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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의 <추억은 방울방울>을 보면서 나는 두 가지 이야기에 공감했었어. 혹시 그 애니 봤니? 하나는 "나는 나비가 된 것 같았다"는 타이코의 말이었고(이 부분에 대해서는 언젠가 얘기했던 듯), 두번째는 타이코가 어린 시절 '가난하고 지저분하고 예의 없던' 친구를 회상하면서 자기반성하는 부분. 같은 학급에 아주 지저분하고 싫은 애가 있는데, 하필이면 걔가 왜 내 짝이 됐을까. 주변 여자아이들 모두 그 애를 싫어해. 타이코는 다른 친구들이 "안됐다, 걘 참 나빠"라고 말하면 "아냐, 난 괜찮아"라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지. 돌이켜보면 정말로 그 애를 싫어했던 것은 자신이었으면서, 머리 속으로는 "난 그애를 마구 욕하는 저런 애들하고는 달라"라고 생각하는 것.
내가 국민학교 5학년 때 우리반에 그런 남자애가 있었어. 이름이 특이했기 때문에 지금도 기억하는데 꼭 타이코의 짝이었던 남자아이처럼 지저분하고 심술궂었어. 타이코의 짝은 가난한 아버지랑 둘이 살던 아이로 나오는데, 내 짝이됐던 그 남자애는 할머니랑 둘이 사는 애였어. 어린 아이들이었지만 걔네 엄마가 '도망갔다'는 걸 다들 알고 있었고, 제법 한 반에서 눈에 띄는 애들로 구성돼 있던 내 친구들(여자아이들) 무리는 걔를 몹시 싫어했었어. 맨날 걔 욕했던 것 같아.
어쩌다 한번씩은 좋게좋게 대화를 하면서 '그래도 얘랑 친해졌구나' 싶었던 적도 있지만 금새 나한테 심술부리고 못되게 굴고 내 것 찢어놓고 수업시간에 방해하고.
어느날인가 담임선생님이 우리 반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 싫어하는 아이를 적어내라고 했어. 대체 그 선생님은 무엇때문에 어린 아이들에게 그런 짓을 시킨 거였는지 두고두고 생각해봐도 이해 안 가는 일이지만 하여간 난 그 애 이름을 적어서 냈어. 선생님은 애들 앞에서 누구 표가 제일 많이 나왔는지 발표를 했는데 남자애들 중에서는 당연히 그 애 이름이 '싫어하는 사람' 쪽에 제일 많이 나왔어. 친구들이 내게 누구 이름 적었냐고 해서 그 애 이름 써냈다고 했더니 "우리 다같이 누구누구(또다른 왕따 여자아이) 쓰기로 했는데 왜 그 애 적었냐"고들 했어. 근데 난 그 남자애가 정말 죽기보다 더 싫었거든.
학교에 오면 운동화를 벗어서 복도에 있는 신발장에 넣어놓고 실내화를 꺼내어 신어야 하는데 걔는 툭하면 실내화를 안 가져왔어. 주말에는 다들 실내화를 빨아야 하기 때문에 집에 가져가는데 월요일에 잊어버리고 안 가지고 오는거야. 걔는 담임선생님한테 매맞는 단골이었는데, 어떤 때는 학교 앞 삼거리에서 육교로 안 건너고 무단횡단하다 걸려서 무진장 얻어맞고, 또 어떤때는 수업시간에 딴짓 하다가 맞고.
그러다 하루는 실내화 안 가져와서 맨발로 돌아다니다가 담임선생님한테 걸렸어. 선생님이 그 애를 교실 가운데에 불러세우더니 밀쳤어. 그러더니 넘어진 그 아이 발을 밟는거야. 남자 어른이 울퉁불퉁한 슬리퍼 발로 어린애 맨발등을 밟아대니 당연히 그 애는 발을 다쳤지. 난 지금도 그 때 내가 받았던 충격을 잊지 않고 있다. 난 그 전해에 그 학교에 전학을 간 거였는데 처음에 적응 못하다가 5학년 올라와서는 그 선생님께서 아주 잘해주셔서 즐겁게 보내고 있었거든. 나름대로 '주류'에 속하는 이쁘고 공부 잘 하는 애들이랑 한 무리가 될 수도 있었고.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그 선생님의 잔인한 모습이란, 정말.
1학기가 끝나자마자 나는 다시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기 때문에 그 남자애가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나중에도 가끔 생각을 했었어. TV에 아주 안 좋게 되는 남자아이들(불량아) 나오는 거 보면 "아마 그 애가 저렇게 되지 않았을까"하고 생각했었어. 아버지 없고 엄마는 도망가고 할머니랑 둘이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면서 공부 안 하고 미움 받고 성질 비뚤어지면, 우리 사회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불량배가 되는 일 외에 뭐가 있을까 하고.
난 걔한테 참 '잘해주는 척' 많이 했었거든. 싸울 때도 많았지만, 마치 나는 정당하고 올바른 사람인 것처럼 다른 친구들 앞에서 감싸주는 짓도 해보고, "나는 걔의 어려운 사정을 이해해"하면서 착한 척도 해보고. 그래놓고 정작 미운 아이 이름 써내라니깐 '누가 썼는지 걔가 알 게 뭐야' 하면서 그 애 이름 적어내고. 정의로운 척 하면서, 최소한 정의로운 행동을 동경하는 척 하면서 실제로는 가장 속물적인 사람.
대학교 때에 (예를 들면 체 게바라라든가 로자 룩셈부르크 같은) 용감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읽으면서도 마음 속으로는 '나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없다'라고 생각하고 포기했었어. 난 나 자신을 알아, 나는 그런 용기있는 사람이 될 수 없어, 나에겐 그런 치열함이 없어...하는 생각이 늘 머리와 마음을 짓눌렀던 것 같아.
