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이웃동네, 일본

입맛이 바뀌는 일본 사람들

딸기21 2004. 7. 21.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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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 사람들은 인스턴트식품과 패스트푸드에 입맛이 길들여져서 맵고 짠 음식만 좋아한다고, 친정엄마가 제게 입버릇처럼 말씀하시곤 했지요. 패스트푸드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워낙 밖에서 식사를 하는 일이 많다보니 아무래도 '파는 음식'에 입맛이 길들여져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도쿄에서 제게 일본어를 가르쳐주고 있는 크리타 선생도 비슷한 얘길 합니다. 인스턴트 식품 때문에 일본 사람들 입맛이 바뀌고 있다고요. 그런데 일본의 경우는, 입맛이 바뀌는 사람들이 주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라는 점이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릅니다. 고령화사회가 되면서 혼자 혹은 부부 단 둘이 사는 노인들이 늘어나, 이들의 입맛이 변하고 있다는 겁니다.


크리타 선생의 친정어머니는 도쿄에 혼자 살고 있는데, 편의점이나 대형 수퍼마켓에서 파는 인스턴트 식품을 주로 먹다보니 달고 짠 음식을 좋아하는 쪽으로 입맛이 바뀌었다는군요. 일본어교실의 오카 선생도 같은 얘길 합니다. 이 분은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데, 자녀들은 모두 분가해 나가고 노인 셋이 살다보니 음식 만들기 번거로워 역시 사먹는 경우가 많답니다. 그러니 세 식구 입맛이 매식(買食)에 맞춰 변하고 있다는 거죠.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일본도 이미 먹거리들은 거의 외국산 재료들로 바뀌어버린 것 같습니다. '토종 입맛'을 이야기하기엔 이미 글로벌화의 수준이 지나쳐버린 것 같기도 합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 식성도 달라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수십년간 유지해온 입맛을 노년에 본의 아니게 바꿀 수밖에 없게 된 노인들의 사정은 좀 안쓰럽게 들렸습니다. 고령화 사회가 멀지 않은 우리나라를 생각하면 남의 일 같지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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