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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은의 세상]분리수거 대란? 세계의 쓰레기들은 어디로 갈까

딸기21 2018. 4. 8. 10:06

중국이 한국산 재활용 폐기물 수입을 잠시 중단하면서 국내에서 ‘분리수거 대란’이 일어났습니다. 원자재나 상품 못잖게 세계를 이동해 다니는 것들 중 하나가 ‘쓰레기’입니다. 쓰레기들은 어디에서 나와서 어디로 향할까요. 


태평양 한가운데의 ‘쓰레기섬’ 


플라스틱, 비닐 따위의 쓰레기들이 넘쳐나는 대표적인 장소는 태평양입니다. 여성들뿐 아니라 요즘에는 남성들도 적잖게 애용하는 각질제거제의 스크럽 알갱이들, 미국인들이 대형마트에서 카트에 쌓아 담는 여섯 개 묶음 맥주 팩의 비닐 고리, 페트병 뚜껑, 폴리스티렌 포장, 샌드위치를 쌌던 랩 조각, 검은 비닐봉지, 엉켜서 못 쓰게 된 그물. 잘 썩지 않는 플라스틱이나 비닐 따위로 이뤄진 이런 쓰레기들이 강을 통해 바다로 흘러가 태평양에서 모입니다.


서아프리카 가나 수도 아크라 외곽에서 쓰레기를 뒤지는 주민들. Getty Images



하와이에서 북동쪽으로 1600㎞ 가량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 선박업계에서 ‘태평양의 거대 쓰레기장(Great Pacific Garbage Patch)’이라 부르는 쓰레기 섬이 있습니다. 점점 늘어나는 부유물들로 인해 쓰레기 섬의 크기는 140만㎢에 이르렀습니다. 이 곳의 정식 명칭은 ‘북태평양 아열대 환류(North Pacific Subtropical Gyre)’로, 하와이와 미국 사이에 위치해 있습니다. 1년 내내 적도의 더운 공기가 고기압을 이루면서 서서히 소용돌이치며 바람을 빨아들이기만 하고 내보내지 않기 때문에 배들이 다니지 않는 곳이라고 합니다. 

고기압 아래에서는 해수면이 시계 방향으로 느리게 돌아가며 소용돌이를 그립니다. 태평양 주변을 도는 바닷물의 절반은 해류를 따라 이곳으로 오게 되는데, 이 지점에 이르면 해류가 급격히 느려져 쓰레기들이 모이게 됩니다. 현미경으로 조사해봐야 알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스크럽 알갱이에서부터 거대한 그물까지, 미국·캐나다와 아시아 지역에서 오는 모든 쓰레기들이 여기 모여 하나의 대륙을 만들고 있습니다. 쓰레기의 90%는 플라스틱류입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해양학자 보니 몬텔리오니 등은 앞으로도 몇 백 년 동안 이 쓰레기섬이 사라지지 않고 바다에 남아있을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몬텔리오니는 해류의 속도가 느려져 ‘죽음의 바다’라 불리는 대서양 사르가소 해역에도 북태평양 환류보다는 작지만 쓰레기 섬이 만들어져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학자들은 일본에 근접한 태평양 동부에도 비슷한 쓰레기 해역이 있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지구 전체 대양을 부유하는 쓰레기의 양은 북태평양 환류 쓰레기 섬의 5배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지구를 24바퀴 휘감는 쓰레기 

해마다 세계 사람들이 버리는 쓰레기의 양은 21억 톤 정도로 추산됩니다. 이 쓰레기들을 실은 트럭을 한 줄로 세우면 지구를 24바퀴 휘감을 길이라고 합니다. 월드카운츠닷컴이라는 사이트에서는 매 순간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의 양을 계산해 보여줍니다. 

중국 광둥성 귀유의 전자쓰레기 해체장. Getty Images
중국 광둥성 귀유의 전자쓰레기 해체장. Getty Images


근래 급격히 늘어난 것은 ‘IT 쓰레기’입니다. 이른바 전자쓰레기(e-waste)들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구식 휴대전화와 컴퓨터 부품들이죠. 아프리카 서부에 있는 가나의 수도 아크라는 그 일대의 손꼽히는 대도시입니다. 쇼핑몰과 부티크들은 다른 지역 여느 상가와 다를 바 없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도심에서 벗어나면 바닷가는 온통 쓰레기장입니다. 

