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

제주도에서

딸기21 2001. 8. 2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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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저 어디 갔나 궁금하셨죠?(별로 안 궁금했나?) 

일요일 오전에 출발해서 어제 오후 1시 비행기를 타는 것으로, 3박4일간의 제주도 여행을 했는데요. 이번에는 저의 컨디션이 컨디션인지라, 사진은 별로 안 찍었어요. 덕분에 아지님도 혼자 몇장 박고 말았죠. 스캐너가 있어서 보여드리면 좋을텐데^^ 

그래도 재미있었습니다. 먹는데에 중점을 둔 여행이었다고나 할까요. 가기 전에 먹고 싶은 것들을 생각해두고 갔거든요. 갈치구이, 옥돔구이, 전복죽, 해물뚝배기, 갈치조림 등등. 갈치조림은 못 먹었지만 다른 것들은 다 먹었구요, 또 제주 흑돼지(인지는 알 수 없지만) 구이랑 아주 맛있는 해물돌솥밥도 먹었답니다. 버터에 뜨거운 밥 비벼먹는 거, 오랜만이어서 그런지 맛있었습니다. 아휴, 또 먹고싶어라^^ 

저는 지금이 여름이라고 생각하는데...어제 TV에서는 언놈이 나와서 가을이라고 주장하더군요. 안되는 일이죠, 전 지금 여름휴가 중이거든요. 약간 늦은 감 있게 떠난 여행이었는데, 제주 공항에 내려서 숙소까지 가는데 길가에 코스모스가 피어있는 겁니다! '여름 휴가'를 망치려는 놈들 같아서 괜히 코스모스를 상대로 욕을 해줬지 뭡니까. 

저와 아지님이 묵은 숙소는 제주도 남동부 표선해수욕장 부근에 있었는데요, 혹시 여름에 제주도 갈 일 있으시면 표선해수욕장에는 가지 마세요. 첫날은 여기서 파도타고 놀았는데, 나중에 보니 제일 등급이 낮은 해수욕장이었어요. (아지님은 이번 여행 동안 무려 6개의 해수욕장을 돌면서 등급을 매겼답니다--;;) 

둘째날은 폭풍주의보 때문에 바다에는 들어가지 못했는데, 날씨가 정말 죽여줬습니다. 제주도 가서 이번처럼 날씨 좋았던 적이 없었어요. 파도가 높아서 우도에 가려던 계획이 무산되고, 대신 성산 일출봉 부근에 '섭지코지'에 갔는데요, 여기 경치 끝내주더군요. 안타깝게도 카메라 건전지가 없어서...사진은 한 장도 못 찍었습니다. 
제주도 간 것은 이번이 네번째인데, 우도나 성산일출봉은 가봤지만 섭지코지는 별것 아니겠거니 해서 건너뛰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풍랑이 안 받쳐줘서 우연히 이 곳에 들렀는데, 놓치기 아까운, 황량하고 아름다운 풍경이었답니다. 

그리고는 산굼부리에 들러서 분화구를 구경. 
그런데요, 저는 바다나 깊은 나무 같은 것이 무섭거든요. 자이로드롭이나 롤러코스터는 매우 좋아하는데, '자연'이 무서워요... 밤에 바다를 바로 옆에서 보는 것은 말도 못하게 무섭고, 산굼부리 분화구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도 무서웠어요. 시퍼렇고 깊은 숲이 분화구 안에 도사리고 있는데 집어삼키려는 괴물같더라구요. 밤중에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표선해수욕장 옆을 지나다가 만조가 되어 물이 들어찬 것을 보니까 것두 참 무섭더군요. 

세째날은 이번 여행의 하일라이트였습니다. 
혹시나 하고 '외돌개'에 들렀는데 (외돌개는 바다에 홀로 서 있는 큰 바위의 이름입니다) 
우와, 제주 남해안의 경치는 참말! 바닷가 절벽 위에서 해안을 바라보니 옥빛 쪽빛 바다, 그 위로 떨어지는 작은 폭포수, 절벽 위의 잔디밭에는 말 두 마리가 길가는 관광객들을 완전히 무시한채 풀을 뜯고 있고 햇볕은 쨍쨍, 잔디밭도 나뭇잎도 바위조차도 반짝반짝! 
오후에 중문해수욕장에서 파도에 쓸려내려가기 놀이를 했어요. 괌보다 훨씬 좋아요, 중문해수욕장 너무 이쁘고 깨끗해서 이런 곳이 세상에 있다니! 하고 경탄했습니다. 
파도가 워낙 세어서...해안선 5미터 안쪽에서 파도를 타면서 모래바닥에 촥- 엎드리는 놀이를 했습니다. (아마 상상이 잘 안 되실 겁니다. 어떤 덩치 큰 남자하고, 주책맞은 임산부하고 둘이서 모래밭에 엎드려서 파도에 쓸려 내려갔다, 올라왔다 몸통을 굽고 있는 모습--;;) 
중문해수욕장이 아지님이 매긴 '해수욕장 등급' 1등입니다. 
이날 저녁 천제연 폭포를 갔는데 경치는 좋았지만. '선임교'라는 이름의 거대하고 치명적으로 꼴불견인 시뻘건 철제 다리를 계곡 위에 턱-허니 얹어놓은 것을 보고 기분이 팍 상해서 왔습니다. 

제주도 여행이 좋았던 이유. 
우리나라 어디를 가든 관광지라 하면 틀어놓는 그 쿵짝쿵짝, 뽕짝 파전집들이 없다는 것. 어디 갈 때 가장 싫은 게 그겁니다. 쿵짝쿵짝 좀 안 하면 어디 덧나는지, 관광지마다 미친듯이 뽕짝 틀어놓고 호객행위에, 바가지에. 그거 없어서 참 좋았습니다. 또 깨끗하고 친절하구요. 
한가지 흠이라면, 식당들이 좀 세련되지 못하다는 것. 인테리어를 얘기하는 게 아니라, 밑반찬이 맛깔스럽지 못하더라구요. 어쨌든 아주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부러우시죠? 다녀오고 싶으시죠? 
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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