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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왕의 남자'를 봤다!

너무 재밌었다. 울기도 울었고... 간간이 웃기고, 많이 슬프고. 알고보니 연극이 원작이라고... 영화 자체가 너무나 '연극적'이었는데, 원작이 연극이라니 수긍이 간다. 영화 굉장히 잘 만들었는데, 감독(이름을 모르겠네)이 대단히 대단히 재능있는, 영감어린 예술가라는 생각은 안 든다. 스토리가 워낙 탄탄하다. 극본의 힘이랄지, '원작의 힘'이랄지. 영화적으로 잘 만들기도 했지만 줄거리가 아주 재미있다. 인물과 인물 간의 관계, 묘한 긴장관계가 시종일관 흐트러지지 않은 것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연산과 녹수의 관계, 연산과 공길의 관계. 신분상의 권력관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다면적이고 기묘한, 그러나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관계를 그려낸 게 좋았다. 폭군, 광대, 동성애. 시대는 조선인데 테마는 한국적이..

다시 고개드는 유럽의 보호주의

`국경 없는 유럽 통합 경제권'을 지향해온 유럽에 보호주의의 먹구름이 끼고 있다. 각국 정부가 금융, 자동차 등 주력 산업분야를 보호하기 위해 무역장벽을 오히려 높이면서 유럽 경제통합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고개 드는 보호주의 이탈리아의 우니크레딧 은행과 독일의 금융회사 HVB는 최근 공동으로 폴란드 은행 2곳을 합병하려다가 폴란드 정부의 제지에 부딪쳤다. 이 합병 건은 `국적'이 다른 두 나라 기업이 공동으로 인수합병을 추진한다는 것 때문에 지난해 내내 유럽 금융업계의 관심을 모았었다. 유럽연합(EU)은 폴란드 정부의 합병 금지조치가 EU 조항에 어긋나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독일은 지난해 9월 경영위기를 맞은 자동차 회사 폭스바겐이 외국기업에 팔리는 것..

타지마할 살리기

인도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문화유산 타지마할 묘궁. 그러나 그 묘궁을 만든 무굴제국 황제 샤 자한이 남긴 또다른 유적, 자마 마스지드(대사원)는 재정난과 관리 실패로 크게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 인도 정부가 무대책으로 남겨둔 역사적인 유적을 살리기 위해 인도의 무슬림들이 이슬람사회에 손을 내밀었고, `이슬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도움으로 간신히 되살아날 수 있게 됐다. 영국 BBC방송은 17일(현지시간) 사우디의 압둘라 국왕이 자마 마스지드의 수리 비용을 낼 것을 정부에 지시했다고 사우디 외무부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인도 대사원의 관리를 맡고 있는 아흐메드 부카리는 이 모스크가 파손돼 수리가 필요하지만 비용이 모자라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며 이슬람 사회에 도움의 손길을 호소했었다. 인디아타임..

꿈의 궁전- 재미없는 명작?

꿈의 궁전 Le Palais Des Re`ves이스마일 카다레. 장석훈 옮김. 문학동네 “오래 전부터 나는 지옥을 형상화하고 싶었다. 지옥은 법이 탄생한 곳이자 인류의 첫 형법이다.” 지옥은 어떤 곳일까. 카다레는 생각보다 굉장히 단순해 나처럼 기대에 부풀어있던 독자를 오히려 황당하게 만든 이 소설에서 ‘사람의 꿈마저도 통제하는 곳이 바로 지옥’이라고 말한다. 알바니아 출신 작가인 카다레는 이 소설에서 투르크의 넓고 어두운 궁전을 배경으로 꿈까지 감시하는 거대한 제국을 그려냈지만 전체주의를 풍자한 것 치고는 너무 단순하고, 정확히 말하면 ‘재미가 없었다’. 카다레가 작년에 인터내셔널 맨 부커스 상을 받았다고 외신들이 크게 떠들었는데, 유럽인들이 좋아할만한 책인 듯 싶기는 하다. 알바니아, 유럽 ‘내부의 ..

딸기네 책방 2006.01.18

진실스러움

미국의 한 언어연구단체가 지난해 미국을 휩쓴 `2005년의 단어'로 `진실스러움(truthiness)'라는 생소한 단어를 선정했다고 CNN 방송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방언협회가 선정한 이 단어는 사전에 나와 있는 영어단어가 아니며, 지난해 한 방송사의 코미디프로에 등장하면서 `인기'를 얻게 된 이 말은 `설혹 진실이 아닐지라도 사람들이 진실이라고 믿고 싶어하는 것, 혹은 그렇게 믿고 싶어 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협회 측은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관련된 `카트리나 게이트'라는 신조어가 막판까지 이 단어와 경쟁을 벌였으나, 워싱턴 정가를 휩쓴 숱한 진실성 논쟁 속에 미국인들을 불신의 늪에 빠져들게 한 지난해 정치 상황과 맞물려 `트루디니스'에 높은 점수를 줬다고 설명했다.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의 마..

