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에서 국왕이 숨진 뒤 열흘도 안 돼 `궁정 쿠데타'를 연상케 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미 오래전부터 왕위계승자로 정해져 있던 왕세제가 `건강문제'로 물러나고 실권자인 현직 총리가 왕위에 오르게 된 것.
AP통신 등 외신들은 지난 15일 79세를 일기로 타계한 셰이크 자베르 국왕의 뒤를 이어 즉위할 예정이었던 사촌동생 사드(75) 왕세제가 건강 문제를 이유로 퇴위키로 했으며, 사실상의 통치자로 군림해온 알 사바(76) 총리가 왕위를 잇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사드는 이미 1978년에 왕위계승자로 내정됐지만 1997년 대장 수술을 받는 등 건강이 좋지 않았다. 2003년에는 건강 악화로 총리 직에서 물러나 국정 총괄 역을 사촌인 알 사바에게 넘겨줬었다.
쿠웨이트시티 의사당 앞의 경비대원들
자베르 국왕의 서거로 사드 왕세제가 왕위를 계승해야 할 시점이 됐지만 의회는 현실적으로 통치능력이 없는 그가 왕위에 올라서는 안 된다며 맞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그는 즉위식도 치르지 못한 채, 알 사바 총리에게 양위하는 것에 동의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왕가 내부의 알 사바 총리 세력과 사드 왕세제 세력 간에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숨진 자베르 국왕이 내부 알력 때문에 사촌 동생인 사드를 후계자로 지목해놓고서, 실제로는 이복동생인 알 사바를 밀어줬다는 것이다.
쿠웨이트의 새 국왕으로 결정된 알 사바 총리
알 사바 총리 측은 자베르 국왕 타계 뒤 사드 측에 양위를 계속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쿠웨이트에서는 실권을 갖고 있는 알 사바 총리가 왕이 되는 것을 의회나 국민들도 당연시하는 분위기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라크 남쪽 페르시아 만에 면한 쿠웨이트는 면적 1만7000㎢의 소국이지만 세계 석유매장량의 10분의1인 960억 배럴이 매장된 에너지대국이다. 석유수출 덕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만2100달러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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