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 1152

지구방위대-유벤 4강전

히히히히 하하하하 오늘 새벽 3시30분에 일어나서 챔편스 4강전 첫 경기, 레알마드리드-유벤투스 경기를 봤습니다. 아침에 기사 쓸 것도 없으니까 혼자 수다나 떨며 놀아야지. 원래 제 홈에 축구얘기 올리는데, 오늘내일 저희동네 축구흥분당원들이 재방 봐야하기 때문에 '스포일링 금지기간'이거든요. ^^ 사실상의 결승전이었죠. 프리메라리가와 세리아의 자존심을 건. 특히 이번시즌에는 스페인에서 지구방위대만 올라오고(제가 젤 좋아하는 발렌시아는 떨어졌어요 흑흑) 유벤과 밀란형제들이 몽땅 4강에 진출했기 때문에 지구방위대가 절대로 지면 안 되는 경기였거든요. 경기 결과는 2대1로 지구방위대 1승. 그런데 지구방위대가 이렇게 큰 경기에서, 이렇게 고전하는 거 이번시즌 들어 첨 봤습니다. 스트라이커가 넘쳐나서 걱정이던 ..

영화 '그녀에게'

나는 알모도바로가 뭔지 몰랐다. 이 영화 설명하는데 '알모도바르'라는 말이 있었다. "**야, 저 영화 보자. 일모도바르래." "감독 이름이니" "나도 모르겠는데, 하여간 일모도바르래." 무덤덤한 관객과 무식한 관객, 내 친구 h와 나는 영화를 보러 갔다. 그녀에게. 하필 그녀는 춤추는 여자다. 불쌍하다, 알리샤. 그 좋은 나이에. 발레리나의 꿈(좀 상투적이군)을 안고 살던 너 식물인간이 돼서 식물처럼 늘어져있다니. 그 놈. 베니그노. 식물인간을 강간한 놈.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제법 강렬하고 아름다울 수 있었던 커플. 마르코와 리디아. 내가 본 정말 몇 안 되는 스페인 영화 중의 하나인 '안나이야기'에는 서커스단이 나왔는데, 이번엔 투우사로군. 일종의 '과거와 현대 뒤섞기' 코드인 것인가. 리디아의 남..

살인의 추억, 김상경의 재발견

왠일이냐, 내가, 대박 터진 영화를 '제 때에' 보다니. 너무 무서울 것 같아서 머뭇거리다가 어제 씨네큐브에서 영화 '살인의 추억'을 봤다. 우선 재미있었고, 영화가 참 깔끔했다. 우리나라 감독들이 이렇게 영화를 테크니컬하게 잘 만들어버리면 대체 남의 나라 감독들은 어쩌라는 거야... 송강호 연기, 진짜 리얼하더라. 경찰서에서 봤던 형사들 모습이랑 거의 똑같애. 그런데 영화평 쓰는 기자들이 "범인은 1980년대였다!" 쿵짝쿵짝 한 건 솔직히 오버 내지는 영화사의 판촉작전에 놀아난 것이라는 생각이 짙게 들던걸. 여기저기 언론에 나온 걸 보니까 아마 감독이랑 제작사에서 그 쪽에 포인트를 맞춰서 홍보를 했던 것 같은데. 요새는 '386'이 광고 키워드니깐, 특히 영화에 있어서는 상당히 구매력 강한 그들의 '도..

인터내셔널가

대학시절의 친구를 만났다. 오늘은 메이데이다. 친구는 내게 "날씨 좋다, 집회 하기에"라고 말했다. 친구와 영화를 보고, 회사 후배들을 만나 놀다가 밤이 되어 들어왔다. 또치님이 인터내셔널가 모음을 올려놓으셨다. 그걸 들으면서 울고 있다. 눈물이 많이 나와서 뚝뚝 떨어진다. 이그나치오 실로네의 소설같은 읽은지 한참 된 책들과 알고 지낸지 10년이 지난 친구들과 '랜드 앤드 프리덤'의 토론 장면들과 어린시절의 감수성 따위가 뒤죽박죽이 되어있지만 나는 내가 왜 울고 있는지 안다. 나는 내가 지금 몇 살인지를, 얼마나 젊은 나이인지를 알고 있고, 내가 얼마나 나약한 인간인지도 알고 있고, 얼마나 무책임하고 무감각한지도 알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 이탈리아, 스페인의 인터내셔널가, 참 오랜만에 듣는 메아리와 최..

정말 미운 사람이 찾아온 적이 있나요?

큐앤에이에 어느 분이 이렇게 물으셨습니다. "홈페이지를 운영하다보면 싫은 사람도 올 것 같아요. 혹시 정말 미운 사람이 찾아온 적이 있나요? " "정말 싫은 사람이 자꾸 와서 글 올리고, 물 흐리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은 두 가지 문제에 대해, 평소에 생각해보지를 않았거든요. 왜 그런 질문을 하셨는지는 잘 모르겠는데요(혹시 제가 그 분께 너무 싫은 짓을 하지는 않았던가 걱정됩니다), 어쨌든 질문을 받았으니 대답을 해야겠기에 '정말 싫은 사람'이 우리 동네에 와서 글 올리고 물 흐린 적이 과연 있었던가 돌이켜 봤습니다. 결국 두 질문 모두에,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답 아닌 소리만 적어놓고 말았는데요. 이 곳은 온라인입니다. 물론 딸기마을 식구들 중에는 오프라인에서부터 저와 ..

