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에서 단연 화제가 되고 있는 뉴스는 초등학교 여학생의 동급생 살인사건이다. 범인이 처음부터 잡혔던(?) 마당에 속보거리랄 것도 별로 없지만 그래도 주요기사로 다뤄지고 있는데 그 초등학생이 범행 나흘전부터 동급생을 살해할 방법을 3가지나 생각해 두고 있었다는 사실이 오늘의 뉴스라면 뉴스다. 얼음송곳으로 찌르거나 수건등으로 목을 조르거나 칼로 목을 자르는 세가지를 생각했단다.
그 소녀는 '배틀로얄'(소설로도 영화로도 나온 건데 대부분 아시리라 믿고 생략)을 즐겨봤다는데 그 소설과 영화의 한 대목이 이번 사건과 흡사한 내용이다. 이 소녀는 그 장면을 연기한 배우를 좋아하는 배우로 꼽고 있단다. 배틀로얄과 흡사한 내용의 소설도 썼다고 한다.
머 이런 내용인데...
이런 사건은 일본뿐 아니라 어디든 벌어질 수 있을 수 있다. 청소년 미성년자 범죄도 워낙 많이 일어나고 미국에선 고교생이 학교에서 기관총을 난사하기도 했으니까. 근데 미국의 그 고교생과 일본의 초등학생과는 좀 다른 느낌이다. 고교생은 충동을 여과없이 발산했다고 한다면 이 초등학생은 분한 감정의 에네르기를 그자리에서 발산하는 대신 치밀한 살인계획을 세우는쪽으로 돌렸다. 어떻게 죽일건지를 놓고 나흘밤낮을 몰두해 결국 성공시킨 것이다.
일본의 엽기성은 이런데 있는게 아닌가 싶다. 무사의 할복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회. 자살이 사회현상을 넘어 의례적인 단계로까지 되는 나라, 칼과 찔린 시신과 피가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테레비 드라마. 뭐 이런 사회속에서 언제든 벌어질 수 있는 사건이 아니었나 싶다.
일본의 불교중에서 어떤 종파는 악인일수록 극락왕생한다는 설법을 했다던데 이런 탓인지는 몰라도 선악개념이 우리와 사뭇 다른 느낌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노노케 히메를 봐도 선악으로 딱 잘리는 캐릭터가 없는 것도 이처럼 선악을 확실히 구분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일본인들이 가장 중요한 도덕으로 생각하는 것이 '남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된다'는 것인데 그래서 자기자식을 학대하는 아동학대사건이 끊이지 않는 게 아닌가 궁금하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받은 스트레스를 자기 애한테 풀어버리는 식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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