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

룰라는 왜 룰라일까

딸기21 2002. 12. 2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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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대선에서, 룰라가 당선 됐다. 네번째 도전이다. 일전에도 룰라 얘기를 잠깐 올렸었는데, 현채의 말마따나 <한때는 룰라가 희망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브라질 노동자당에 대한 자료를 보면서, 지구 반대편의 몇몇 청년들이 가졌던 희망은 금새 퇴색하는 듯 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룰라는 다시 브라질의 희망이 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브라질 대선을 보면서 룰라의 이름에 대해 생각했다. 왜 '룰라(Lula)'일까. 루이스 이냐시오 '룰라' 다 시우바. 외국 언론들은 이 풀네임을 쓰면서 종종 '룰라'에 따옴표를 갖다 붙이곤 한다.

"브라질 사람들은 아기 이름 짓는 것을 재미거리를 찾을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이름은 개인 성향과 창의성을 나타내주는 징표다" (LA타임스)

브라질 전화번호부를 뒤져보면 희한한 이름들이 쏟아져나온다. 웰페어(Welfare) 알메이다, 노스트라다무스 쾨요, 워털루 다 시우바, 벤허 에우제비오, 플라비우 카발칸티 레이 다 텔레비상(텔레비전의 왕). 유명 기업이나 상표를 따서 제록스, 스카이랩, 노시아 등을 갖다붙이기도 한다. 심지어 사담 후세인의 이름을 딴 사담징요도 있고, 각국 언어를 총동원한 `차이코프스키 요한센 애들러 프라이스 잭맨 파이어 루드윈 솔만 헌터 린스'라는 이름도 있다. 재미삼아 포르투갈어에서 쓰지 않는 K, W, Y 같은 철자를 넣기도 한다.

브라질인들에게 이름을 짓는다는 것은 음악이나 춤 같은 놀이의 일종이며 심지어는 마술이나 예술적 행위가 되기도 한다. 상파울로의 심리학자 일레인 라비노비치는 "브라질에서 작명(作名)은 주술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면서 "이름 속에는 아프리카 이주노예와 유럽 식민문화에서 비롯된 다문화적 기질과 전통이 스며있다"고 설명한다.

같은 라틴아메리카국가인 아르헨티나와 비교해볼 때 브라질의 `이름 문화'는 유별나다. 백인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아르헨티나의 이름들은 스페인 식민통치의 계보를 보여주는 사다리들이나 다름없다. 로마 카톨릭과 스페인어 이름들을 고수하는 아르헨티나인들은 성명을 신성한 문서처럼 여긴다. 아르헨티나에서는 90년대말까지 정부가 인명 목록을 만들어놓고 출생신고 때 목록 중에서 고르게 했었다. 99년 제한이 완화되기는 했지만.

이름 갖고 하도 `장난'을 많이 치는 탓에 지난 90년 브라질의 한 지방정부는 법으로 아이들 이름에 우스꽝스런 단어를 집어넣는 것을 금지시키기도 했다. 당시 브라질 북동부 살바도르시는 한 아버지가 아들 이름을 `람보'로 지어오자 출생신고를 거부했다. 아기 엄마는 `실베스터 스탤론'이라는 차선책을 내놨지만 역시 거부당했다.

브라질 사람들 이름이 중구난방이 된 또다른 이유를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식민정책의 차이에서 찾는 이들도 있다. 스페인에 비해 포르투갈 식민통치자들은 비교적 관대한 정책을 취했기 때문에 원주민들이 스페인식 이름을 갖거나 토착어를 혼용하는 일이 가능했다는 것.

신분차별 정책이 명확하지 않아 농부들과 아프리카 노예출신 이민자들도 식민지 귀족 이름들을 마음대로 쓸 수 있었고, 그것은 오늘날 브라질의 이름들이 길어지는 하나의 이유가 됐다.

이름이 길다 보면 사회생활이 불편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이름 중의 하나를 뽑아서 대명사처럼 쓰는 일이 많다. 특이한 점은, 맨 끝이름은 잘 쓰지 않는다는 것. 페르난두 엥히케 카르도주 대통령을 브라질 신문들은 `페르난두 엥히케'라고만 부른다. 근래에 상류층 사이에서는 미국식으로 이름을 `짧게' 짓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대선 당선이 유력시되는 루이스 이냐시우 다 시우바의 경우, 원래 `룰라'는 별명이었다. 그런데 워낙 `룰라'로 알려져있다 보니 89년 대선에 출마했을 때 `루이스 이냐시오 다 시우바'라는 이름을 본 사람들이 그가 룰라임을 알지 못했다. 결국 그는 `룰라'라는 말을 집어넣어 자기 이름을 다시 신고했다.

글=로날드 힐튼, 번역=딸기



로날드 힐튼은 브라질의 어느 대학 교수로 사료되는데, 그 자신의 이름에도 엄마 아빠의 장난기가 숨어 있다. 엄마가, <힐튼>(당근 호텔이름)이라는 말의 어감이 좋아고 그렇게 붙였다나. Ronald는 원래대로라면 포르투갈어 식으로 호나우두라 읽어야 되지만 저 사람 부모의 마인드로 유추하자면 Ronaldo에서 'o'를 뺀 것으로 보아 아마도 영어식을 흉내낸 것이 아닐까 싶어 <로날드>로 읽었다. 글에서 언급한 <웰페어 알메이다>는 바로 저 로날드 힐튼의 할아버지 이름이라고 한다.

정작 <룰라>의 의미를 알수 없었는데, 알고보니 '오징어'라는 뜻이라고. 왜 그런 별명이 붙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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