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영을 워낙 안 좋아하는지라, 주인공이 장진영이라는 걸 알게 된 순간(영화관에 좀 늦게 도착해서 프롤로그를 놓쳤다) 실망하고야 말았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장진영도 괜찮아지고...
(어제 그 연산군은 정진영인데 얘네들 왜이러지 헷갈리게)
역시 재밌었지만 '살인의 추억'이나 '말죽거리 잔혹사'처럼 '이 영화 느무느무 잘만들었다'는 느낌은 안 들었다. 외려 에피소드들마다 상투적인 느낌도 나고. 화면은 볼만했다. 그런데 이건 이름만 한국영화지, 사실은 일본영화다. 복엽기에 대한 로망 자체가 일본 것이고, 1920년대에 '전국 비행기 조종대회'를 연 나라는 조선 아니라 일본이었고, 복엽기 날아다니는 화면은 꼭 간장선생이나 미야자키 하야오(미야자키 아버지가 비행기 공장을 경영했다고 했다) 보는 것 같고... 당시 상황에서 조선 소녀가 조종사가 되려는 꿈을 품은 것 자체가 일본의 영향이었다고 할 수 있긴 하지만 말이다.
식민지 문제를 다룬 부분이 처음엔 참 신선했는데 뒷부분은 좀 뜬금없다는 느낌. 사실 '친일파' 따지고 보면 그때 조선사람들 대부분은 적극적이건 소극적이건 '친일' 하면서 살지 않을 수 없었을텐데, 그러니까 지금 와서 친일파 청산하자고 하면 속으로 하나씩 찔리는 사람들이 워낙 많으니깐 그렇게들 반발을 하는 것일 터이고.
아무튼 저 '여류비행사'가 비행사 될 꿈을 갖고 그 꿈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을 '일본 덕택'이었다고 하면 일말의 진실이 있는 거지. 당시 조선에 무슨 비행학교가 있고 비행대회가 있고, 여류비행사가 가능하기나 했었겠냐구. 그걸 '친일 영화'라고 하면 친일이 되겠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있는 그대로' 다뤘다는 편이 더 정확할 것 같아.
근데 우리가 하도 반일 교육을 받아놔서, 저정도만 놓고 보는 것도 마음 한구석이 불편한 거지. 오히려, 앞부분은 그런 점에서 신선했는데, 뒤에가서 고문당하고 어쩌구 하는 걸 너무 상투적인 반일영화처럼 그려서 설득력이 떨어졌다고 봤다.
재미는 있었다. 김주혁 괜찮은데 초반부에 싱글즈에서랑 너무 비슷한 이미지... 유민은 얼굴선이 참 이쁜데 연기는... 연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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