국왕 바뀐 쿠웨이트

쿠웨이트에서 국왕이 숨진 뒤 열흘도 안 돼 `궁정 쿠데타'를 연상케 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미 오래전부터 왕위계승자로 정해져 있던 왕세제가 `건강문제'로 물러나고 실권자인 현직 총리가 왕위에 오르게 된 것. AP통신 등 외신들은 지난 15일 79세를 일기로 타계한 셰이크 자베르 국왕의 뒤를 이어 즉위할 예정이었던 사촌동생 사드(75) 왕세제가 건강 문제를 이유로 퇴위키로 했으며, 사실상의 통치자로 군림해온 알 사바(76) 총리가 왕위를 잇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사드는 이미 1978년에 왕위계승자로 내정됐지만 1997년 대장 수술을 받는 등 건강이 좋지 않았다. 2003년에는 건강 악화로 총리 직에서 물러나 국정 총괄 역을 사촌인 알 사바에게 넘겨줬었다. 쿠웨이트시티 의사당 앞의 경비대원들 자베르 국왕의..

내 이름은 빨강- 소설 중의 소설

내 이름은 빨강 1, 2 Benim Adim Kirmizi (1998) 오르한 파묵 (지은이) | 이난아 (옮긴이) | 민음사 | 2004-04-23 진짜 맘에 드는 소설 하나를 만났다. 진정한 이야기, 심오하고 풍요로운 소설, 매혹 그 자체. 지나친 찬사인가? 나 혼자 좋아하는 걸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아마도 최근 몇 년간 미국이나 유럽의 언론들이 열광에 열광을 보냈던 ‘덜 서구적인’ 작가를 꼽자면 이스마일 카다레와 오르한 파묵 두 사람일텐데, 지난 연말에 읽은 카다레의 ‘꿈의 궁전’과 비교해서도 ‘내 이름은 빨강’은 소설 중의 소설이다. 유행 타는 파울로 코엘료나 다빈치 코드 류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고, 적당히 즐거운 일본 소설들하고도 깊이와 넓이와 모양이 완전히 다르다. ‘액자소설’이라는 말..

딸기네 책방 2006.01.17

전설의 라이프치히.(괜히 붙인 제목임)

라이프치히를 찾아간 것은, 2006 독일 월드컵 운명의 조 추첨을 앞둔 1월7일. 그때부터 10일까지 이 유서깊은, 그러나 가난해 보이는 도시에 머물렀다. 라이프치히는 베를린을 제외한 옛 동독 지역 도시들 중 유일하게 내년 월드컵을 개최하는 도시다. 라이프치히 시민들은 ‘친구가 되는 시간(A time to make friends)’이라는 내년 월드컵 모토처럼, 조 추첨식을 보기 위해 멀리서 온 손님들을 반갑게 맞았다. 8일 오전 10시, 시 외곽에 위치한 젠트랄 슈타디온(중앙경기장)에서 시 당국이 세계 각국 언론인 200여명을 초청해 월드컵을 맞는 기쁨을 설명하는 미디어투어 행사가 열렸다. 젠트랄 슈타디온은 옛 동독에서 가장 큰 축구장이 있던 자리다. 시 정부는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아 과거 1만5000석..

아만포어의 실수?

“이란 핵문제 안보리로 보낸다” 미국과 유럽이 주장해온 대로 이란 핵문제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영국 등 유럽 외교관들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을 상대로 안보리 회부 필요성을 설득하는데 성공했으며 다음달초 열릴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에서 결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외신들이 16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영국 외교부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독일을 더한 6개국 고위 외교관들이 런던에서 회의를 열고 이란 핵문제를 논의한 결과 "이란의 우라늄 농축 재개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모든 핵 활동을 전면 중단시켜야 한다는 데에 의견이 일치했다"는 성명을 냈다. BBC방송은 영국 외교관들의 말을 인용해 유럽측 대표들이 IAEA에 다음달 2∼3일 긴급 이사회를 열도록..

일본영화라 불러야 할 '청연'

장진영을 워낙 안 좋아하는지라, 주인공이 장진영이라는 걸 알게 된 순간(영화관에 좀 늦게 도착해서 프롤로그를 놓쳤다) 실망하고야 말았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장진영도 괜찮아지고... (어제 그 연산군은 정진영인데 얘네들 왜이러지 헷갈리게) 역시 재밌었지만 '살인의 추억'이나 '말죽거리 잔혹사'처럼 '이 영화 느무느무 잘만들었다'는 느낌은 안 들었다. 외려 에피소드들마다 상투적인 느낌도 나고. 화면은 볼만했다. 그런데 이건 이름만 한국영화지, 사실은 일본영화다. 복엽기에 대한 로망 자체가 일본 것이고, 1920년대에 '전국 비행기 조종대회'를 연 나라는 조선 아니라 일본이었고, 복엽기 날아다니는 화면은 꼭 간장선생이나 미야자키 하야오(미야자키 아버지가 비행기 공장을 경영했다고 했다) 보는 것 같고...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