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유럽의 역사. 앨버트 린드먼. 장문석 옮김. 삼천리. 7/29
알차다. 마크 마조워 <암흑의 대륙>과 이언 부루마의 <0년>과 겹치면서도 결이 달라 재미있게 읽었다. 다만 유대인 문제에 좀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느낌. 그리고 굉장히 두껍다. 다 읽는 데에는 당연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_-
미국 역사학자인 저자는 19세기 이후 유럽의 혁명과 반혁명으로 시작해 20세기의 두 차례 전쟁과 냉전을 거쳐 2012년의 상황까지 200년 이상의 역사를 아우른다. 나폴레옹의 유산들로부터 유럽의 근현대를 끄집어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 유럽의 역사'라고 책 제목이 박혀 있지만 시간적 폭은 상당히 넓다. 광활한 시공간적 배경을 다루면서도 여성 문제, 아일랜드 문제, 유대인 문제 등의 몇 가지 테마를 틈틈이 잊지 않고! 콕콕 짚어주는 것은 장점이자 단점. 장점인 이유는 설명할 필요 없을 것 같고, 단점인 이유는... 잊을만 하면 나오는데 그렇다고 딱히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것도 아니어서 좀 튄다는 느낌이랄까.
저자가 이 시기 유럽의 역사를 보는 프레임은 '혁명에 대한 응전'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시각이고, 혁명적 이상과 아이디어는 '세상을 흔든 도전'으로 묘사하는 식이다. 유럽을 이데올로기의 각축장으로 보고 역사를 다루는 시각은 마조워와 비슷한 듯 싶지만 그 결과물에 대한 설명은 늘 껄쩍찌근하다. 나치의 인종청소 못잖게 소련의 민간인 학살도 심각했음을 거듭x거듭 강조하고 있다. 서유럽과 동유럽의 역사를 가리지 않고 두루두루 다루는 것은 매력적.
1848년 혁명과 그에 맞선 빈 체제(메테르니히 체제)를 전반부에서 꽤 상세히 다루고, 책의 그 나머지 절반 정도에서는 양차 세계대전 사이의 상황을 서술한다. 1840년대와 1940년대를 비교하고 차이를 짚어보는 데에 많이 할애한 느낌. 내가 역사에 무지해서 그런지, 정작 이런 비교분석이 생생하게 와 닿지는 않았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의 냉전과 냉전의 종식 과정 등은 간략하게만 훑고 지나갔다. 말미에선 2000년대 이후 유럽이 맞은 도전으로 이주민 문제 등을 간단하게 언급했다.
번역자가 '아니나 다를까', '과연' 같은 수식어를 너무 많이 집어넣어서 조금 눈에 거슬리고, '이슬라엘(이스라엘)'같은 단순 오자가 눈에 보이는 것은 옥의 티.
이 시리즈로 나온 첫번째 책인 <현대 아프리카의 역사>도 엄청나게 길지만 사서 봐야지. 다른 책들도 나오는 족족 열심히 봐야지. 유럽사로는 헤이르트 마크의 <유럽사 산책> 1, 2권이 책꽂이에 꽂혀 있는데 무려 두 권인데다 역시나 몹시도 두껍다. 더불어, 전쟁사를 좀 봐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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