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 1152

엄마 뒷모습을 찍는 꼼꼼이.

카메라 파일들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사진. 꼼꼼이는 집에서 캐논 G7 카메라를 가지고 논다. 그걸 갖고 외할머니를 따라다니며 '탐정놀이'를 하고, 사진을 찍는다. 집안 여기저기를 찍고, 나름 자기 기준으로 이것저것 물건들을 골라 찍고. 엄마는 집에 오면 우선 밀린 일들부터 주섬주섬 해야 한다. 꼼꼼이는 말 없이 마루 구석에 숨어서, 혼자 사진사나 탐정 놀이를 하면서, 부엌에 있는 엄마의 뒷모습을 찍었나보다. 나는 이 사진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식탁 밑에서 엄마를 보면서 '혼자' 놀고 있었을 꼼꼼이가 가엾어서. 내일부터는 휴가다. 꼼꼼이에게 아침에 말해주었다. "내일부터는 네가 마음대로 엄마를 귀찮게 해도 되는 기간"이라고. 신나게 놀다 와야지.

[코트디부아르]부아케의 수녀원에서.

코트디부아르 내륙 부아케에 있는 동안에는, 전에 얘기했듯이 수녀원에서 사흘간 머물렀어요. 한국에서 그리로 가신 박프란체스카 수녀님이 계신 곳. 박수녀님과 콩고민주공화국(DRC) 수녀님 두 분, 그리고 수녀회 총장을 지내시고 다시 DRC로 가시는 막트 수녀님, 수녀회의 아프리카 책임자로 DRC에 계시다 잠시 부아케 방문 중이던 한국인 권가브리엘 수녀님이랑 함께 보낸 시간이었습니다. 경치가 좋고 신기해서가 아니라, 거기 있었던 시간이 제게 참 좋았기에 추억의 앨범 삼아 사진들 올려 놓습니다. 수녀원 마당 한쪽에 있는 초가집(?) 여기가 제가 묵은 곳. 수녀님들이 사시는 집입니다. 수녀원이라고 하면 좀 거창하게 들리죠? 앞뜰 쪽으로 돌아가면 이런 모습이고요. 모기 장난 아닙니다. 밤마다 박수녀님이 한국 지하도..

이런 '예술' 어떤가요?

몸의 균형을 잡는 것도 기술이죠. 기술? 예술? 노르웨이의 에스킬 로닝스바켄은 '세상에서 위험한 짓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으로 유명한 인물입니다. 올해 서른 살인데, 세상을 돌며 온갖 위험한 짓을 다 하고 있네요. 그가 하는 일은 바로 '균형잡기'. 이른바 Balancing artist 라고 하는데요. 벌써 15년째 이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가디언 인터넷판에 그의 새로운 작품활동(?)을 소개하는 사진들이 실렸습니다. 멋진가요? 사진으로만 보면 주변의 절경 때문에 근사한데, 저는 교예단 공연이나 서커스를 비롯하여, 조마조마하게 만드는(더군다나 사람의 몸/안전을 미끼로!) 이런 것들이 좀 싫더라고요. 에스킬의 이전 사진들을 볼까요.

신통한 문어 '파울'

독일 오베르하우젠 수족관의 ‘영험한 문어’ 파울이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최대 스타로 떠올랐다. 2년전 유로2008 때부터 승자 맞추기에서 놀라운 능력을 보여온 파울은 스페인 우승을 비롯해 이번 월드컵에서 8경기 연속해 승리팀을 예상하는 데에 성공했다. 파울의 신통력은 어디서 온 것일까. ‘펠레의 저주’마저 무력화시킨 파울의 비법은 ‘학습’에 있다는 분석이 많다. 문어를 비롯한 두족류(머리에 발이 붙어있는 연체동물)는 무척추동물 중에 머리가 가장 좋다. 이 때문에 피터 싱어 같은 윤리학자들은 동물학대에 반대하는 이들이 흔히 지나치기 쉬운 고등 지능 생명체의 하나로 문어를 들기도 했다. 영국에서는 문어가 예민한 통증 감각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1993년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따라 외과수술이 필요한 ..

박진감 넘치게 코를 곱니다?

