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 1147

a letter to ssinzi

미야자키 하야오의 을 보면서 나는 두 가지 이야기에 공감했었어. 혹시 그 애니 봤니? 하나는 "나는 나비가 된 것 같았다"는 타이코의 말이었고(이 부분에 대해서는 언젠가 얘기했던 듯), 두번째는 타이코가 어린 시절 '가난하고 지저분하고 예의 없던' 친구를 회상하면서 자기반성하는 부분. 같은 학급에 아주 지저분하고 싫은 애가 있는데, 하필이면 걔가 왜 내 짝이 됐을까. 주변 여자아이들 모두 그 애를 싫어해. 타이코는 다른 친구들이 "안됐다, 걘 참 나빠"라고 말하면 "아냐, 난 괜찮아"라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지. 돌이켜보면 정말로 그 애를 싫어했던 것은 자신이었으면서, 머리 속으로는 "난 그애를 마구 욕하는 저런 애들하고는 달라"라고 생각하는 것. 내가 국민학교 5학년 때 우리반에 그런 남자애가 있었어..

왜 내겐 인자기가 매력 없을까.

어제 집에가서 테레비 틀었더니 M espn에서 지난시즌 uefa 결승전 재방 해주는데, 아무리 봐도 난 페예노르트의 경기는 재미 적다니깐. 그나저나 우리 종국이 다쳤다는데...큰일이다. 밤에 하일라이트에서 epl 토튼햄-웨스트 브롬위치 경기 보여줬는데 전반 3분에 솔라리님이 좋아하시는(맞죠?) 지게가 프리킥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솔라리님, 전 사실 지게가 멋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만^^;; 이 골은 참 멋졌어요. 전반 30분에 로비 킨이 두번째 골 날렸는데, 로비 킨은 아주아주 몹시 좋아한다. 웨스트브롬의 별볼일 없는 포워드 스콧 도비(실력보다 미모가 한수 위)가 한 골 날렸다. 첨 보는 앤데 되게 귀엽드만^^ 밤에 챔편스 밀란-도르트문트 다 보느라고 1시 넘어 잤다. 아웅~ 피곤해... 이번엔 인자..

딸기, 서른 둘

(뉘쉬님의 홈페이지에서 프로필을 재미있게 읽었다. 그래서 나도, 마치 내가 무슨 인물이나 된다는 듯, 조금은 색다른 프로필을 써보기로 했다. 난 좋아보이는 것이 있으면 금방금방 따라한다^^) 크리스토퍼 히친스에 따르면 내가 태어난 1971년은 "'대량 학살'이라는 단어가 너무 쉽게 받아들여진" 해였다. 지금은 방글라데시라는 이름으로 되어 있는, 동파키스탄이라는 곳에 주재했던 미국 영사관은 이른바 '피의 전문'으로 알려진 항의문에서 그 단어를 전면에 내세웠는데, 내가 서른 두살이 된 지금도 대량학살이라는 말은 뉴스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당시 그 항의문을 만든 아처 블러드 다카 주재 미국 총영사는 미국 정부가 동파키스탄의 대량학살에 관여했다고 자기네 정부를 비판했는데, 각종 학살에 미국이 관여하고 있다는..

제인-딸기 가상대담, <모리 이야기>

제인 : 레알 마드리드는 모리엔테스를 기용하라~ 기용하라~ 딸기: 모리엔테스를 기용하라고요? 어제 스타스포츠에서 레알마드리드-비야레알 경기 보니까 후반에 모리 나오더군요. 사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모리도 유명한 선수이고, 아주 잘하는 선수죠. 하긴 그런 선수 우리나라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명만 있었으면...하는 생각이 안 드는 것도 아닙니다만. 어제의 모리 플레이가 별로였다는 걸 근거로 평가절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모리는 기복이 심한 선수로 유명하죠. 감독 입장에서는 믿을 수 없는 것이 그런 선수 아닙니까? 월컵때 모리, 잘 했죠. 아일랜드전에서 멍청한 카마초 감독(그 겨드랑이 땀 생각난다...)이 중간에 빼버려서 애를 먹긴 했지만, 모리가 펄펄 날 땐 그정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제 눈에..

헤헷, 뒤늦게...히딩크가 한 말인데.

지난 6월달에 한 얘긴데 뒤늦게 읽어보니 기분이 새로와서요. Q. 맨 처음 한국선수들을 보았을 때 어떠했나? -음. 일단 유럽과는 확연히 틀렸다. 유럽은 모두가 어울리는 반면에 이 곳은 노장 2명이 엄격히 군기를 잡고 있었다. 솔직히 홍명보는 아직도 조금 무섭다.(웃음) 다른 선수들은 이제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지만 언젠가 자기주장을 펼치려 그가 “Hiddink!", "No!!"라고 외칠 때마다는 내 등골이 다 서늘 하곤 한다. 황선홍은 웃는 표정이 너무 착해서 설마 그러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냥 역시 홍명보에게 혼나는 선수들 중 한 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홍명보가 황선홍에게 쩔쩔매는 모습을 보고 나는 혼자 웃었다. 지금은 모두가 다정다감하다. 나는 한국선수들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그들은 미워할..

