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작가 마루야마 겐지의 는 오토바이의 시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소설이다. 뿌리 뽑힌 채 질주본능으로만 존재하는 오토바이는 거대 도시를 꽉꽉 메운 인간들을 향해 이렇게 일갈한다. “뒈져라, 형법 불소급의 원칙.” 문명이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저급함, 죄를 짓고도 뉘우치지 않으며 스스로가 더럽혀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인간들, 늙고 병들고 타락한 나라를 향한 이단아의 처절한 외침이다. 제국주의와 파시즘의 언술이 곳곳에서 판을 친다. 얼마 전 미국에서는 연방 하원의원이 백인들의 문명, 백인들의 문화를 거론했다. 미국이 스페인에게서 필리핀을 빼앗던 시절에 나오던 케케묵은 말들이 21세기에 소셜미디어를 타고 울려퍼졌다. 인종주의의 망령은 미국과 유럽이 2차 세계대전 이후로 쌓아올린 이상과 삶의 기준을 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