이라크로 가는 친구

이라크에서 돌아온 뒤로 나는 좀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다. 일시적 우울증이라 하면--좀 과장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나는 바그다드와 암만에서 3주를 보내면서 몸도 마음도 지쳐서 돌아왔다. 작년에도 그랬지만 바그다드에서 나는 하루에 한갑씩 담배를 피웠고 음식도 입에 맞지 않아 우유와 오렌지주스로 연명했고 계속 긴장된 상태로 돌아다니다가 밤에는 연신 리모콘을 눌러가며 CNN과 BBC, 알자지라 방송을 봐야 했다. 무엇보다 마음이 괴로왔다는 얘기를 다시 해야겠다. 여행기에서 언급했지만, 일주일 동안 나는 여러 사람을 만났다. 사람을 만나고 돌아설 때마다 "저 사람이 살아 있어야 할텐데"라고 기도해야 하는 현실은 나를 꽉꽉 조여왔다. 돌아온 뒤에도 외상성증후군처럼 후유증이 나를 따라다녔다. 회사 사람들이 전..

레알-맨유.

그거 보느라고...우쒸...새벽 2시 넘어서 잤다... 어제 경기 정말 환상이었다. 루이스 피구, 넌 나의 영웅이야! 도대체 어떻게 그런 골이 가능하다는 것인가. 내 눈으로 봤지만 믿기 힘든 골이었다. 그 자리에서, 그 각도에서, 그 공이, 어떻게 확 꺾어지면서, 뚝 떨어지면서 골문으로 빨려들어갈 수 있었을까. 놀랍다는 것 밖에 할말이 없다...피구는 천재다. 공을 '감아찬다'고 하지만, 그렇게 감아찰 수 있다는 건 기술도 아니고 예술도 아니고 마술이다. 지단에게서 라울로 이어진 레알의 2번째 골도 멋있었다. 피구에게서 라울로 이어졌던 3번째 골은 환상적이었다. 어제 피구는 정말 펄펄 날았다. 특유의 엄청난 돌파력으로 종횡무진. 피구가 왼쪽으로 갈 때마다 얼마나 신이 나던지. 지단이 약간의 부상 때문에 ..

축구 때문에...중얼중얼

흑흑흑 저렇게 지다니... 우째 저런 일이... 어 그런데 espn 에 지금 막 크레스포가 나왔는데 어우~ 이제보니 크레스포 무지 잘 생겼자나 인터가 지난번에 발렌시아 이겼던데 그 경기가...아마 금욜날 재방 하지... 헤헤 쿠페르 감독도 귀엽당 아아--챔편스 주제가만 들으면 가슴이 뛴다... 엥 이제보니 인터-발렌시아 집중 조명 프로그램이자나 히야~ 딸기가 무쟈게 좋아하는 발렌시아! 챔편스 1라운드에서 리버풀을 잡고 2라운드에서 아스날을 잡아버리다! 잉글랜드 킬러-쿵!쿵!쿵! (카르보니가 무려 서른 아홉 살이었구나...) 문제는, 인터와 발렌시아 중 누구를 응원해야 하느냐 하는 점. 인터에는 떡대와...바!티!가 있지 않은가. 허나 발렌시아는 내가 넘 좋아하는 클럽이니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이냐...

모리엔테스!

푸하하 방금전 휴게실에 들어갔더니 레알마드리드-라요바예카노 경기가 후반 30여분째로 접어들고 있었다. 젠장 다 끝나가네... 마드리드가 홈경기에서 빵대 1로 지고 있네... 라고 생각하면서 봤는데 이길뻔한 찬스에 피구가 웬 헛발질. 캐스터 왈, "라울, 호나우두에 이어 피구까지 델보스케를 실망시키고 있군요" 그러던 어느날...이 아니고 후반 39분에 호나우두 빠지고 모리가 교체투입됐다. 순간 딸기의 마음을 스치고 지나간 한줄기 스산한 바람. '에구 불쌍한 모리, 기껏 후반 5분 남기고 교체투입되는 신세라니... 역시 모리를 사와야 해!' 그런데 모리가 들어온지 1분만에 골! 아자, 동점이다... 그리고 포르티요(아이 귀여워)가 역전골. 어디셔널 타임에 모리가 또 골을 넣었다! 피구 어시스트, 모리의 환상..

어린 왕자

# 생텍쥐페리, 사막의 도시 친구는 당신을 위해 있는 존재이다. 타인에게는 열어주지 않는 문을 당신에게만 열어주는 사람이다. # 어린 왕자 "내려와서 나랑 같이 놀자" 어린 왕자가 여우에게 말했다. "난 지금 너무 슬퍼......" "난 너와 같이 놀 수 없어." 여우가 말했다. "아직 길들여지지 않았거든." "아, 미안해."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렇지만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어린 왕자가 다시 물었다. "길들여지는 것이 어떤 건데?" "너는 여기 아이가 아니구나." 여우가 말했다. "무엇을 찾고 있지?" "난 사람들을 찾고 있어." 어린 왕자가 말했다. "길들여진다는 게 뭘까?" "그건 이미 새카맣게 잊혀진 말 중의 하나야." 여우가 말했다. "그 말은 '서로 익숙해진다' 라는 뜻이지." "익숙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