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이웃동네, 일본

요즘 먹고 사는 것들

딸기21 2004. 9. 17. 18:30
728x90

내가 무슨 '요리'를 하겠냐고. 아무튼 나도 먹고 살고는 있다. 그것도, 오로지 내 손으로 만들어먹고 살고 있다. 인스턴트 식품도 요새는 잔뜩 사다먹고 있으나 기본은 역시나 내가 스스로 만들어 먹어야 한다는 것. 아지님도, 꼼꼼이도 음식을 못하니 할 수 없지. 

날마다 '오늘은 뭐해먹을까' 주부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 내가 할 줄 아는 것이 많지 않은데다, 내가 다니는 수퍼에서 파는 물건들로 재료가 한정돼 있으니 선택의 폭이 넓을리 없다. 국은 미역국, 조개국, 북어국, 시금치된장국, 가끔씩 된장찌개, 오늘은 감자국, 뭐 이런식이다. 


며칠전에는 오뎅(어묵국) 끓이는 어묵이 싸게 나왔었다. 썩둑 썬 대파, 양파 반토막, 다시마, 무, 멸치, 마늘 두 쪽, 어묵을 넣고 푹푹 고았더니 제법 진국같은 맛이 난다. 오뎅국은 아지님과 나와 꼼양 모두가 좋아하는 메뉴인지라 두 번이나 해먹었다. 가을은 가을인가보다.

김치찌개를 해먹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신김치가 없다 -_- 신김치는 고사하고, 안 신 김치도 없는걸. 배추 1/4 토막을 사다가(더 큰 것은 잘라담을 그릇이 없다) 김치를 만들면 사나흘이면 땡이다. 김치가 시기는 커녕 채 익을 틈도 없이 뱃속으로 들어가버린다. 김치가 아무래도 제대로 하는 배추김치에 비해 맛이 안 나는데 비결을 모르겠다. 젓갈, 파, 마늘, 고춧가루 말고 또 뭐를 넣어야 할까...

배추김치 말고 밑반찬으로 담는 것은 부추김치, 파김치. 깍두기는 몇번 해먹어봤지만 여기서 파는 무로는 도저히 맛이 안 난다. 어제는 일본 아줌마가 준 흰김치엑기스를 물에 희석해서 백김치 비슷한 걸 만들었다. 일본사람들 입맛에 맞게 나온 것인지라, 백김치보다는 피클같다. 달고 짜다. 시원한 동치미, 나박김치 먹고싶어라... 하지만 무우랑 양배추 숭덩숭덩 썰어넣고 담가놓으니, 차가운 맛에 그럭저럭 먹을만은 하다.

마늘장아찌는 봄에 한차례 실패한 경험이 있다 -_- 식촛물에 담가 냄새 빼는 걸 몰라서 망쳤는데, 봄에 담아놓았던 걸 까맣게 잊고 지내다가 엊그제 냉장고에서 꺼내먹으니 이제야 제 맛이 났다. 생각난 김에 오늘은 장아찌에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자, 마늘 꺼내어 식촛물에 담가놨다 ^^

생선은 몇가지 사먹어봤지만, 일본사람들 먹는 것과 우리가 먹는 것은 아주 다른 모양이다. 여기 사람들 좋아하는 생선은 영 안 맞아서, 그저 고등어 사다먹는 것에 그치고 있다. 고기 종류는 값이 보통 비싼 게 아니다. 손바닥만한 돼지고기에 양념 발라 놓은 것이 한토막 100엔(1050원)씩 하는데 그거 석장 사다가 구워먹든가, 종잇장처럼 얄팍한 돼지고기 사다가 고춧가루 넣고 제육볶음 해먹든가, 닭고기 사다가 조려먹든가. 요즘엔 그나마도 귀찮아서 그냥 고기 사다가 로스구이처럼 프라이팬에 구워 소금찍어 먹는 것으로 만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