아그보그블로시에는 아크라 교외 바닷가에 있는 습지였는데 지금은 전자쓰레기의 무덤으로 더 유명합니다. 바젤행동네트워크(BAN)라는 미국 시애틀의 작은 시민단체는 부국들이 어떻게 유독성 전자제품 쓰레기들을 제3세계에 떠넘겨버리는지를 추적했습니다. 이 단체는 매년 수백만 톤의 전자제품 폐기물이 쌓이는 아그보그블로시에를 ‘세계의 디지털 쓰레기장’이라 부릅니다. 

1989년 채택된 바젤협약은 유해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과 거래를 규제하고 있습니다. 선진국들이 돈을 주고 빈국에 유독성 쓰레기를 떠넘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협약은 멀고 쓰레기는 가깝습니다.’ 2012년 5월 유엔환경계획(UNEP)이 펴낸 보고서는 ‘전기·전자장비(EEE)’ 쓰레기들 즉 ‘WEEE’가 아프리카에 쌓여가고 있다면서 나이지리아, 가나, 베냉, 코트디부아르, 라이베리아 같은 나라들의 문제가 특히 심각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수백 년 간 내륙에서 붙잡혀온 노예들이 아메리카 대륙으로 팔려가던 항구들이 이제 전자쓰레기 불법 거래처가 돼버린 것이죠. 

빈국에 버려지는 ‘독극물’ 전자쓰레기 

컴퓨터와 주변기기들은 유해물질이 잔뜩 들어있는 독극물 덩어리나 다름없습니다. 반도체와 모니터 스크린, 전력조절장치 등에 들어있는 납과 카드뮴, 비소, 수은은 치명적인 중독증을 일으킵니다. 모니터 스크린에는 바륨과 티타늄이 들어 있고, 모니터의 음극선관 CRT에는 비소와 납이 포함돼 있습니다. 키보드 전력 공급 장치 속에 들어 있는 셀렌이라는 물질은 전자·기계공업에 많이 쓰이는데, 황과 결합하면 유독한 화합물을 만들어냅니다. 반도체의 카드뮴은 말할 것도 없이 맹독성 물질입니다.

라스틱 케이스에는 공해를 일으키는 폴리브롬화물질이 들어 있고, 본체의 방화재로는 안티몬 3산화물이라는 것이 쓰입니다. 쇠의 부식을 막는데 쓰이는 크롬은 부패 방지제로 쓰이는데, 역시 화합물이 되면 호흡기 손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컴퓨터 스위치에는 수은 성분이, 금속 부품에는 코발트가 들어 있죠. 

아크라처럼 쓰레기장들이 자리잡은 곳에 거주하는 빈민들은 전자쓰레기를 해체해 먹고 삽니다. 마땅한 장비나 기술이 없는 주민들은 전화기, 랩톱, TV같은 물건들을 망치나 쇠몽둥이를 써서 말 그대로 때려 부숩니다. 이 과정에서 불이 나기도 하고, 유독성 물질이 나오기도 합니다. 가나와 가까운 코트디부아르에서는 2006년 쓰레기 소각장 주변 주민들 10명이 유독성 가스 때문에 숨지고 7만여 명이 치료를 받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파키스탄도 폐컴퓨터들이 ‘수입’되고 ‘불법 폐기’되는 나라들 중 하나입니다. 오염 많고 유해한 분류·해체 과정은 주로 여성과 어린이들의 일입니다. 유럽은 전자쓰레기폐기규칙을 만들어 규제하고 있지만 관리감독이 소홀하기 일쑤입니다. 심지어 개도국 정부들의 단속을 피해 ‘자선 기부’를 위장해 쓰레기를 보낸 일도 있었습니다. 2008년부터 2009년까지 인도 세관은 기부물품으로 위장돼 들어온 폐컴퓨터 600톤을 적발했습니다. 70%가 미국에서 온 것들이었습니다. 

전자제품들의 종착역으로 유명한 또다른 곳은 중국 광둥성의 귀유입니다. 내장이 풀어헤쳐진 짐승들처럼, 컴퓨터 메인보드와 휴대전화 부품들, 키보드들이 쌓여있는 곳에서 사람들이 살아갑니다.

