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세계사/버려진, 남겨진, 잊혀진

날다, 그리고 버려지다

딸기21 2015. 4. 14.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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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이 카테고리를 열어 봅니다.


하늘을 나는 것만큼 사람들을 꿈에 부풀게 하는 게 또 있을까요. 우리 딸 어릴적 소원이 날아보는 것이어서 의자 위에 올라가 날갯짓하며 뛰기도 했었는데 ㅎㅎ


하지만 인간의 꿈을 이뤄주던 비행기들, 늙거나 부서져 땅에 내려와 버려진 모습은 유독 서글픕니다. 아마도 사람들이 쓰다 버리는 쓰레기 가운데, 건물들을 빼면 비행기가 가장 덩치가 크지 않을까 싶군요. 그래서 더 을씨년스럽게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요. 


Commercial aircraft sit on the tarmac at the Southern California Logistics Airport in Victorville, California. In the aftermath of the September 11th terrorist attacks, the airline industry suffered a drop in revenue which resulted in many older airplanes being taken out of service and grounded _ DailyMail


세계에서 가장 큰 '비행기들의 무덤'은 미국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입니다. 이 곳의 비행기 무덤은 워낙 유명해서 '모하비 본야드 투어(mojaveairport.com/visit/)' 같은 것도 있더군요. 대략 25년 넘게 하늘을 날았던 비행기들이 퇴역하면 여기로 오는데, 덥고 건조한 날씨여서 별로 부식되지 않은 채 저렇게들 늘어서 있군요. 비행기들도 참 피곤하겠습니다.


애리조나주의 사막에도 '플레인 본야드'가 있지요.


(via John Creasey/Flickr and Google Maps)


Pinal Airpark 라는 곳입니다. 이곳은 민간 항공기들의 무덤입니다. 



(via Google Maps, Wikimedia Commons/RevolverOcelot, Senior Airman Alan R. Wycheck, U.S. Navy, planes.cz and Popular Science)


(via Google Maps, Wikimedia Commons/RevolverOcelot, Senior Airman Alan R. Wycheck, U.S. Navy, planes.cz and Popular Science)


어떤가요? 두 사진 모두 애리조나주 투산 부근, 데이비스-먼탠 공군기지에 있는 전투기들의 무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식 명칭은 AMARC, (Aerospace Maintenance And Regeneration Center)입니다.


또 다른 곳으로 가보겠습니다.


(via Bobak Ha‘Eri, Marks Flickr Page and Mike Fiala/Getty Images)

(via Bobak Ha‘Eri, Marks Flickr Page and Mike Fiala/Getty Images)


역시 민항기들의 무덤이로군요. 캘리포니아 빅터빌에 있는 옛 공군기지 Southern California Logistics Airport 입니다.


다른 종류의 무덤들을 보시려면 - 무덤들에 경의를


역시 항공대국인 러시아에도 비행기들의 무덤이 없을 리 없지요.


러시아 모스크바의 호딘카 에어로드롬(Khodynka Aerodrome)입니다.


(via EnglishRussia)


이 곳은 1941년까지 공항으로 쓰였다고 합니다. 지금은 2차 세계대전 시기에 버려진 군용기들이 저렇게 기괴한 풍경으로 남아 있습니다. 러시아 당국이 주변에 주거지역을 지으며 개발하고 있는데 그 과정이 너무 느려서 하나씩, 하나씩 버려진 비행기들이 처분되는 실정이라고 하네요.


다음은 어디일까요.


(via russos)

(via russos)


우크라이나의 버려진 공항이라고 합니다. 정확한 지점은 모르겠네요. 잉글리시러시아라는 사이트에 2010년 9월 올라온 사진들입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체르노빌을 빼놓을 수가 없지요...


(via russos)


체르노빌의 버려진 공항입니다. 왜 버려졌는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참사가 일어난 지 30년이 넘었지만 저 곳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나이지리아에도 버려진 비행기들이 있습니다. 


(via Jon Gambrell and Sunday Alamba/Associated Press)


나이지리아 최대 도시인 라고스의 Murtala Muhammed International Airport 입니다. 전국 공항 주변에 저렇게 버려진 비행기들이 많대요. 그래서 정부가 몇년 전부터 이 곳으로 모아 해체하는 작업을 하고 있답니다.



