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

와이키키 브라더스, 수안보의 신파극

딸기21 2001. 10. 29. 17:12

며칠전 '고양이를 부탁해'의 자극이 상당히 진했기 때문에 용기를 내서 영화를 또 봤습니다.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 저 원래 감독 이름 알고서 영화보는 일 별로 없는데요, 신문들이 하도 극찬을 해놨길래...이름을 외워 갔지요.


'세친구'라는 전작이 있다고 하는데, 보지 않아서 비교는 못하겠구요. 여튼, 이 영화 보지 마세요. 각 신문의 영화담당 기자들에게 극심한 배신감을 느꼈답니다.

특히, 영화 팜플렛에 감상문이 한단락 소개돼 있던 한국일보의 박모 기자.
"울다가 웃다가 어쩌구" 했다는데, 대체 이 영화보고 왜 울다가 웃었는지...
감정이 대단히 풍부한 모양입니다 그려.

세상에, 아직도 이렇게 상투적이고 고전적인 영화를 만들다니!
재미 되게 없더군요. 무거운 얘기, 밑바닥 얘기만 하면
신문에서 칭찬해줘야 한답니까?
주제가 문제가 아니라, 일단 재미가 있어야지...
말초적인 자극의 재미 말고, 흐름을 읽는 재미라든가 인간사의 미묘한 부분을
콕 찍는 재미라든가 참신한 감각이 주는 재미라든가
재미의 종류는 다양하잖아요.

옛날 영화들(최소한 80년대 이전) 보면 '밑바닥 인생'들이 많이 나오죠. 
창녀, 술집여자, 조폭(요건 요새도 인기 아이템입니다마는)...
거의 뭐 그 수준입니다. 수안보 관광호텔 나이트클럽의 삼류 뺀드...

한 장면을 보면, 다음 장면을 바로 연상할 수 있습니다.
('오바'의 연상효과라고나 할까^^;;)

맨 첫장면이 뺀드의 공연으로 시작합니다. 그 순간 우리는 알 수가 있지요.
이 영화의 끝장면도 뺀드의 공연으로 끝날 것임을...
직장에서 짤린 친구가 찾아와서 술을 마시며 고민을 토로합니다
-> 며칠 뒤 친구는 교통사고로 죽습니다
(특히 죽기 전 친구의 대사는 압권입니다. "그래, 너 행복하니?" 에구, 느끼해라...)

남자의 대사 "나 이제 떠날 거야, 여수로" 
그러면 여자의 대사는 "그러고보니 나도 바다 본지 오래됐네"
-> 여자도 물론 남자를 따라 여수로 가지요.

단란주점에서 뺀드가 노래를 연주해주는데, 술 처먹고 옷벗고 주사부리는 사람들...
에구, 거기까지만 나왔으면 좋았을텐데 기어이 뺀드 연주자의 옷을 벗기는군요.

적정선을 찾지 못한 채 '볼 거 다 보여주는' 신파극. 아직도 이런 감각으로 영화를 만들다니. 근데도 신문에서는 "우리나라 관객들 너무한다, 이런 좋은 영화 안 보고"라며
관객을 야단치고 있더군요. 관객들이 바봅니까, 돈 내고 보는데 재미난거 봐야죠.

'바보 관객' 되고 나니 씁쓸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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