉전이 한창이던 1970년대에 이르러서였다. 미국과 소련의 여러 우주실험실들과 ‘미르’를 거쳐 다국적 우주기지인 현재의 국제우주정거장(ISS)이 탄생했다. 중국의 로드맵을 계기로, 우주정거장 ‘경쟁시대’가 본격 개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살류트에서 미르까지, 경쟁과 협력의 역사

 

우주정거장을 꿈이 아닌 현실로 만든 주역은 1971년 4월 살류트1호를 발사한 소련이다. 살류트1호는 현재의 ISS와 비교하면 매우 단순했다. 단 1개의 모듈로 이뤄져 한 번에 발사됐고, 나중에 우주인이 도킹했다. 그러나 성공적인 발진에도 불구하고 이후의 성과를 내지는 못해 ‘테스트용’에 그쳤다. 소련은 살류트 2~7호를 잇달아 발사했다. 미국도 질세라 1973년 스카이랩을 띄웠다. 스카이랩은 1979년까지 지구 궤도를 돌았으나 이 때까지의 미·소 우주정거장들은 사람이 상주하지는 않았으며 몇 차례 도킹만 했을 뿐이었다. 말 그대로 사람을 태운 우주선이 잠시 멈췄다 가는 정거장이었던 셈이다.

 

본격적인 우주 상주기지 시대를 연 것은 소련의 미르(Mir·평화)였다. 미르는 기본 모듈을 쏘아올린 뒤 연구와 우주인 생활에 필요한 모듈을 이어붙이는 방식으로 만들어져 활용성이 컸다. 1986년 첫 발사돼 1996년까지 10년에 걸쳐 완성된 미르는 지구 궤도를 8만6331번 돌았으며 우주인들은 이 곳에서 물리학·생물학·천문학·지질학 실험들을 했다. 러시아 우주인 발레리 폴랴코프는 미르에서 우주 연속 체류 437일18시간의 기록을 세웠다. 

 

지구 위를 도는 미르.

 

무게 130t의 미르는 ISS 이전까지 인류가 우주로 쏘아올린 가장 큰 인공구조물이었다. 처음에는 소련의 과학기술을 상징하는 존재였으나 냉전이 끝난 뒤에는 국가간 우주개발 협력의 무대가 됐다. 러시아는 ‘인테르코스모스’라는 협력프로그램을 통해 동유럽 국가들이 미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했고, 프랑스·영국·독일·일본 등 총 12개국의 100여명이 미르를 방문했다. 1995년 11월에는 미국 우주왕복선 애틀랜티스호가 미국인들을 싣고 미르를 찾았다. 

 

러시아의 우주정거장 미르가 2001년 3월 폐기돼 남태평양으로 떨어지고 있다. /로이터

 

운영 과정에서 도킹 불안이나 우주인 방사능 노출 같은 사고와 어려움도 적지 않았으나, 미르가 본격적인 우주 체류시대를 연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소련이 무너진 뒤 극심한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더 이상 프로그램을 유지할 돈이 없어진 러시아는 결국 미르를 버리기로 결정했다. 미르는 발사 15년 1개월만인 2001년 3월 23일 지구로 낙하, 남태평양에 떨어져 수장(水葬)됐다.

 

우주관광 붐을 일으킨 ISS

 

총 길이 72.8m, 폭 108.5m, 높이 20m인 ISS는 시속 2만7600㎞로 지구 주변을 돈다. 1998년 11월 20일 발사됐고 17일로 비행 5961째를 맞았다. 이 날까지 지구 주변을 9만2000번 넘게 돌았다. ISS는 인류가 그동안 쌓아올린 우주탐사기술의 총 결집물이며, 각국의 우주개발 경쟁과 협력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2006년 12월 뉴질랜드가 내려다보이는 우주 공간에서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인 로버트 커빔(왼쪽)과 유럽우주국(ESA)에 소속된 스웨덴인 크리스터 푸글상(오른쪽)이 국제우주정거장(ISS)의 모듈들을 이어붙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NASA

 

ISS는 미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시작부터 다국적 프로젝트로 진행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 러시아 우주국(로스코스모스), 일본 우주국(JAXA), 유럽우주국(ESA), 캐나다 우주국(CSA)이 공동으로 만들었으며 제작·운영은 여러 국제조약과 국가 간 협정으로 규정돼 있다. 

