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

내 소개.

딸기21 2002. 12. 24. 10:29
728x90
푸핫...새삼 무슨 내 소개냐고.
바람구두님의 문화망명지에 찾아갔다가 주인장의 자기소개를 읽고, 나도 그 형식을 빌어 내 소개를 남겨놓고 왔다. 써놓고 보니 재밌는 것 같아서(내 소개가 재미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 형식이) 옮겨본다.

이름: <내가 나를 모르는데 넌들 나를 알겠느냐> 별로 특별한 생각도 없으면서 그냥 신비주의 노선 걸으려고 넷 상에서는 잘 안 밝힘

성별: 여성

생년월일: 71년 돼지띠, 황소자리. 보통 돼지띠는 오래 산다 하는데 혼자 손가락 조물거리며 사주를 봤더니 목숨 壽자가 2개나 끼어있음. 즉 무쟈게 오래 살 팔자라는 얘기. 그러나 실은 각종 별자리 꽃자리 무슨띠 사주팔자 하는 것 전혀 믿지 않는 편임다. 황소자리에 대해서는- 중용을 중히 여기라고 남들이 그렇게 일러도 항상 중용의 도를 사이에 두고 파동곡선을 그리면서 가지요. 별자리의 그 황소, 제게는 안정과 다소간의 답답함보다는 오히려 반대의 것을 몰아부치고 있는 듯.

직업: 기자(멋지게 말하면 Journalist, 좀 안 멋지게 말하면 Reporter). 글 쓰는거 부담스럽고 힘겨울 때가 많은 거 보면 이 길이 아닌개벼...싶기도 하고, 문과 졸업생 답잖게 문학성 한참 떨어지는 거 생각하면 그래도 무미건조체로 버틸 수 있는 이 직업이 맞는 것 같기도 함.

결혼: 기혼(Married). 1996년 10월 비교적 어린 나이에 아무 생각없이 결혼의 바다에 뛰어듦. 별볼일 없고 때로는 우울하고 쌈박질로 점철된, 그런 결혼생활 하다가 지난해부터 개과천선해서 진짜 황소닮은 남편이랑 행복 비슷한 거 누리면서 살고 있음.

주량 및 흡연: 술...사회 생활 시작하고 몇년간은 폭탄 맞아도 버틸 수 있었지만 그건 악으로 깡으로 정말 '버틴' 것이고, 실제 주량은 소주 1잔도 안 될 것. 담배는 하루 반갑~1갑

좌우명: 맛있게 먹고 행복하게 살자, 단순한 것이 아름다운 것이다, 남들이 왜 사냐고 물으면 그냥 웃자.

존경하는 인물: 넬슨 만델라, 김수환 추기경

장래 직업: 발명가. 아무도 생각해내지 못한 아주아주 멋진 것을 언젠가 만들어내고야 말리라.

좋아하는 색: 반짝거리는 은색(정확히 말하면 반질반질한 스텐레스 스틸 색, 혹은 화이트골드 색이라고도 함)

취미: 축구 중계방송 보기. 홈페이지 갖고 쪼물락거리기.

친한 친구: 별로 없음. 그치만 웬수진 사람도 없음.

좋아하는 영화: 영화를 좋아하지 않음. 인상적으로 본 영화를 굳이 고르라면 비터문(6번 봤음), 시민 케인(이거 좋아한다고 하면 좀 있어뵈니깐^^), 안나이야기, 안토니아스 라인, 바그다드 카페,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들.

좋아하는 짐승: 그대는 정말 아름답군, 고양이! 참고로 저의 영수는 은빛여우이지요. 작년에 <봉신연의>랑 <얼음과 불의 노래> 보면서 둘 짬뽕해서 만들었음. 동물원에서는 라마와 시라소니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혹시 American Bison을 아시는지.

좋아하는 나무: 라일락. 저의 꿈은, 거실 가운데에 라일락 심어놓고 천정에 유리창 만들어놓고 집 안에서 라일락 향기 맡으며 사는 것. 아킬레스의 창이 되어준 백양나무도 좋아하지요(머리 속에서만).

