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 1140

나도 변했단 그대 말을 들으면.

출근. 일년의 52분의1 밖에 안 되는 기간일지언정 '회사'를 떠났다가 돌아오니 기분이 20% 쯤은 갱신된 것 같다. 빵빵이 집에서 푸른하늘의 노래를 들었다. 글로 올려진 것이지만 어쩐지 노래가 들려오는 것 같은 기분-사실 나는 그 노래를 모른다. 나도 변했단 그대 말을 들으면 어떤 표정 지어야하는 것일까 왜 저런 가사를 집어넣는 것일까. 속상하게. 내 대학시절 우스꽝스런 친구가 했던 말. 우리들(보통의 모범적인 사람들) 졸업하고 벌써 몇년 지나 직장 다니고 있을 시기에 이 친구는 신림동의 자취방에서 아마도 술퍼먹고 늦잠자는 생활을 계속하고 있었을 것이다. "넌 대체 왜 그렇게 사는 거니"라는 뉘앙스의 질문, 그리고 친구의 대답. "나는 그대로인데 너희가 변한거야" 여수 출신인 이 친구(사실은 이 인간의..

[해남에서 화순으로] 오지여행+답사여행

해남의 산들은 지리산 노고단에서 출발한다고 한다. 노고단의 산 기운이 서쪽으로 치달려 영암의 월출산을 일으키고(해남에서 화순으로 옮겨가는 길에 월출산을 멀리서 바라봤는데 아주 멋있었다) 해남반도에 들어서서 대둔산, 달마산, 두륜산 같은 산들을 세운 뒤 송지면 갈두리(땅끝마을)에서 제주 한라산을 바라보며 바다로 들어가 자취를 감춘단다. 대둔사에서 땅끝마을까지 가는 2시간 가까운 드라이브는 아주 기분좋은 여정이었다. 이라는 말이 주는 뾰족하면서도 삭막한 느낌과는 전혀 다른, 따뜻한 들판과 아담한 산들. 가는 길에 송호해수욕장에 들러 잠깐이나마 몸을 담그기까지 했다. 여름휴가 동안 어쨌든 물놀이 한번은 해본 셈이다. 정작 땅끝마을은 실망스러웠다. 그렇겠거니 생각은 했지만 횟집과 식당들, '별볼일 없는' 바다...

[해남 대흥사] 구경 잘 하고 천벌 받을뻔함.

8월27일. 별볼일 없는 산채비빔밥을 먹고 대둔사(大屯寺)로 올라갔다. 91년 학과 답사 때 두륜산 대둔사를 '구경' 왔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절 이름이 대흥사(大興寺)였는데 92년에 대둔사로 바뀌었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도 이름이 '정리'되지 않은 듯, 와 라는 이름이 표지판마다 혼용돼 있었다. 위치는 한반도 남쪽 끝자락이지만 이름만은 스케일 크다. 백두산의 두(頭)자와 곤륜의 륜(崙)자를 따서 두륜산이다. 원대한 이름과 달리 높이는 703m에 불과하다. 두륜산을 옛날 사람들은 이란 뜻의 으로 불렀는데 여기서 절 이름이 나와서 , 이라고도 했단다. 서산대사 유물이 보관돼 있다는 것이 이 절의 제일 큰 자랑거리인 모양이었다. 우리나라의 좋다는 어느 곳이건 가면 무슨무슨 8경이니 하는 말들이 나오는데, ..

[변산반도] 딸기투어 타임테이블

8/26(월) 11시20분 집에서 출발. 만남의 광장에서 점심과 간식을 먹고 오후 1시 서울 톨게이트 통과. 서해대교를 건너다-기대를 많이 했는데, 정작 건너는 동안에는 다리 난간을 하도 높게 해놔서 바다를 감상할 수 없었다. 91년식 오래된 소나타 클래식(아지님은 오나타라고 부른다)에게 어쩐지 이번 여행은 무리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초장부터 들었다. 덜덜덜덜...운전대를 잡고 있는 아지님 손이 수전증처럼 떨릴만큼 차체가 떨렸다. 이게 왜 이럴까. 군산휴게소 못 미쳐서, 갑자기 차가 레코드판 바늘 튀듯이 퐁퐁 튀더니 아까 그 떨림과 시끄럽던 소리가 조용-해졌다. 무언가를 밟은 것이 틀림없다고,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차 뒤편으로 무언가가 옆 차선에 떨어져 있는 것이 거울에 비쳤다. 잠시 뒤 나는 깨달..

꽃보다 남자와 꽃미남 이야기

★ 나오는대로 주절거리는 꽃미남 이야기. 의 상품성은 정말 대단하다. 유치찬란을 넘어 유치절정휘황찬란으로까지 달려간 만화이지만, 재미와 흡입력은 어느 만화보다 낫다. 부잣집 도련님과 가난한 아가씨의 만남. '상투'의 꼭대기까지 쳐올라간 구도이지만 부자도 그냥 부자가 아니라 세계 몇째 갈만한 재벌, 아가씨도 그냥 가난한 아가씨가 아니라 지긋지긋 속물적인(동정의 여지가 없는) 부모 밑에서 죽도록 고생하는 가난한 아가씨, 왕따도 그냥 왕따가 아니라 승용차에 사람을 매달아놓고 운동장에 질질 끌고 다니는 무지막지한 폭력이고 보면 재미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만화의 최대강점은 F4, 즉 '네 명의 남자'가 나온다는데 것.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 명이 아닌 네!명!이라는 점에 있다. 일본 만화매거진 시스템..