 

다국적 생산물답게 ISS의 모듈은 여러 나라말로 이름지어졌다. 맨 처음 발사된 본체 격인 ‘자리야’는 러시아어로 새벽을 뜻한다. 우주인 생존유지설비가 있는 ‘스베스다’는 별을 가리킨다. 연구시설 ‘데스티니’는 영어로 운명을 의미한다. 유럽이 발사한 실험모듈 이름은 대항해시대를 연상케 하는 ‘콜럼부스’이고, 이탈리아와 NASA의 합작 모듈은 ‘레오나르도’다. 

 

 

스베스다 모듈 뒤편, 지구 위로 떠오르는 태양.

 

맨 뒤에 덧붙여진 실험모듈은 일본이 만든 ‘키보’로, 일본어로 희망을 뜻한다. 캐나다가 장착한 로봇팔은 ‘캐나담(Canadarm)2’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ISS에서 근래 지구로 전송해오는 비행사들의 우주 유영 사진들은 17m 길이의 이 로봇팔로 찍은 게 많다. 유럽도 2017년 다목적 로봇팔을 ISS에 이어붙일 계획이다.

 

ISS의 우주인 체류기록은 2010년 10월 미르의 기록을 깼다. ISS의 기본 용도는 기초과학 연구·실험이지만 우주관광 시대를 연 주인공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2001년 4월 미국 갑부 사업가 데니스 티토를 시작으로 7명의 관광객이 각각 2000만~4000만 달러를 내고 ISS를 찾았다. 

 

‘차세대 우주기지’ 꿈꾸는 중국

 

냉전시기 치열했던 우주탐사 경쟁은 1990년대 이후 다소 시들해진 상태였다. 중국과 인도 같은 신흥국들이 우주에 눈을 돌렸으나 기술의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대테러전과 경제위기를 거치며 미국이 주춤한 사이 중국은 우주를 향해 내달리고 있다. 중국 유인우주선 계획 책임자 장바이난(張柏楠)은 지난 4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2022년까지 우주정거장 건설을 끝내겠다는 일정을 공개했다고 신화통신 등이 보도했다. 본격 가동되는 것은 2022년부터로 예정됐다. 

 

An Orthodox priest blesses the Soyuz rocket at the Baikonur Cosmodrome launch pad on Monday, 14 May 2012 in Kazakhstan. (NASA/Bill Ingalls)

 

ISS에 머물 첫 우주인들을 태우고 갈 러시아 우주왕복선 소유스호가 2000년 10월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기지에서 발사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 NASA

 

 

이어 8일 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항공우주계획 총책임자 저우젠핑(周建平)이 내년 말까지 지구 궤도를 도는 우주실험실 톈궁 2호를 설치할 것이며 이를 위해 내년 초 화물선 톈저우(天舟) 1호를 로켓기지에서 발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4년 전 쏘아올린 톈궁 1호와 내년에 발사될 톈궁 2호, 이어 만들어질 톈궁 3호는 모두 유인 우주정거장의 준비 과정에 해당된다. 톈궁 1호는 우주선 발사와 도킹 기술을 실험해 보기 위한 것이었고, 2013년 6월 우주인 접촉에 성공했다. 2호는 우주실험실이고, 3호는 40일 이상 3명의 우주인이 거주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 세 단계를 거쳐 중국이 완성할 우주정거장은 ‘우주 생물권’ 구상과 이어져 있어 관심을 끈다. 장바이난은 “궁극적인 목표는 밀폐된 공간에서 동식물을 활용해 하나의 작은 생물권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인류가 다른 천체에 이주할 수 있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연구”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건설한 톈궁 우주정거장 가상도.

