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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제왕- 골룸을 만나던 날

반지제왕, 아주 오랜시간에 걸쳐서 읽고 있다. 이미 10년전쯤에 처음 소설책을 구입한 이래 수차례 '완독'에 실패한 것은 내 게으름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의외로 내겐 이 책이 그닥 흡입력이 없었다. 솔직히 앞부분, 지겨웠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1편은 버섯마을같이 생긴 귀여운 호빗네 마을만 기억나고, 2편은 거의 기억이 안 난다. 3편은 제법 장관이어서 재밌게 봤다. 스펙터클에 압도되기도 했고. 하지만 (반지팬들께는 죄송하지만) 뭐 그렇게 감동적인 영화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배우가 없는 영화'라는 점도 맘에 안 들고,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을 잘 살린것 같지도 않고. 그 영화 만드는데 돈이 꽤 들어갔을 것 같기는 하다. 다시 소설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어느 순간, 소설가의 '느낌'이 나에..

딸기네 책방 2004.07.31

입맛이 바뀌는 일본 사람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인스턴트식품과 패스트푸드에 입맛이 길들여져서 맵고 짠 음식만 좋아한다고, 친정엄마가 제게 입버릇처럼 말씀하시곤 했지요. 패스트푸드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워낙 밖에서 식사를 하는 일이 많다보니 아무래도 '파는 음식'에 입맛이 길들여져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도쿄에서 제게 일본어를 가르쳐주고 있는 크리타 선생도 비슷한 얘길 합니다. 인스턴트 식품 때문에 일본 사람들 입맛이 바뀌고 있다고요. 그런데 일본의 경우는, 입맛이 바뀌는 사람들이 주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라는 점이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릅니다. 고령화사회가 되면서 혼자 혹은 부부 단 둘이 사는 노인들이 늘어나, 이들의 입맛이 변하고 있다는 겁니다. 크리타 선생의 친정어머니는 도쿄에 혼자 살고 있는데, 편의점이나 대형 수퍼마켓에서 ..

도쿄의 무더위

30도 넘는 날이 벌써 며칠째 계속되고 있는 것일까. 몇해전 여름휴가 때 도쿄에 왔을 때에도 날씨는 너무 더웠다. 국립박물관에 들렀다가 우에노공원으로 나왔던 순간,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코와 입 안에 밀려들어오던 그 후덥지근한 공기가 생각난다. '더위'를 생각할 때면 나는 두고두고 그 날의 감각을 떠올렸었다. 어제는 일본에서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도쿄 기온 최고라는 39.5도, 그리고 오늘도 39도는 너끈히 달성할 것이라고 한다. 엊저녁부터 오늘 아침까지, 방송에서는 계속해서 '충격적인' 무더위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 39도는 백엽상의 날씨일 뿐이고, 실제 생활하면서 느껴지는 기온은 40도를 웃돌고도 남는다. 조그만 우리집은 찜통 그 자체다. 꼼꼼이와 내가 생활하는 마루방은 24시간 에어컨을 틀고 ..

도쿄의 병원에 다녀왔어요

후덥지근한 도쿄의 무더위를 견디지 못해 하루 24시간 에어컨을 틀어놨더니, 꼼꼼이가 결국 감기에 걸렸습니다. 어제 밤부터 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져서, 급기야 오늘은 동네 의원에 다녀왔습니다. 가정집처럼 편안하게 해놓은 소아과 병원들을 보면서 부러워한 일도 있습니다만, 일본의 병원이 한국의 병원과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은, 아이들 진료가 공짜라는 겁니다. 6살 이하의 어린이들은 치료비가 무료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정말 그렀더군요. 꼼꼼이가 백일도 되지 않은 갓난아이일 적에 서울에서 예방접종을 하러 간 적이 있습니다. 똑같은 종류의 백신인데 일반 주사는 1만원, 아프지 않은 접종은 4만원이라고 해서 울며겨자먹기로 비싼 접종을 선택했던 경험이 있거든요. 법정전염병 예방접종조차도 비싼 돈을 내야한다는 건 아무래..

작은 것이 아름답다?

며칠전 무덥던 날, 자전거를 타고서 좀 멀리 떨어진 대형 수퍼마켓에 갔다. 보통 쇼핑수레에 아이를 싣게 돼있는데, 여기는 커다란 장난감 자동차에 바구니를 놓을 수 있게 되어있어서, 꼼꼼이를 자동차에 태웠다. 아주 좋아했다. 무향료, 무색소 비누를 샀다. pure soap라고 써있는 하얀 비누 토막. 어쩐지 soap 라기보다는 cleansing bar 라는 이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색소도 향료도 들어있지 않으니, 색깔 빠진 빨래비누 같기도 하고. 비누 본연의 냄새가 난다고 할까. 값도 굉장히 싼 편이었는데, 이 비누를 요즘 애용하고 있다. 피부가 몹시 안 좋은 탓에, 보들보들한 세안보다는 뽀드득거리는 느낌을 좋아하는데 딱 내 취향의 비누(인공향료 냄새 싫은 분들, 얘기하세요, 귀국 때 선물로 사다드릴테..