----


그러니까 결국 뭐냐면, 난 내 소개를 할때 별자리니 무슨 띠이니 혹은 좋아하는 나무 색깔 동물 이딴 거 써본 것이 처음이었다는 얘기다. 생각한 게 없는데 굳이 적으려니 아 난 정말 생각없이 살았구나 싶기도 하고, 또 이번 기회에! 좋아하는 것들 싫어하는 것들 목록 만들어놓는 것도 괜찮겠구나(누가 물으면 대답할 수 있게끔) 싶기도 하다.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좋아하는 나무 색깔 동물 계절 꽃 등등 그런 거 다 있으세요? 그보다 이런 질문은 어떤가요. 당신은 어느 계절의 바람을 가장 좋아합니까? 나는 초여름 저녁의 그 바람을 사랑합니다. 당신은 지금 곁에 있는 사람에게 무엇을 가장 이야기하고 싶습니까? 나는, 그 사람에게, 진실한 companion이 되고싶다고, 그 말을 꼭 하고싶습니다. 당신이 태어나서 가장 먼저 했던 거짓말은 무엇이었습니까? 아마도 나의 첫번째 거짓말은 "내 거야!"였을 겁니다(웃음).
만일 당신의 초상화를 누군가에게 그리게 한다면, 누구에게 맡기시겠습니까? 나는 빈센트 반 고흐에게 나의 초상화를 부탁하고 싶습니다. 자신의 머리 주변에 광배 모양으로 빛나는 방사선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은 고흐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내게 후광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기적처럼 강렬한 자아가 타인을 보는 눈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알고 싶기 때문입니다. 만일 당신의 신체 기관 중에 무언가를 반복생산해낼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것을 더 가지고 싶습니까?
나는 나의 눈알들을 많이 만들어냈으면 좋겠습니다. 한때는 세상의 모든 언어들을 갖고 싶다는, 그래서 그 언어들로 이뤄진 것들을 최대한 많이 수용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지요. 그렇지만 그보다는 눈을 아주 많이 가져서, 이 세상의 넘쳐나는 신기한 것들과 기쁨들, 슬픔들을 보고 싶은 마음이 더 큽니다.
당신이 누군가- 태어나서부터 동굴 속에 갇혀 있다가 바깥 세상에 나온 정글북같은 아이를 만난다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까? 내겐 하나의 이야기가 있습니다(어쩌면 그 하나의 이야기는 너무 많은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주몽이라는 멋진 남자와 강의 신 하백, 아침 안개를 닮은 하백의 딸, 고대의 사람들과 정령들 사이의 소박한 로맨스,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나는 로저 젤라즈니를 좋아합니다. 그가 벌써 죽었다는 사실 때문에 못내 슬퍼질 지경입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지금 내 책상 위에는 석 장의 카드가 놓여 있습니다. 당신은 성탄절 축하카드를 몇장이나 받았습니까? 나는 당신에게 묻고 싶은 것들이 많은데 당신은 어떻습니까?



