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 1152

축구

난 축구를 좋아한다. 운동 하는 것을 즐기는 편은 절대 아닌데, 어찌어찌 하다보니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대형 스포츠 행사의 TV중계에 목매다는 처지가 돼 버렸다. 당연히 월드컵 경기가 벌어지고 있는 지금은 '너무나 즐거운' 기간이다. 역시나, TV 프로그램표를 옆에 끼고서 줄창 테레비를 들여다보고 있다. 항상 '늙는 건 서럽다'. 어렸을 때 삼국지를 읽다가 가장 마음아팠던 건 '소년장군 조자룡'이 뒷부분에 '노장 조자룡'으로 나온 부분이었다. 젊고 멋진 장수가 늙어서, 더우기 늙어서도 기개를 굽히지 않게 되어 등장한 게 아주 아쉽고 서운했다. 지금도 그 때의 감정(?)이 남아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바티스투타의 경기를 보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오늘 나는 기분이 별로 안 좋다. 신문마다 바..

너무 떨린다...

너무 떨리고 긴장된다. 오늘, 드디어 결!전!의!날! 미국이랑 싸워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이겨야 한다, 이겨야 한다... 나는 지금 주문을 외우고 있다. 벌써 걱정이네. 이러다 월드컵 끝나면 앞으로 4년을 또 어떻게 살아야 하나. 근데, 내가 바티랑 피구를 좋아한다고 그렇게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는데 굳이(!) 나에게 찾아와 베컴이 좋니 지단이 좋니, 심지어는 베론이 좋으니 하면서 묻는 사람들이 있다. 아르헨이 잉글랜에게 1대0으로 패한 것은 두고두고 내 가슴에 한으로 맺힐 것 같다. 비겁한 잉글 넘들, 기껏 PK 하나 넣고 몽땅 수비에 나서다니. 오언은 잘 하더라마는(그것까지 부정하진 않는다--;). 여튼 베론(이 인간 땜에 열받아 죽는 줄 알았다)은 '발등찍은 도끼상' 혹은 '기대배반상'을 줘야할 것..

꼼꼼이는 이담에 지휘자가 될 것이다

우하하! 저렇게 거창한 제목을 붙인 이유는? 요즘 꼼꼼엄마(=딸기)의 기분은 꼼꼼이의 컨디션에 좌지우지됩니다. 하루 종일 혼자서 아기를 돌보다 보면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정말 피곤하거든요. 오늘은 꼼꼼이나, 엄마나 모두 기분 좋은 날입니다. 오늘 식목일이고, 걸맞게 날씨가 화창하고 좋았는데요 베란다에 나가보니 꼭 초여름 날 같더군요. 그래서 방안과 마루에 모두 환기를 하고, 꼼꼼이 바지도 홀랑 벗겼습니다. 꼼꼼이 엉덩이에 바람 쐬라고요. 본론으로 들어가서. 태어난 지 두 달 밖에 되지 않은 아기랑 하루 24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장난이 아닙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루 열댓 시간을 잠자면서 보내던 꼼꼼이가 지금은 컸다고(?) 같이 놀아줄 것을 종종 요구하고 나오거든요. 같이 놀자고, 엄마를 부르는 방법은..

Fernando, 그리고 10년 전의 겨울

옛날 게시판 정리해버리려고 묵은 창고를 열어보니 지난해 이맘때 올렸던 글이 남아 있었다. 머리 속에 다시한번 'Fernando'의 곡조가 맴돌기 시작한다. 일년이 후다닥 지나가버렸지만 라고 하기엔 그 화살이 빙빙돌며 날아가는 고비고비마다 많은 기억들이 들어 있다. 언제든 지나온 시간은,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냥 스쳐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무수히 작은 점들이 모여 선으로 이어지는 그 무엇처럼, 매 시간시간 일분일초마다 매듭을 만들어놓는 것 아닌가. 빛은 입자와 파동이라지만, 문학적 의미에서의 도 마찬가지다. 그 입자에 혹은 그 매듭에 얻어맞아 눈에서 가끔은 불똥이 튀고, 그 파동의 골과 골 사이에서 즐거워하고 화내고 괴로워한다. 'Fernando'는 1년전 묶였던 매듭(이 매듭을 만들어낸 주체는 내가 아니었다..

첨밀밀, 눈물 나게 달콤한 사랑

사랑의 기억은 모두 달콤할까. 인연이라는 것은 어떤 종류의 것이든 간에, 모두 소중하다...고 하면 될까요. 어떤 인연인들 소중하지 않겠냐마는, 그 중에는 특히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대단한 인연도 있는가 하면 말 그대로 '옷깃만 스치고 지나는' 그런 인연도 있겠죠. '첨밀밀'은 중국과 홍콩에 대한 이야기이고,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한 이야기이고, 따라서 돈에 대한 이야기이고, 돈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 체제의 틀 속에서 어떻게 해서든 더 나은 삶을 살아보려는 사람들의 이야기, 사랑에 대한 이야기, 인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첨밀밀의 핵심은 첨밀밀이다'... 말장난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정말로 이 영화의 키워드는 타이틀인 '첨밀밀'이라는 말에 있습니다. 첨밀밀은, 아주 달콤하다는 뜻이죠. 달콤한, 그대의..