일본의 날씨는 그야말로 변화무쌍

일본은 여름이면 우리나라보다 더 길고 지리한 장마철을 보내야 하는데요, 장마는 6월 초중순에 시작해 7월까지 한달 넘게 계속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이상기후로, 이달초 장마가 시작되는 듯 하더니만 지난주에는 내내 덥고 맑은 날씨가 이어졌습니다. 일본어써클 하기와라 선생의 말로는, 이렇게 장마철에 한 차례씩 맑은 날이 있는 것을 '쯔유노 하레마(梅雨の晴れ間)'라고 한다는군요. 장마에다가 '쯔유' 즉 '매화비'같은 예쁜 이름을 붙인 것을 보면, 꽃놀이 좋아하고 여름인사 빼먹지 않고 날씨를 중시하는 일본인들의 전통이 느껴지는 것만 같더군요. 서울서 나고 자라 절기는 고사하고 철 모르고 지내기 일쑤였던 저에게는, 날씨에 관한 다양한 표현들이 생경하면서도 신기하고 재미있게 들렸습니다. 날씨 얘기가 나와서 말..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어떡해... 나 결국 다시 버닝해버렸다...!!!!!!!!!! 일본에서도 유로2004를 볼 수 있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채널 식스, TBS에서 방송을 해주더라 이 말이지! 밤에 잠이 안 와서 아지님 비됴 보는데 참견하려고 나왔다가, 그만 하일라이트를 봐버렸다. 그리고 새벽 3:30 D조 네덜란드-체코전 생중계를 보아버렸다. 게다가, '축구 보고난 뒤에 곧바로 자야지' 하고서 무려 바나나 안주에 사께를 마시며 관람하는, 딸기답잖은 관전행태까지 보이면서 말이다! 그런데... 오늘 경기는...이런... 너무너무 재미있자나!!!! 네덜란드, 쓰리톱은 훌륭했다. 내가 몹시도 애호하는 루드가 중앙, 오른쪽에 반더메이드(네덜란드 현지 거주중인 선배 말로는 '판'이 맞다고 하던데), 왼쪽에는 아인트호벤의 잘나가는 신..

후지따 쇼오조오, '전체주의의 시대경험'

전체주의의 시대경험 후지따 쇼오조오 (지은이) | 이홍락 (옮긴이) | 창비(창작과비평사) 리뷰를 쓰려고 마음먹은지는 오래됐다. ‘서평’이라고는 하지만 어차피 ‘나를 위한’ 독후감이다. 이 책을 읽고서 내가 나에게, 아무 말 없이 넘어가서는 안 될 것 같아서 반드시 독후감을 정리를 해야겠거니 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리뷰를 쓰기가 참 힘들었다. 이 책, 몇마디 말로 정리해버릴 수 있는 그런 책이 아니다. 다른 분들의 리뷰를 읽었다. 알라딘에 올라와 있는 리뷰 3편, 별이 열다섯개. 거기에 지금 내가 별 다섯개를 더 붙이고 있다. 몇편 안 되는 리뷰이지만 이렇게 일관되게 ‘별 다섯개’를 받을 수 있는 책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더우기 재미난 소설책도 아니고, 뭔가 대중적인 흥미를 불러일으킬 요소 따위란 눈..

딸기네 책방 2004.06.17

요새 읽은, 그러나 정리가 잘 안 되는 책들

재미난 책들을 읽었는데 꼼꼼히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일본에 온 이래로, 나는 '글'이다 생각되는 것을 거의 적지 못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어쩐지, 이 곳에서의 내 생활은 현실성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요새 일본 드라마 'Long Vacation'에 푹 빠져 있다. 도쿄에서 보내는 나의 1년은, 아마도 내 인생에 드물게 찾아오는 'Long Vacation'이라 해도 될 것 같다. 어느새 나의 일상이 되어버린 서른세살까지의 생활에 너무 푹 젖어있어서인지, 나는 도쿄에서의 생활을 아주 즐겁게 받아들이면서도 동시에 이 생활의 '비현실성'을 더더욱 실감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차분히 뭔가를 정리하고, '예전처럼' 생각한다는 게 힘들기만 하다. 라이브러리를 멋대로 방치해둔 자의 변명 아닌 변명인 동시에, 지..

트레이시 슈발리에, '진주 귀고리 소녀'와 몇가지 기억들

진주 귀고리 소녀 Girl with a Pearl Earring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은이) | 양선아 (옮긴이) | 강 | 2003-08-25 주변의 평에 비하면,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베르메르... 하면,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대학교 때 마구잡이 발표 수업이 있었는데, 미술에 대해 아무거나(!) 주제를 잡아서 발표하면 되는 거였다. 그때 나는 베르메르에 대해 발표를 했었다. 내용은 개판이었으므로 여기서 까발기고 싶지는 않다. 나는 그림의 모델이 되어본 경험도 있다. 어릴 적 우리집 2층 마루는 엄마의 화실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화실이 따로 없었던 엄마가 그림 도구를 널려놓은 공간이었다. 엄마는 어릴적 나한테 이런저런 자세를 취해보라고 하셨었는데, 제일 많이 했던 것은 흑염소 옆에 가서 서있는 것과..

딸기네 책방 2004.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