쓰레기로 이뤄진 도시, 스모키마운틴 

세상엔 쓰레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 곳 중의 하나가 필리핀의 마닐라의 ‘스모키마운틴’입니다. 쓰레기를 태우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쓰레기 산이죠. 이곳 주민의 절반 이상이 어떤 형태로든 쓰레기와 관련된 일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필리핀 마닐라의 ‘스모키마운틴’. Getty Images

필리핀 마닐라의 ‘스모키마운틴’. Getty Images


이미 1990년대에 정부가 쓰레기 산을 통제하기 시작하고 그곳에서 열악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다른 주택단지로 이주시켰으나, 스모키 마운틴에 기대어 살아가야 하는 현실을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몇 시간을 걸어서 매일 쓰레기 산으로 출퇴근 하는 사람들이 3만 명에 이릅니다. 높이 20m의 언덕인 스모키마운틴은 비닐봉지, 타이어, 빈 병을 비롯한 온갖 쓰레기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계단도 없고 길도 없는 그 산 곳곳에 묶여 있는 밧줄을 잡고 올라간 사람들은 쓰레기를 파내 쓸 만한 것들을 건져냅니다. 

캐나다 언론 내셔널포스트는 2014년 밴쿠버에 쌓여 있던 쓰레기가 어떻게 불법으로 마닐라로 옮겨져, 바닷가에서 썩어 가는지를 보도했습니다. 원래는 리사이클링을 위해 분류된 플라스틱 제품들이었어야 했는데, 성인용 기저귀
들을 비롯한 생활 쓰레기들을 모아 실어보낸 겁니다. 당국은 하역을 거부했고, 쓰레기들은 마닐라 국제컨테이너터미널 부근에 방치됐습니다. 이 사건은 필리핀에서 정치적인 이슈가 됐습니다. 상원 의원들은 캐나다에 쓰레기들을 가져갈 것을 촉구했고, 시민 4만 명이 쓰레기를 가져가라는 청원에 서명했습니다. 

안타깝게도 필리핀은 2014년 초강력 태풍 하이옌에 강타당한 뒤 캐나다로부터 2000만 개의 구호품과 수백만 달러의 구호 원조금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필리핀 정부는 캐나다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 것조차 포기했다. 처벌을 받은 것은 크로닉의 컨테이너를 몰래 수입한 필리핀 현지 쓰레기 불법 거래업자들뿐이었습니다. 

도시와 함께 팽창한 쓰레기 

쓰레기가 늘어나는 것은 도시화와 궤적을 같이 합니다. 2014년 유엔이 집계한 세계의 도시화 비율은 54%였습니다. 저개발국에서도 도시의 급팽창이 두드러졌습니다. 이런 도시들은 거대한 쓰레기 산들을 만들었습니다.

재활용품을 수거해 먹고 살아가는 인도 여성. Getty Images

재활용품을 수거해 먹고 살아가는 인도 여성. Getty Images


2025년이 되면 세계의 인구 중 14억 명 이상이 추가로 도시에 살게 됩니다. 이때가 되면 현재 하루에 1인당 0.64kg인 도시 인구의 고체 쓰레기 배출량이 1.42kg으로 증가할 것으로 세계은행은 보고 있습니다. 세계의 도시 쓰레기 총량은 2014년 연간 6억8000만 톤에서 22억 톤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2100년 매일 세계에서 배출되는 쓰레기의 양은 1100만 톤에 이를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5개 회원국들은 세계의 평균에 비해 쓰레기를 더 많이 내놓습니다. 이 나라들은 지금도 매일 175만 톤을 내다버리는데, 2050년 정점에 이르렀다가 그 뒤부터 쓰레기의 양이 좀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성장이 사실상 한계에 달했고 인구가 감소 혹은 정체되는 추세에 있기 때문입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속한 나라들은 2075년에 쓰레기의 양이 가장 많을 것이며 그 뒤에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2010년 세계에서 폐기물 처리에 투입되는 예산은 연간 2050억 달러 규모였습니다. 이것이 2025년에는 3750억 달러로 늘어나게 됩니다. 특히 저개발국이나 개발도상국에는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고, 사실상 이를 모두 충당할 돈이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