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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축구, '다문화주의'의 승리

딸기21 2010. 7. 4.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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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의 한적한 교외. 주택가 공터에서 공을 차는 소년들의 꿈은 한결같이 위르겐 클린스만, 로타어 마테우스같은 축구선수가 되는 것이었다. 감히 ‘황제’ 프란츠 베켄바워를 꿈꾸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바뀌었다. 요사이 독일 소년들의 이상형은 루카스 포돌스키와 메주트 외칠이다.


독일 축구가 달라졌다. 잉글랜드를 4대1로 누른 데 이어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를 4대0으로 완파했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 나타난 독일팀은 조직력과 힘, 큰 키를 앞세우던 이전의 전차군단이 아니었다. 환상적인 공격력에 예술성까지 더해졌다. 독일 국가대표 축구팀의 진화를 가져온 것은 ‘유전자의 변화’였다. 외신들은 4일 ‘게르만 축구’를 버리고 ‘다문화 축구’로 한차원 업그레이드된 독일 축구팀을 통해 독일 사회 전반의 변화를 분석한 기사들을 일제히 실었다.

가슈타르바이터, '초청노동자'에서 'M세대'로


변화가 시작된 것은 1999년 정부가 ‘독일 국적의 부모에게서, 독일 땅에서 태어난 사람만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는 규정을 없앤 것이었다. 과거에도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외국계 선수들은 많았으나, 90년대까지만 해도 이들은 돈벌이 하러 온 이주노동자들을 가리키는 가슈타르바이터(Gastarbeiter·초청 노동자)로 불렸다.

대표팀의 ‘순혈주의’ 규정을 없앤 후 10여년이 흐르면서 독일 언론들이 'M(Multicultural) 세대'라 명명한 새로운 세대가 자라났다. 2002년 미로슬라프 클로제라는 스타의 탄생은 그 결실을 보여준 것이었다. 그리고 2006년, 클린스만 감독 하의 독일 팀은 이미 변화해 있었다. 포돌스키의 활약을 필두로 한 ‘공격축구’는 새로웠다.
(
몇 해 전만 해도 독일 국대의 아이콘은 올리버 칸이었고, 독일 축구는 재미가 없었다. 내가 독일 축구를 좋아하게 될 줄이야!)

클로제는 진정한 스트라이커다. 비록 2002년 사우디전 때 해트트릭으로 ‘호나우두 대기록에 도전’하고 있지만, 골문 앞에서 클로제의 감각을 누가 따라올 것인가. 내친 김에 우승까지 해서, 기록 갈아치우길. 폴짝. |AP


이번 월드컵에서 독일 대표팀은 실력에서나 구성에서나 ‘다문화 축구’의 완성판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대표팀 스쿼드 23명 중 11명이 ‘M 세대’로 이뤄져 있다. 


클로제와 포돌스키, 표트르 트로코프스키는 잘 알려진대로 폴란드계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외칠은 터키, 제롬 보아텡은 가나(형인 케빈 프린스 보아텡은 이번 월드컵에서 가나 대표팀 선수로 뛰었다), 카카우는 브라질, 자미 케디라는 튀니지계다. 데니스 아오고는 나이지리아계 혼혈이고, 세르다르 타쉬는 외질과 마찬가지로 터키 피가 흐른다. 마르코 마린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그라디슈카에서 태어났고, 마리오 고메스는 아버지가 그라나다 출신 스페인계다.

히틀러가 보았다면 놀랐을 '외인구단'


어떤 이들은 독일 대표팀을 “히틀러가 보았다면 깜짝 놀랐을 외인구단”이라 평하기도 한다. 극우파들의 반발도 없지 않다. 일부 우익사이트들은 현 대표팀을 맹비난하면서 ‘게르만 축구팀’으로의 복귀를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독일인들은 이번 대표팀의 성공을 기쁘게 받아들이면서 인정해주고 있다고 빌트 등 현지언론들은 전했다.


메르켈 독일 총리. 메르켈이 천진난만하게 웃는 모습은 참 드문 것 같은데... |REUTERS



이민자들은 ‘다문화 축구’의 성공이 사회 전반의 관용과 다문화주의의 수준을 더 한층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베를린 교외에서 스포츠용품점을 운영하는 터키계 이민자 메흐메트 마투르는 알자지라방송 인터뷰에서 “새로운 영웅들 덕에 독일 사회가 이민자들을 바라보는 시각도 더 긍정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인들과 이민자들 간 다리 역할 해줄까

베를린자유대학의 페터 발슈부르거 심리학교수는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독일인들과 이민자들 사이의 정서적 교감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레바논계 이민자 유세프 바살은 AP통신에 “이제야 독일 국기에서 슈바슈티카(나치 십자문양)가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축구경기 한번으로 사회통합이 이뤄질 것이라 기대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축구대표팀을 가리켜 “(사회적) 통합의 롤모델”이라 칭찬했다. 그러나 지난달 말 메르켈이 이끄는 우파 기독민주당의 몇몇 의원들은 “이민자들에게 지능테스트를 해야 한다”는 인종주의적 주장을 서슴지 않았다. 외칠의 ‘순수 독일인 여자친구’ 안나 마리아 라거블롬이 얼마 전 외질을 따라 이슬람으로 개종하자 독일 언론들은 이를 대서특필했다.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국들 중엔 대표팀을 이미 이민 2세대 출신들로 바꾼 나라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독일 M세대의 경우 옛 식민지 출신 선수들을 대거 영입한 이웃나라들과 달리 최근의 이주노동자 가정 출신들이라는 점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다. 극우파들의 반발이 반 이주노동자 감정과 연결되는 지점이다. AP는 “여전히 애국주의는 독일에서는 민감한 이슈”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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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지만.

* 우루과이의 수아레스는, 최악이었다.
축구광분당원으로서... 그따우 행동은 첨봤다.
선수들이 흥분하여 쌈질을 할 수도 있고 침을 뱉을 수도 있고 욕을 하고 박치기를 할 수도 있지만, 골대 앞에서 '배구'를 하다니. 그런 악질적인 핸들링은 처음 본다. FIFA가 상벌위원회를 열었는데, 겨우 1경기 출장정지인 모양이다. 말도 안 된다!

* 브라질은 브라질로 돌아가길.
둥가 감독의 '실리축구'는 실리도 못 챙기고 재미도 못 챙긴 축구였다. 예선전, 16강전 때만 해도 브라질의 '더욱 강해진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브라질마저(!) 수비를 강화, '이기는 축구'를 하려 한다는 것이 씁쓸했다.
브라질이 그럼 안 되지... 그건 축구팬들에 대한 배신이지... 결과는 씁쓸을 넘어 우스꽝스럽다. 뭥미, 브라질. 우째 독일보다도 공격성, 예술성, 창의성이 떨어지니...

호나우두-히바우두 시절이 그립다 -_-

* 스페인, 잘 해라.
독일 팀이 잉글랜드를 4대1로 깨고(비록 잉글 한 골 도둑맞긴 했지만) 아르헨을 잡으면서 즐거움을 주고 있으나 그걸로는 모자란다, 이번 월드컵. 스페인의 건투를 빈다. '남미 스타일 축구'를 선보일 수 있는, 유일한 유럽팀 아니겠슴둥? (아르헨 브라질이 죽을 쑤니 여기다가 애먼 기대를 걸고 있음;;)
토레스가 제발 살아나야 할텐데... 골이 터져야 할텐데... Again Euro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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