우리 집

"우와, 감이 많이 열렸네. 나 고등학교 때 저 나무에서 감 많이 땄었어." 얼마전에 차를 타고 지나다가 홍제동 골목의 어느 집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열린 것을 보고 이렇게 말을 했더니, 남편은 "어떻게 네가 저 집 감을 땄느냐"면서 의아해했다. 나의 남편은 부인의 말을 늘 흘려듣기 때문에, 저런 질문을 하곤 한다. 언젠가 지나치면서 이미 말해준 적이 있었는데. 아주 오래 전에 화장터가 있어서(이미 옛날에 국민학교로 변했지만) 지금도 '화장터길'이라고 불리는 샛길 가운데 있는 그 집, 감나무에 가지가 늘어지도록 감이 열려있는 그 집은 원래 우리집이었다. 지금도 우리집이라는 느낌 밖에 들지 않는 그 집은 내가 태어나고 자란 집이다. 요 며칠 드물게 짙은 안개가 끼더니, 오늘은 하루종일 밖이 뿌옇고 흐리다..

간장선생

비디오로 '간장선생'이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아지님이 빌려왔길래...당근(?) 중국영화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비디오 예고편 지나가고 나니까 화면에 '東映'이라는 자막이 뜨더군요. 어, 일본 영화잖어...올초에 비디오로 '춤추는 대수사선'을 보고나서 엄청나게 실망했으며 또한 봄에 영화관에서 '올빼미의 성'이라는 재미없고 엽기적인 영화를 본 뒤 일본 영화에 대한 꿈(?)을 잠시 접은 차였는데... 이마무라 쇼헤이. 히히히...이름을 들어본 기억이...방금 전에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보니까 꽤나(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르지만) 유명한 감독이군요. '나라야마 부시코', '우나기'. 모두 제목을 들어본 적이 있는 작품인 걸 보면요. 황금종려상...이것도 유명한 상이죠, 아마. 전쟁, 공습, 폭격, 등화관제. 좋지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千と千尋の神隱し)

일본에서 2400만명이 봤다는 미야자키 하야오감독의 초대형 히트작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千と千尋の神隱し)'을 봤다. 후배를 따라 시사회에 갔었는데, 사람들이 몰려서 시사회장이 북적북적했다. 미야자키라는 이름, '관객동원**만명'이라는 카피의 설득력 같은 유인요인들이 있어서 그랬는지. 관객들의 반응도 아주 좋았던 것 같다. 재작년에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국내상영을 앞두고 열린 시사회에서의 그 썰렁한 반응에 비하면 어제는 영화보는 사람들 모두, 웃기거나 귀여운 장면이 나올 때마다 웃고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특유의 가볍고 달콤하고 코믹한 부분들이 여러번 나왔는데 나는 사실 별로 웃지 못했다. '헤이세이 폼포코 너구리대전쟁'을 볼 때에는 달걀귀신이 나와서 데굴데굴 구르며 웃었는데. 영화는 아주..

와이키키 브라더스, 수안보의 신파극

며칠전 '고양이를 부탁해'의 자극이 상당히 진했기 때문에 용기를 내서 영화를 또 봤습니다.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 저 원래 감독 이름 알고서 영화보는 일 별로 없는데요, 신문들이 하도 극찬을 해놨길래...이름을 외워 갔지요. '세친구'라는 전작이 있다고 하는데, 보지 않아서 비교는 못하겠구요. 여튼, 이 영화 보지 마세요. 각 신문의 영화담당 기자들에게 극심한 배신감을 느꼈답니다. 특히, 영화 팜플렛에 감상문이 한단락 소개돼 있던 한국일보의 박모 기자. "울다가 웃다가 어쩌구" 했다는데, 대체 이 영화보고 왜 울다가 웃었는지... 감정이 대단히 풍부한 모양입니다 그려. 세상에, 아직도 이렇게 상투적이고 고전적인 영화를 만들다니! 재미 되게 없더군요. 무거운 얘기, 밑바닥 얘기만 하면 신문에..

제주도에서

어제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저 어디 갔나 궁금하셨죠?(별로 안 궁금했나?) 일요일 오전에 출발해서 어제 오후 1시 비행기를 타는 것으로, 3박4일간의 제주도 여행을 했는데요. 이번에는 저의 컨디션이 컨디션인지라, 사진은 별로 안 찍었어요. 덕분에 아지님도 혼자 몇장 박고 말았죠. 스캐너가 있어서 보여드리면 좋을텐데^^ 그래도 재미있었습니다. 먹는데에 중점을 둔 여행이었다고나 할까요. 가기 전에 먹고 싶은 것들을 생각해두고 갔거든요. 갈치구이, 옥돔구이, 전복죽, 해물뚝배기, 갈치조림 등등. 갈치조림은 못 먹었지만 다른 것들은 다 먹었구요, 또 제주 흑돼지(인지는 알 수 없지만) 구이랑 아주 맛있는 해물돌솥밥도 먹었답니다. 버터에 뜨거운 밥 비벼먹는 거, 오랜만이어서 그런지 맛있었습니다. 아휴, 또 먹고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