이번엔 비행기들의 무덤이 아닌, 아주 인상적인 비행기 사진들입니다.


(by photographer Dietmar Eckell)


사진작가 Dietmar Eckell 이 2010년 캐나다에서 찍은 겁니다. 


4개 대륙 70여개 나라를 돌며 사진을 찍던 에켈은 세계 곳곳에 남겨진 15대의 추락한 비행기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 시리즈의 제목은 역설적이지만 'Happy End'였다고 합니다. 비행기가 추락하기는 했으나 사망자가 없었던 사건들을 골라다니며 찍었다는군요. 


아래 사진들은 모두 Dietmar Eckell의 'Happy End' 연작입니다.


Canada, 2010

West Sahara, 2011

Mexico, 2010

USA, 2012

Iceland, 2012

Australia, 2013




역사적인 사진들도 있습니다.


(by Fred Ramage/Keystone/Getty Images)


1945년 독일 Grevenbrioch 라고 합니다. 부서진 독일 비행기들이 알루미늄 해체장에 버려져 있는 모습이라고 하는군요.


버려진 비행기의 안으로 들어가 본다면 어떨까요.


Johnny Joo 라는 미국의 젊은 사진작가가 2014년 6월 오하이오주에서 찍은 사진들입니다. 2차 세계대전 때 쓰였던 전투기들이 버려져 있는 것을 보고 찍었다는군요.



Johnny Joo / Barcroft Media

Johnny Joo / Barcroft Media

Johnny Joo / Barcroft Media


안에 들어가보면 저렇군요...



비행기들만이 아닙니다. 공항들도 버려집니다. 스카이스캐너에서 퍼온 것들입니다.



(by Manuel Carballo on Flickr)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같군요. 스페인의 Castellón–Costa Azahar Airport 입니다. 


이 공항은 2011년 3월 발렌시아 부근에 문을 열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것은 상징물인 흰 코끼리... 


지은지 몇년 되지도 않은 공항이 왜 저렇게 됐을까요? 지역 정치인이던 카를로스 파브라라는 사람을 기념해서 1억5000만 유로를 들여 착공을 했는데 이 사람이 탈세와 부패로 조사를 받으면서 완공되지 못해 저모냥저꼴이 됐다고... 


사연 있는 공항들은 또 있습니다.


(by Yiannis Kourtoglou)


키프로스 니코시아 국제공항입니다. 


키프로스는 1974년 터키의 침공을 받았습니다. 키프로스는 작은 섬나라죠. 원래 그리스나 마찬가지로 투르크제국에 속해 있었는데, 투르크가 쪼그라들어 현대의 터키 공화국이 됐지요. 그러면서 키프로스는 독립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리스계와 터키계가 남북으로 갈려 내전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터키의 침공, 그리스의 개입... 


유엔이 나서서 남북 사이에 완충지대를 설치했습니다. 남북한 사이의 비무장지대처럼 여기도 비무장지대가 생긴 겁니다. 그래서 저 공항은 저 상태로 시간이 멈춰버렸습니다. 



(남북한 간 DMZ와 남북 키프로스 사이의 완충지대에서 자연이 어떻게 인간이 망가뜨린 곳을 되살리고 있는지는 앨런 와이즈먼의 <인간 없는 세상>에 상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by Mohamed Jabaly on Flickr)


여기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가자 국제공항입니다.


왜 저렇게 됐는지는 자세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같습니다. 야세르 아라파트 국제공항이라고도 합니다. 1998년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연간 70만명이 이용했는데, 2001년 이스라엘군이 레이더 시설과 관제탑을 폭격해버렸습니다. 그러고는 활주로를 불도저로 밀어버렸습니다.


지난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또 침공했지요. 그 뒤 휴전협상에서 팔레스타인 측은 가자 공항을 다시 열게 해달라고 이스라엘에 요구했지만 이스라엘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세상 모든 것에는 역사가 있는 법. 그리고 모든 버려지는 것에도 그 나름의 아픔과 사연이 있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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