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63

내 생애의 책 중 한 권, '핀치의 부리'

핀치의 부리 The Beak of The Finch 조너던 와이너 (지은이) | 이한음 (옮긴이) | 이끌리오 | 2002-01-15 핀치의 부리(The Beak of Finch). 네이처지에서 '그동안의 과학저술 중 최고'라고 격찬했다...고 책 뒤표지에 써있는데, 정말 네이처지에 그런 서평이 나왔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정도의 찬사가 아깝지 않은 책입니다.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이라고 하는데, 어떤 호평을 붙여도 이 책을 다 칭찬하기에는 미흡할 거예요. 실은 저는 말이죠, 이 책을 오랜 시간에 걸쳐서 읽었는데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난 오늘 오전에는 '물밀듯이 밀려오는 감동' 때문에 정신이 막막할 정도였답니다(조금 허풍을 떨자면 ^^;;) 계속 도는 칼, 보이지 않는 해안, 보이지 않는 문자들..

[스크랩] 가아더의 '지평', 그리고 친구와의 대화.

주시기에게.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조우커의 정신'은 어디로 간 것인지 모르겠다고. 늘 그렇지만, 친구의 물음에 제대로 된 답을 줄 수 있는 때는 없다. 대신에 요슈타인 가아더의 글을 하나 선물로 보내줄께. 지평, 요슈타인 가아더 나는 공고문이라면 언제나 꼼꼼하게 읽는다. 국가정보국에서 보낸 통지문들이라면 특히 성심껏 연구하는 기분으로 읽는다. 결국 그것들은 나를 위해서 씌어진 것이 아닌가. 국가는 그의 아들들 중의 하나와 이야기를 나누기를 원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 마치 아버지나 어머니가 내키지는 않지만 그의 자식들과 그 어떤 심각하고 교육적인 이야기를 나누기라도 할 때처럼 말이다. 그리고 나도 윗사람의 말을 거역하는 그런 유형은 아니다. 담배를 끊어야겠어. 보다 적게 마셔야겠어. 왜 세금을 ..

딸기네 책방 2002.04.01

스티븐 제이 굴드, '풀하우스'

풀하우스 | 원제 Full House 스티븐 제이 굴드 (지은이) | 사이언스북스 (음...머리 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은 많은데, 글로 쓰려니 잘 옮기지를 못하겠군요. 오랜만이어서 그런가? ^^ ) 1. 진화론 '뒤집어보기'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다, 만물의 척도다, 하느님은 인간을 위해 이 세상 만물을 만드셨으니 인간은 세상만물의 주인이다- 이런 '인간 제일주의'의 편견을 깨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다윈이 진화론을 내놨을 때 이미 인간이 제일이라는 생각은 깨져나갔어야 했는데 그놈의 다윈이 어정쩡하게(자기가 속해있고 또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서양 제국주의 문명을 벗어나려 하지 않았던 탓에) 진화론 속에 '진보'에 대한 왜곡된 고정관념을 심어놓는 바람에, 창조론을 뒤집을 절호의 찬스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존 홀런드, '숨겨진 질서'

숨겨진 질서 - 복잡계는 어떻게 진화하는가 Hidden Order 존 홀런드 (지은이), 김희봉 (옮긴이) | 사이언스북스 숨겨진 질서(Hidden Order).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질서(작동원리)가 숨겨져 있다는 얘기도 되고, 반대로 작동원리가 꼭꼭 숨겨져 있어서 정말 찾아내기 힘들다는 얘기도 될 성 싶은데. 존 홀런드의 '숨겨진 질서'는 바로 그같은, 꼭꼭 숨겨져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질서를 찾는 작업이다. 복잡계는 어떻게 진화하는가-이 책의 주제는 바로 이거다. '복잡적응계(CAS)'라고 이름붙인, 보통 복잡계라는 말로 표현되는 아주 복잡한 세계를 대상으로 그 세계의 질서를 찾아내는 작업이다. 예를 들면, 뉴욕시와 같은 거대한 도시에서 어느날 빵 공급이 잠시 중..

조너선 D 스펜스, '현대 중국을 찾아서 1, 2

현대 중국을 찾아서 1, 2 조너선 D 스펜스. 김희교 옮김. 이산 2002년, 딸기의 라이브러리에 기록하게 된 첫 책은 조너선 스펜스의 입니다. '올해의 꿈'이 자금성 방문이라는 얘기를 했었던 것 같은데, 올해를 '중국의 해'로 만드는 것이 저의 목표 중 하나이거든요. 마침, 오랫동안 손에서 놓지 못했던 이 책을 오늘 아침 돌파했습니다. 청나라의 건국에서부터 89년 천안문 사태까지 중국의 역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무엇이 중국의 현대('근대'라는 말과 구분 없이 쓰겠습니다^^)를 만들었는지, 중국의 지도자들은 현대가 던져준 문제들에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보여줍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늙은 용처럼 무기력해 보였던 이 거대한 나라는 끊임없이 도전과 응전을 계속하면서 싸워나갔다는 겁니다. (물론 저자가 이런 ..