2010-06-29 오늘 꼼양의 전화. "엄마, 아빠가 언제 퇴근할지 짐작할 수 있어요?" 특유의 문어체... ㅎㅎ 요즘 꼼양이 꽂힌 말- '삼매경' "엄마는 지금 컴퓨터게임 삼매경이잖아요." "저는 지금 아이폰 삼매경에 빠져 있어요." 친구가 자꾸 자기집 쪽으로 꼼양을 데려가려고 하고, 꼼양은 어리숙해서 울집 방향도 아닌데 그리로 따라가려 한다. 그래서 그리로 가지 말라고 몇번이나 주의를 주었다. 시대가 하수상해서 그런다고... 그랬더니 불만을 늘어놓는 끝에 "지윤이랑 서진이도 똑같이 위험한 시대에 살고 있잖아요. 내가 엄마의 틀에 갇히는 것 같아요." 귀여븐 것. 근데 어쩌겠니... 그리로 가면 안 되는 걸... 2010/07/04 꼼양이 또 재미있어 한 말. '박진감'. 그게 어떤 뜻이냐고 해서 '..

[코트디부아르]대학 구경

맨 처음 토고에 갔을 때에도 수도인 로메의 국립로메대학을 방문했었어요. 가이드해주신 분은 한국 교포분께서 운영하시는 공장에서 운전기사로 일하는 분이었는데요. 아들이 로메대학에 다닌다고 자부심이 대단했었죠. 지난번 아프리카 방문에서도 나이지리아의 라고스 대학과, 코트디부아르 수도 아비장의 아비장대학에 갔습니다. 두 곳에서 대학교수님들과 인터뷰 약속이 잡혀있기도 했고, 또 대학으로 가면 젊은이들을 만날 수 있으니까요. 아비장 대학의 모습입니다. 아비장 대학 입구. 코코디라는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공식 이름은 코코디 아비장 대학입니다. 대학이 꽤 커서, 주변국들로부터도 유학생들이 온다고 합니다. 겉보기엔 근사하죠? 요새는 학교에 돈이 없어서 학생들을 너무 많이 받고 있고 유지보수는 안되어 엉망이라고들 한탄하..

독일 축구, '다문화주의'의 승리

독일 베를린의 한적한 교외. 주택가 공터에서 공을 차는 소년들의 꿈은 한결같이 위르겐 클린스만, 로타어 마테우스같은 축구선수가 되는 것이었다. 감히 ‘황제’ 프란츠 베켄바워를 꿈꾸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바뀌었다. 요사이 독일 소년들의 이상형은 루카스 포돌스키와 메주트 외칠이다. 독일 축구가 달라졌다. 잉글랜드를 4대1로 누른 데 이어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를 4대0으로 완파했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 나타난 독일팀은 조직력과 힘, 큰 키를 앞세우던 이전의 전차군단이 아니었다. 환상적인 공격력에 예술성까지 더해졌다. 독일 국가대표 축구팀의 진화를 가져온 것은 ‘유전자의 변화’였다. 외신들은 4일 ‘게르만 축구’를 버리고 ‘다문화 축구’로 한차원 업그레이드된 독일 축구팀을 통해 독일 사..

[코트디부아르]코나크로 아이들

코트디부아르 내륙, 코나크로 마을(정확히 말하면 '크로'가 '마을'이라는 뜻이래요)에서 만난 아이들입니다. 마을 어귀에서 맞아주던 소녀. 저를 맞아준 것은 물론 아니고요 ^^;; 의료봉사 다니시는 박프란치스카 수녀님을 보고 반가워서 웃는 거예요. 코나크로는 인구가 1000명이 넘는 제법 큰 마을인데, 집들이 흙집이긴 하지만 반듯반듯 이쁘고 길도 깨끗하게 잘 닦여 있었습니다. 마을 가운데에 서 있는 거대한 바오밥 나무. 깨끗하게 잘 정돈돼 있죠? 어린 여자애인데, 부룰리 궤양으로 다리의 피부가 동그랗게 없어졌어요. 울면서 치료받고, 새 붕대 감고는 금새 저러고 달려가네요. 내 옆에 딱 달라붙어 있던 꼬맹이. 한컷 더. 언니오빠 포스 장난 아니죠? 눈이 정말 크고 이쁜데... 사진이 좀 못나왔네요. 얘도 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