  (2002.12.25-03:55:49)  X   218.53.6.11   wcmt
흐흐, "당신이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지금 내 책상 위에는 석 장의 카드가 놓여 있습니다. 당신은 성탄절 축하카드를 몇장이나 받았습니까? 나는 당신에게 묻고 싶은 것들이 많은데 당신은 어떻습니까? " 이렇게 묻는 걸 보니 우린 비슷한 과인지도 모르죠.
  (2002.12.25-06:14:21)  X   203.240.247.2   wcmt
히히 바람구두님, 비슷한 과는 아닐거예요. 왜냐면 바람구두님은 아는 게 굉장히 많으시잖아요^^
그런데 바람구두님은 구두 속의 바람인가요 바람 속의 구두인가요 혹은 바람을 싣고 바람 속을 거니는 구두인가요?
  (2002.12.25-06:55:43)  X   218.53.6.11   wcmt
바람을 가르고 나는 구두인걸요.
바람구두에 대해서는 차차 알려드리죠.
  (2002.12.25-13:01:29)  X   211.212.65.9   wcmt
실은 랭보 이야기겠거니 하고 생각했었어요. 맞죠?
예전 어느 집을 거쳐서 드라우너스님 집에도 잠시 놀러다녔었는데, 망명지의 랭보 항목에 링크돼 있는 것 보고 아, 역시, 하고 생각했습니다 :)
그런데 저는 사실 <문화문외한>이거든요. 누구의 표현을 차용하자면 artistic한 분야에 관해서는 <뇌민무늬증>에 해당됩니다. artistic한 것 가운데 관심 있는 대상은 지네딘 지단 밖에는 없답니다(히히). 당근, 랭보에 대해서도 잘 모릅니다. 옛날옛날- 중학교 때였나, 랭보의 시를 읽으면서 "이기 머 이런게 다있노" 했었고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다만 바람구두님 집에서, 케테 콜비츠 항목 열어보고는 기분이 좀 좋았습니다. 자화상을 맨 꼭대기에 놓으셨잖아요. 콜비츠에 대한 책들을 읽어본 뒤에 콜비츠의 작품들을 보러 갔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농민전쟁 연작들이나 선 굵은 목판화들보다 자화상이었거든요)
  (2002.12.26-22:53:08)  X   203.240.247.2   wcmt
딸기님, 딴 건 다 이해하겄는데...장래희망이라뇨....그 연세에 무슨 장래가 있다구....그런 표현보다는 "내가 바라는 노년의 삶" 뭐 이런게 옳지 않을까여??

  (2002.12.26-23:15:52)  X   203.240.247.2   wcmt

헉 양촌장...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그런 말을...
야 혹시 아냐 내가 멋진 거 많이 발명해서 특허내고 상품화해서 돈 무쟈게 많이 벌면 너한테는...국물도 없을 줄 알엇!

  (2003.02.15-18:55:17)  X   218.233.33.30   wcmt  
저도 돼지띠, 황소자리에요. (몇년생일까요;) 손금도 생명선이 몹시 길고 사주상으로도 거북이만큼 산다고 나와요.

저는 창가자리를 몹시 좋아해요. 카페든, 패스트푸드점이든, 강의실이든, 창밖으로 뭔가가 보이는 (펑크한 차림의 지나가는 사람이라든지, 바람에 잎이 흔들리는 높다란 키의 나무라든지, 어여쁜 하늘이라든지,,) 그런 자리에 앉는걸 몹시 좋아하지요. 그런 자리에 앉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리면, 벽에 붙은 자리에 앉곤해요..

저는 사람의 눈을 마주보는걸 좋아해요. 흔히 말하는 eye contact. 오랫동안 눈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 사람에 대해서 조금은 아는것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그 사람도 내 눈을 지긋이 바라봐줄때, 가슴이 찌릿찌릿해지죠.

하늘에서 내리는 눈도 몹시 좋아해요. 잠시 학교 영자신문사에서 수습기자로 일한 적이 있었는데, 수습이라서 자리를 지켜야함에도 불구하고, 눈이 온다고 밖으로 뛰쳐나가서 폴짝폴짝 뛰어다니던 기억도 있어요. (지금은 내 자유를 너무 갉아먹어서 그만뒀음)
그리고,, 그때 감기가 들어버렸죠;;

그리고 저는 전사의 이미지를 좋아해요. 옷에 피묻히고 눈에서 살기가 뿜어져나오는 그런 전사가 아니라; 세상의 부조리에-_-; 대항하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를 향해 달려갈 수 있는, 그런 이미지의 사람. 강한사람이네요- 그러고보니..


728x90

'이런 얘기 저런 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룰라는 왜 룰라일까  (0) 2002.12.26
눈오는 날의 詩  (0) 2002.12.26
나는 고양이다  (0) 2002.12.18
a letter to ssinzi  (0) 2002.12.15
딸기, 서른 둘  (2) 2002.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