도장을 위한 기도문.

내 책상에는 유독 2단 책꽂이가 놓여 있다. 영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문화부를 제외하면 우리 사무실에 거창하게 2단 책꽂이 '씩이나' 놓아둔 자리가 많지 않다. 책을 많이 읽어서는 결단코 아니다. 책을 많이 읽지도 않지만 책꽂이의 상당부분은 사전적 의미의 이 아닌 다른 것들이 차지하고 있으니까. 포장지, 스크랩북, 스크랩 못하고 쌓아놓은 신문들, 씨디, 팡이제로, 쓰려고 놓아둔 크리스마스 카드까지. 잘 바르지도 않는 바셀린 로션, 여름 다 지나도록 멍청하게 서있는 선스크린 스프레이. 며칠전 상층부에서 개인별 책상을 없애고 을 도입하자는 이야기가 나온 모양인데 다들 반대하지만 나 역시 반대한다. 솔직히 말하면 난 책상을 좀(이 아니고 많이) 지저분하게 쓴다. 책꽂이 윗부분에까지 물건 쌓아두는 건 기본이고, ..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어떤 문제가 중요하고 어떤 문제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만이 어느 정도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다" (한스 그라스만, 중에서) 그런데 내 생각에는,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중요하지 않은 문제들을 쳐내는 법을 아는 것이 행복에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중요하지도 않은 일 갖고 지지고볶고 하기엔 시간이 좀 없는 탓도 있지만, 행복한 삶을 좀먹는 것들은 보통 사소한 일들일 경우가 많기 때문. 고등학교 때 읽었던 잠언집에 나온 말인데 "가장 훌륭하고 꼭 획득해야 하는 것은 단순함"이라고 했다. 그라스만의 말과는 다른 맥락에서이긴 하지만 이 경구를 좋아한다.

바티만 아니었다면

흑흑 어제 로마가 아스날한테 3대1로 깨졌다... 사실 아스날은 아주 잘 하는 팀이다. 앙리의 슛은 시원하고- 얼마전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앙리가 무려 60여m를 돌파해서 골을 넣는 걸 봤는데, 정말 대단했다. 로저 르메르 전 프랑스 국대 감독이 "앙리가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던가. 결국은 앙리에게 를 기댈 수 있으리라는 얘기였을테고. 앙리는 한일 월드컵 때에는 기껏 한 경기 출전, 그리고 두번째 경기에서 빨간딱지 받아 마지막 덴마크와의 경기에는 나오지도 못했기 때문에 플레이를 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지난해 컨페드컵 때에도 빠졌었고. 그치만 아스날에서 요즘 뛰는 거 보면 장난 아니다. 그 돌파력! 피레는 발재간 장난 아니고 예술성도 다분하고, 또 비에이라는 어떤가. 월컵 전에 지단이, "비에이라가 세계..

내 가방 속의 천사들

이란 영화를 재밌게 봤었다. 그 뒤로 나는 가끔 책상과 가방을 뒤지며, 그 속의 천사를 찾는다. 어제는 모처럼 휴가를 내서 하루 쉬었는데 그 사이 가방 안에 천사가 들어왔다. 이제, 천사들의 합창 시작-. stabilo 포인트88 펜. 몸통은 주황색, 잉크는 회색. 책에 줄칠 때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장만했다. 회사 서무에게 펜을 달라고 하면 플러스펜을 주는데, 값이 싼 대신 쓰는 느낌이 안 좋고 오래오래 쓸 수가 없어서(너무 빨리 마르고, 펜촉도 잘 닳는다) 안 좋아한다. 그렇다고 내가 펜을 돈 주고 사는 일은 통 없지만 그제 문구점에서 구경을 하다가 큰맘먹고 새 펜을 샀다. 어느 해였던가, 교육방송의 강사가 '밑줄 쫙, 별표 하나' 식의 강연으로 인기를 얻었던 적 있었지. 얼마전 회사의 몇..

빚받기 운동을 펼쳐 나라를 살리자?

어제 한 선배와, 아지님과 맥주를 한잔 했습니다. 이라크 갔다온 얘기를 하던 중에 빚 얘기가 나왔습니다. 개요부터 말하자면, 우리가 이라크로부터 받지 못하고 있는 돈이 13억달러 정도 됩니다. 러시아 다음으로 우리한테 많은 빚을 지고 있는 나라가 이라크 아닐까 싶은데요. 이라크는 1970년대 오일붐 때 인프라를 건설하기 위해 외국 기업들을 많이 불러들였죠. 여행기에서 썼던 훌륭한 인프라, 예술적인 대형 건물들이 다 외국 기업들에 맡겨 지은 것들입니다. 그러다가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이 일어난 거죠. 우리나라 기업들을 비롯해 많은 기업들이 돈 못받고 불량채권만 안게 된 겁니다. 러시아가 약 90억달러, 프랑스가 약 50억달러의 이라크 채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이 이라크를 또 때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