딸기네 책방 2002.01.02

[스크랩] 춘향-오! 일편단심

춘향 김영랑 큰칼 쓰고 옥에 든 춘향이는 제 마음이 그리도 독했던가 놀래었다 성문이 부서져도 이 악물고 사또를 노려보던 교만한 눈 그는 옛날 성학사 박팽년이 불지짐에도 태연하였음을 알았었니라 오! 일편단심 원통코 독한 마음 잠과 꿈을 이뤘으랴 옥방(獄房) 첫날밤은 길고도 무서워라 설움이 사모치고 지쳐 쓰러지면 남강의 외론 혼은 불리어 나왔느니 논개! 어린 춘향을 꼭 안아 밤 새워 마음과 살을 어루만지다 오! 일편단심 사랑이 무엇이기 정절이 무엇이기 그 때문에 꽃의 춘향 그만 옥사하단 말가 지네 구렁이 같은 변학도의 흉칙한 얼굴에 까무러쳐도 어린 가슴 달큼히 지켜 주는 도련님 생각 오! 일편단심 상하고 멍든 자리 마디마디 문지르며 눈물은 타고 남은 간을 젖어내렸다 버들잎이 창살에 선뜻 스치는 날도 도련님 ..

딸기네 책방 2001.12.18

[스크랩] Maya(환상)에서 Atman(영혼)으로 -인도에서 온 이야기

1. "사랑하는 아들아, 벌이 서로 다른 나무들의 정수를 모아 그것을 하나로 합침으로써 꿀을 만드는 것처럼 '나는 이 나무의 정수이다' 라든지, '나는 저 나무의 정수이다' 라고 구별을 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여기 있는 온갖 생물들은 스스로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존재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단다. 이 세상에 있는 온갖 생물들이 그들이 호랑이냐, 사자냐, 늑대냐, 뱀이냐, 심지어 파리냐에 상관없이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최고의 정수이며, 이 세상은 그것을 영혼으로 가지고 있단다. 그것이 실재(Brahman)이다. 그것이 아트만이다. 그것이 너이다(Tat tvam asi)." 2. "아들아, 이 거대한 나무를 보아라. 만약 누군가 이 나무의 뿌리를 친다면, 나무는 상처를 ..

딸기네 책방 2001.12.17

[스크랩] 오랫동안 찾아헤맸던 곳, 루이스 보르헤스의 <아스테리온 집>

얼마전 아술리다에게 이 소설 이야기를 했었는데, 제목이 뭐였는지 기억이 잘 안 나서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고, 그래도 영 기억은 떠오르지 않고...안개 속에 가물거리던 것을 오늘 우연히, 발견하고야 말았다. . 엘리너 파아존의 단편들 못잖게 내가 좋아하는 글이다. 황소인간의 오랜 고독, 상상속의 집 구경, 적막하면서도 ‘쿨’한 느낌이 묻어나는 분위기. 그리고 보르헤스다운, 너무나도 보르헤스다운 반전. 믿을 수 있겠어, 그 괴물은 방어도 안 했어. 아스테리온 집 (La casa de Asterion) 그리고 여왕은 아들을 낳았는데, 아스테리온이라 불렀다. 아폴로도루스, 『도서관』, III권 1장 내가 오만하다거나, 사람을 싫어한다거나, 혹은 실성했다고 수군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모두 터무니없는 비난이다..

딸기네 책방 2001.12.01

스탠리 월퍼트, '인디아, 그 역사와 문화'

인디아, 그 역사와 문화 - 역사명저시리즈 2 | 원제 India 스탠리 월퍼트 (지은이), 신현승, 이창식 (옮긴이) | 가람기획 대학교 2학년 때, 인도미술사를 한 학기 배웠었다. 우리 과의 교과과정 중에는 '동양미술사'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 있는데, 그 중 '동미 1'은 중국미술사이고 '동미 2'는 인도미술사이다. 그 해에 바로 임용되어 우리 과에 왔던 젊은 교수님은 국내에서는 가장 유명한 종교학자(이 분은 몇년 전에 돌아가셨다)의 아드님으로, 인도미술사를 가르치면서 미국에서 배워온 '다원주의'를 학생들에게 맛보이려 하셨던 것이 기억난다. 인도미술사 시간에 데이비드 린 감독의 '인도로 가는 길'이라는 영화를 봤다. 인도에 대해서도, 미술에 대해서도, 영화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별로 없었던 나는 거..

딸기네 책방 2001.11.26

번역이 나쁜 '좋은 책', <추악한 전쟁>

추악한 전쟁 Unholy Wars 존 K. 쿨리 (지은이) | 소병일 (옮긴이) | 이지북 | 2001-10-13 저널리스트 출신의 아프가니스탄 전문가 존 쿨리가 지난 79년 소련의 아프간 침공 이후 벌어진 일련의 사태들을 분석해놨다. '반소련'을 기치로 내세운 미국의 각종 '공작'과, 결국 그것을 씨앗으로 해서 자라난 이른바 '국제테러리즘 세력'의 역학관계를 아주 잘 그려낸 역작이다. 자료도 풍부하고 생생하며 아주 재미있다. 표현이 간결하고, 읽기에도 쉽다. 사실 위주로 전달돼 내용이 쏙쏙 들어올 뿐더러, 시각도 비교적 공정하다. 미국 테러참사와 아프가니스탄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에 대해 이렇게 잘 정리해놓은 책도 없을 것이다. 이 책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 5천만의 교양도서로..

딸기네 책방 2001.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