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쿡은 영국이 제국주의 국가로 세계에 위용을 떨치던 18세기에 오대양을 돌아다닌 사람이다. 왕립해군 함장직에 올라 ‘캡틴 쿡’이라는 애칭으로 더 유명한 그는 인도양에서 북대서양 뉴펀들랜드까지, 하와이와 호주·뉴질랜드까지 온 바다를 돌며 뱃길을 열고 지도를 만들었다. 개척자이자 모험가, 선원이었던 동시에 제국주의의 첨병이기도 했던 쿡은 한 가지 이색적인 ‘선물’을 후대에 남겼다. 바로 투이 말릴라(Tu‘i Malila)라는 거북님이시다.
이분이 투이 말릴라 님이시다. 지금은 박물관에 있는... /이너넷에서 멋대로 퍼옴
이 초상화의 인물은 제임스 쿡. 나다니엘 댄스라는 사람이 그린 것이다.
세상에 많고 많은 거북들이 태어나 죽었겠지만 이 거북이는 사람처럼 생몰년도가 기록으로 남아있다. 쿡이 1777년 남태평양 섬나라 통가의 왕실에서 선물로 받은 새끼거북 투이 말릴라는 ‘마다가스카르 방사상거북(Geochelone radiata)’이라는 희귀종이었다. 흙갈색 등갑(등껍질)에 노란색이나 오렌지색의 독특한 방사상 무늬가 있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북’이라 불리기도 한다. 육지에 살면서 풀이나 과일, 선인장을 먹는다.
마다가스카르 방사상거북님들의 자태를 보시려면 ▶ 여기로
이 거북들은 등갑의 길이가 한 자가 넘고 보통은 40~50년을 산다. 하지만 투이 말릴라는 그 몇배를 살았다. 영국으로 자기를 데려간 주인 쿡이 1779년 숨지고 세기가 두번 바뀐 뒤에까지 살면서 영국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1953년 엘리자베스2세 여왕이 통가를 국빈방문하면서 우호의 상징으로 투이 말릴라를 데려가 통가 왕실에 보여주기도 했다.
거북님은 1965년 5월 19일 타계했다. 향년 188세. 죽은 뒤 투이 말릴라는 고향으로 되돌아갔다. 통가의 주 섬인 통가타푸의 국립박물관에 보존처리돼 보관돼 있다.
지구상엔 오래 사는 동물들이 많다. 해면·박테리아 같은 것들을 빼고 비교적 복잡한 유기체 중에선 1977년 숨진 ‘하나코’라는 이름의 일본 잉어는 226년을 살았다. 포유류로는 211년을 산 북극고래가 최고기록이다. 홍해의 성게 중에도 200년 넘게 사는 것이 있다. 뱀처럼 기나긴 발이 달린 지오덕이라는 대합조개는 160년을 살았다(넘 신기해서 사진을 찾아봤는데, 이 종류는 어째 영 거시기하게 생겨서... 파일 첨부는 생략). 미국 뉴욕의 한 해물식당에서 키우던 ‘조지’라는 바닷가재가 지난해 1월 죽었는데 나이가 140살이었다.
하지만 가장 오래 산 것들은 역시나 장수의 상징 거북님들이다.
알다브라큰거북(Aldabra giant tortoise) 종류인 인도의 아드와이타는 콜카타 동물원에서 2006년 250세를 일기로 숨을 거뒀다. 동인도회사의 영국인 관리였던 로버트 클라이브가 아프리카 동쪽 세이셸 군도를 다니던 영국 선원에게서 얻어 애완동물로 키웠는데, 영국인들이 떠난 뒤 동물원에 보내졌다 한다. 같은 해 죽은 호주의 갈라파고스거북 해리엇은 175년을 살았다.
2005년 돌아가시기 전 해, 아드와이타 님의 모습
사자후를 토하는 해리엇 님.
내 이름은 티머시...
지중해거북 티머시는 영국 해군함장 존 에버라드에게 발견돼 1892년까지 해군 마스코트 노릇을 했다. 당시만 해도 사람들이 거북의 암수를 구분하는 법을 몰라, 암컷인데 남자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크림전쟁 때 영국 해군함 HMS퀸호가 세바스토폴을 폭격할 때에도 티머시가 함께 했다.
‘은퇴’한 뒤에는 데번의 백작이 데려다가 돌봤다. 시대를 풍미한 티머시는 2004년 160살에 죽었다. 인간보다 훨씬 오래 지구를 지켜온 마다가스카르 방사상거북, 알다브라큰거북, 갈라파고스거북 등은 이제는 남획에다가 서식지를 잃어 모두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나무 중에는 누가 오래 살았을까.
미국 네바다주에 있던 ‘프로메테우스’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거인신의 이름을 지어내기도 전에 이 땅에 태어났다. 브리슬콘소나무 종인 프로메테우스는 5000년을 살다가 1964년 죽어 베어졌다. 성서에서 이름을 따온 ‘므두셀라’도 같은 종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에 4800년을 서있다.
랑거뉘 주목 님.
이란 야즈드주(州)의 아바르쿠에는 ‘조로아스터 나무(Zoroastrian Sarv)’라 불리는 사이프러스(편백나무)가 4000년째 살고 있다. 편백나무를 가리키는 현지어 ‘사브’를 붙여 ‘사브 아바르쿠(Sarv-e-Abarkooh)'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영국 북웨일즈에는 랑거뉘(Llangernyw)라 불리는 4000살 짜리 주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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