 

최근에는 민간 기업들도 우주정거장 건설에 도전하고 있다. 미국 기업 비글로 에어로스페이스는 상업용 우주정거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가 제작 중인 제네시스 1호, 2호는 2006년부터 추진됐으며 2016년 주 모듈인 ‘브라보’가 발사될 예정이다. 러시아 회사 오비탈테크놀로지도 RSC에네르지아라는 이름의 탐사기지를 준비하고 있다. 인도도 유인 우주탐사를 바라보며 궤도비행선 발사·도킹을 염두에 두고 있으나 아직은 중국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우주정거장의 우주인들은 어떻게 살까
 

지난 12일, 세 명의 우주인이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떠나 러시아 소유스호를 타고 지구로 귀환했다. ISS에는 통상 다국적 우주인 6명이 근무하며, 순차적으로 교체된다.이번에 지구로 간 멤버들을 빼고, 현재 남아 있는 ‘43차 ISS 탐사팀’의 멤버는 미국인 탐사대장 테리 버츠, 유럽우주국(ESA)이 보낸 이탈리아 여성 파일럿 사만다 크리스토포레티, 러시아 우주비행사 안톤 슈카플레로프다.

우주정거장에서 몇 달 혹은 1년 넘게 지내는 우주인들은 무엇을 하며 어떻게 보낼까. 미 항공우주국(NASA) ISS 블로그에서 우주인들의 생활을 생생히 엿볼 수 있다. 버츠를 비롯해 남겨진 3명의 우주인들은 지구로 돌아가는 소유스에 무중력상태에서의 생식 실험에 사용했던 편형동물 플라나리아 표본 등을 실어 보냈다. 동료들을 떠나보내고 며칠 간 휴식을 한 뒤 17일부터 ‘근육 위축과 운동시스템에 관한 연구(MARES)’를 시작했다. 오는 27일에는 지구에서 오는 새 멤버 3명을 맞을 계획이다.

 
미국 우주인 마이크 홉킨스가 2013년 12월 24일 ‘우주유영’을 하며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내고 있다. 사진 NASA

 

우주인들의 생활은 단조롭다. 연구를 하고, ISS의 고장을 수리하고, 새 모듈 부품이 오면 장착하는 일을 한다. 버츠는 지난 1일 우주복을 입고 밖으로 나가 통신케이블을 연결했다. NASA나 ESA 본부와 화상통화로 우주에서의 생활을 전하기도 한다. 

우주인들의 시간은 세계 기준시인 그리니치표준시에 맞춰져 있다. 아침 6시면 일어나 아침을 먹고 할 일을 논의한 뒤 8시10분쯤 일을 시작한다. 오후 1시에 점심을 먹고 운동을 하거나 연구를 한다. 평일에는 하루 10시간, 토요일에는 5시간 일하며 일요일은 쉰다. 업무는 오후 7시30분에 끝난다. 러시아인과 미국인 우주인들은 각기 스베스다와 하모니 모듈에 터를 잡고 침낭에서 잠을 자거나 음악을 듣고 컴퓨터를 들여다본다. 

 
캐나다 우주인 크리스 하드필드가 2013년 3월 지구로부터 갓 배송 받은 토마토를 가지고 저중력상태에서의 저글링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NASA

 

캐나다 우주국 웹사이트에 따르면 음식은 모두 비닐봉투에 진공포장된 형태로 운반된다. 음료는 분말 형태로 가져와서 마시기 직전 물에 타 먹는다. 음료와 국물 모두 비닐봉지에 넣어 빨대로 빨아먹는다. 중력이 매우 약하기 때문에 음식 부스러기가 떠다니다가 기계에 붙을 수 있어, 먹고 난 뒤에는 음식조각들을 모두 모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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