그런 점에서 보면 씬지는 용감한 사람인 것 같다. 난 내 관심을 나 자신이 아닌 밖으로 돌리려 항상 애를 썼는데 결국 돌이켜보면 언제나 나 자신만이 관심거리였던 지도 모르지. '내부의 혁명'은 포기해서는 안 되지만 참 힘든 일이다. 그치?
내가 국민학교 5학년 때 우리반에 그런 남자애가 있었어. 이름이 특이했기 때문에 지금도 기억하는데 꼭 타이코의 짝이었던 남자아이처럼 지저분하고 심술궂었어. 타이코의 짝은 가난한 아버지랑 둘이 살던 아이로 나오는데, 내 짝이됐던 그 남자애는 할머니랑 둘이 사는 애였어. 어린 아이들이었지만 걔네 엄마가 '도망갔다'는 걸 다들 알고 있었고, 제법 한 반에서 눈에 띄는 애들로 구성돼 있던 내 친구들(여자아이들) 무리는 걔를 몹시 싫어했었어. 맨날 걔 욕했던 것 같아.
어쩌다 한번씩은 좋게좋게 대화를 하면서 '그래도 얘랑 친해졌구나' 싶었던 적도 있지만 금새 나한테 심술부리고 못되게 굴고 내 것 찢어놓고 수업시간에 방해하고.
어느날인가 담임선생님이 우리 반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 싫어하는 아이를 적어내라고 했어. 대체 그 선생님은 무엇때문에 어린 아이들에게 그런 짓을 시킨 거였는지 두고두고 생각해봐도 이해 안 가는 일이지만 하여간 난 그 애 이름을 적어서 냈어. 선생님은 애들 앞에서 누구 표가 제일 많이 나왔는지 발표를 했는데 남자애들 중에서는 당연히 그 애 이름이 '싫어하는 사람' 쪽에 제일 많이 나왔어. 친구들이 내게 누구 이름 적었냐고 해서 그 애 이름 써냈다고 했더니 "우리 다같이 누구누구(또다른 왕따 여자아이) 쓰기로 했는데 왜 그 애 적었냐"고들 했어. 근데 난 그 남자애가 정말 죽기보다 더 싫었거든.
학교에 오면 운동화를 벗어서 복도에 있는 신발장에 넣어놓고 실내화를 꺼내어 신어야 하는데 걔는 툭하면 실내화를 안 가져왔어. 주말에는 다들 실내화를 빨아야 하기 때문에 집에 가져가는데 월요일에 잊어버리고 안 가지고 오는거야. 걔는 담임선생님한테 매맞는 단골이었는데, 어떤 때는 학교 앞 삼거리에서 육교로 안 건너고 무단횡단하다 걸려서 무진장 얻어맞고, 또 어떤때는 수업시간에 딴짓 하다가 맞고.
그러다 하루는 실내화 안 가져와서 맨발로 돌아다니다가 담임선생님한테 걸렸어. 선생님이 그 애를 교실 가운데에 불러세우더니 밀쳤어. 그러더니 넘어진 그 아이 발을 밟는거야. 남자 어른이 울퉁불퉁한 슬리퍼 발로 어린애 맨발등을 밟아대니 당연히 그 애는 발을 다쳤지. 난 지금도 그 때 내가 받았던 충격을 잊지 않고 있다. 난 그 전해에 그 학교에 전학을 간 거였는데 처음에 적응 못하다가 5학년 올라와서는 그 선생님께서 아주 잘해주셔서 즐겁게 보내고 있었거든. 나름대로 '주류'에 속하는 이쁘고 공부 잘 하는 애들이랑 한 무리가 될 수도 있었고.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그 선생님의 잔인한 모습이란, 정말.
1학기가 끝나자마자 나는 다시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기 때문에 그 남자애가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나중에도 가끔 생각을 했었어. TV에 아주 안 좋게 되는 남자아이들(불량아) 나오는 거 보면 "아마 그 애가 저렇게 되지 않았을까"하고 생각했었어. 아버지 없고 엄마는 도망가고 할머니랑 둘이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면서 공부 안 하고 미움 받고 성질 비뚤어지면, 우리 사회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불량배가 되는 일 외에 뭐가 있을까 하고.
난 걔한테 참 '잘해주는 척' 많이 했었거든. 싸울 때도 많았지만, 마치 나는 정당하고 올바른 사람인 것처럼 다른 친구들 앞에서 감싸주는 짓도 해보고, "나는 걔의 어려운 사정을 이해해"하면서 착한 척도 해보고. 그래놓고 정작 미운 아이 이름 써내라니깐 '누가 썼는지 걔가 알 게 뭐야' 하면서 그 애 이름 적어내고. 정의로운 척 하면서, 최소한 정의로운 행동을 동경하는 척 하면서 실제로는 가장 속물적인 사람.
대학교 때에 (예를 들면 체 게바라라든가 로자 룩셈부르크 같은) 용감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읽으면서도 마음 속으로는 '나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없다'라고 생각하고 포기했었어. 난 나 자신을 알아, 나는 그런 용기있는 사람이 될 수 없어, 나에겐 그런 치열함이 없어...하는 생각이 늘 머리와 마음을 짓눌렀던 것 같아.
그런 점에서 보면 씬지는 용감한 사람인 것 같다. 난 내 관심을 나 자신이 아닌 밖으로 돌리려 항상 애를 썼는데 결국 돌이켜보면 언제나 나 자신만이 관심거리였던 지도 모르지. '내부의 혁명'은 포기해서는 안 되지만 참 힘든 일이다.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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