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이웃동네, 일본

작은 것이 아름답다?

딸기21 2004. 7. 1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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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무덥던 날, 자전거를 타고서 좀 멀리 떨어진 대형 수퍼마켓에 갔다. 보통 쇼핑수레에 아이를 싣게 돼있는데, 여기는 커다란 장난감 자동차에 바구니를 놓을 수 있게 되어있어서, 꼼꼼이를 자동차에 태웠다. 아주 좋아했다.

무향료, 무색소 비누를 샀다. pure soap라고 써있는 하얀 비누 토막. 어쩐지 soap 라기보다는 cleansing bar 라는 이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색소도 향료도 들어있지 않으니, 색깔 빠진 빨래비누 같기도 하고. 비누 본연의 냄새가 난다고 할까. 값도 굉장히 싼 편이었는데, 이 비누를 요즘 애용하고 있다. 피부가 몹시 안 좋은 탓에, 보들보들한 세안보다는 뽀드득거리는 느낌을 좋아하는데 딱 내 취향의 비누(인공향료 냄새 싫은 분들, 얘기하세요, 귀국 때 선물로 사다드릴테니). 무향료 무색소라니, 어쩐지 자연친화적인 느낌도 들고 말이다.

비누 이야기가 길었는데, 요지는 이거다. 싸고 단순한 것이 가장 편하더라는 얘기다. 도쿄에서 1년만 살 것이기 때문에 세탁기 냉장고 전자렌지 가스렌지, 하다못해 토스터까지 모두 싼 것만 샀다. 크기도 좀 작고, 기능은 극도로 단순한 것들. 너무너무 편하다. 어차피 가전제품 복잡한 기능들, 불필요하다는 거 다 아는 사실 아닌가.
집안일에 도가 통한 주부라든가, 집안일 하고 싶어 미칠 지경인 주부광신도가 아니고서야. 이 정도의 살림으로도 살아가는데에는 아무 지장이 없구나 하는 걸 날마다 느낀다. 솔직히 지금 식칼도 없고, 부침개 뒤집는 주걱(뒤집개라고 하나)도 없고, 그릇이라고는 규격화된 코렐 시리즈 몇종 뿐이고, 생선 접시도 없고, 냄비는 코펠 섞어 쓰고 있지만 이걸로도 세 식구 먹고사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고나. 가스렌지 청소하기도 아주 편하고 말이다. 

집도 마찬가지다. 서울 집의 딱 절반, 부부하고 아기하고 사는 데에는 이 정도면 충분할 뿐더러, 청소하기도 너무 편하다. 집이 후져서 더위와 추위에 약한 건 안 좋지만 넓이 면에서는 이 정도가 우리 가족에게 딱 맞는 것 같다. 그럼 서울에서 내가(우리 가족이) 차지하고 있던 그 많은 공간은? 유휴공간이다. 집 없는 사람과 나눠가졌어도 될 공간을, 뜯어먹지도 못할 '집값'이라는 이름으로 보유하고 있었던 것에 불과하다. 서울시민들이 집집마다 갖고 있던 유휴공간을 모두 내놓으면(하느님께 봉헌~~) 다섯집마다 한 개 꼴로 공원을 만들수도 있겠다. 5호공원제, 그런 거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