라 발랄 비타, 2단계.

1. 촉촉한 인생 부문 -째즈: 째즈라는 장르를 통째 좋아하는 것은 무리라는 점을 깨달았다. 아프로쿠반 째즈로 범위를 제한키로 결정. 그리고 켈틱 음악은 계속 '추구'해볼 생각이다. -음악감상노트: '청재킷을 입은 노트' 7페이지까지 작성 완료. -악기 연주: 오늘 드디어 기타를 샀다. 오베이션(은 유명한 브랜드이고, 내가 산 것은 그걸 흉내낸)형의 기타인데, 나뭇잎 무늬로 된 것. 여기서는 '나뭇잎 무늬'라는 점이 아주 중요하다. 중앙에 시커먼 구멍 뚫린 것 말고, 나뭇잎 부분에 새까만(이 어감상의 차이에 주목하라) 구멍이 송송 뚫려 있는 것. 실은 내가 예전에 쳤던 기타가 바로 이렇게 생긴 거였다. 이제 기타를 '연주'하는 일만 남았는데, 그것이 난제다. 우선 기타를 잘 못 치고, 더욱이 손가락으로 ..

프로젝트 1단계.

나의 프로젝트를 보고 비웃은 사람들이 일부 있었음을 감안, '실적을 까발기기'로 결심! 1단계- 오늘 광화문 일대를 돌면서 쇼핑을 했다. 광화문 일대-라고 해봤자 교보문고를 한바퀴 돈 것 뿐이지만. ★ 킹 오브 스윙 오케스트라. '킹 오브 스윙 오케스트라'의 씨디를 샀다. 2장으로 돼 있는데, 지금 듣고 있다. 듣기 편한 곡들인 것 같은데, 일단 째즈의 목록을 하나 둘 늘려가는 중. ★ 청재킷을 입은 공책 다짐했던대로, 음악감상 노트를 만들 것이다. 그 첫걸음으로 공책을 마련했다. 근데 실은 뭘 적어야 할지 모르겠다. 낼은 하루종일 저걸 정리할 계획. ★ When I met Hopper... 에드워드 호퍼와 베르메르의 미니화집을 샀다. 것두, 영어로 된 걸루... 호퍼가 주는 컬트적인 느낌, 베르메르가 ..

산책 중독.

...중독되는 것도 참 가지가지다. 난 요즘 산책중독이다. walkaholic. 집에 걸어다니다보니 하루에 일정량을 걷지 않으면 몸이 찌뿌드드하다고나 할까. 오늘은 회사에서 교보문고까지, 비교적 가까운 거리를 살금살금 걸어갔다. 귀에 이어폰 꽂고 걷는 것도 한번 해봐야 하는데, 음악 들으려면 중얼중얼(혼잣말)을 할 수가 없으니 그게 좀 안 좋다. 그래서 영 음악을 못 듣고 있다.(그러고보면, 음악 못듣는 핑계도 참 가지가지다--;) ...오늘은 교보 안에 있는 매장에서 가죽끈에 물고기를 꿰어놓은 목걸이를 샀는데, 그 목걸이를 낀 채로 샤워를 해도 될까 안 될까를 궁금해하고 있다. 젖은 가죽끈으로 사람을 묶어서 햇볕에 죄어드는 가죽끈에 숨지게 만드는 얘기를 어렸을 때 본 기억이 있다(아마도 퍼즐집이 아니었..

프로젝트 돌입

창밖을 보니 비가 생각보다 많이 오고 있을 때. 장마철이니까 비가 올 만도 한데 왜 놀라는 걸까. 우산도 챙겨왔는데. 방금전처럼, 사무실의 커다란 유리창을 쳐다보니 비가 쏟아지고 빗방울이 송글송글 유리를 덮고 있는 것이 보일 때면 깜짝 놀라곤 한다...실은, 사무실 텔레비전에서 남자의 딱딱한 말소리가 들릴 때에도 나는 자꾸 놀란다. 아주 약간의 긴장. 우리 사무실에서 오전에 텔레비전 소리 크게 틀어놓는 것은, 대통령이나 혹은 누군가의 중요한 발표가 있을 때이다. 내각 교체라든가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라든가, 아니면 청문회라든가, 하여튼 뭐 그런거. 하긴, 귀기울여 들어봤자 세상 별로 달라지는 거 없더라만 그래도 '긴장된 목소리의 누군가'가 말을 하는 걸 들으면 나도 덩달아 긴장된다...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

무서운 아르헨티나

어제 케이블에서 틀어주는 축구경기를 봤다. 아르헨티나 리그 1위인 리베르 플라테(River Plate)와 3위인 힘나시아와의 경기였는데, 좀 오래된 경기인지 리베르 플라테에는 아르헨 국가대표인 아리엘 오르테가가 뛰고 있었다. 화질이 좀 별로이긴 했지만 경기 자체는 아주 재미있었다. 또 심판이 한-포르투갈전에서 후앙 핀투에게 레드카드 줬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이 경기의 히어로는 리베르 플라테의 페르난도 카베나기(Fernando CAVENAGHI) 선수. 이제 19살인데, 후반전이 반 정도 흘렀을 때 아주 멋있는 중거리 슈웃! (카베나기는 나이는 어리지만 이탈리아의 명문 클럽 유벤투스와 라치오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한다. K리그에도 이런 애 하나 있었으면!) 힘나시아는 힘겹게 만회골을 뽑으려고 애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