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스크랩] 마음이 전하는 말들

딸기21 2002. 10. 6.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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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것이 마음이었다. 예전에는 마음이 늘 어디로든 떠날 준비를 하고 있더니, 이제는 모든 것을 다 버리고서라도 어느 한곳에 이르기를 원하고 있었다. 어떤 때는 향수로 가득한 이야기들을 오래도록 털어놓게 하고, 또 어떤 때는 사막의 해돋이에 동요되어 소리 죽여 흐느끼게 했다. 보물 얘기를 할 때면 거세게 뛰다가도, 그의 눈이 사막의 끝없는 지평선을 따라가다 길을 잃을 때면 다시 잠잠해졌다. 하지만 그가 연금술사와 단 한마디 말도 없이 길을 갈 때조차도 마음은 결코 고요히 있는 법이 없었다.

그는 사막의 길을 가는 내내 자기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마음이 부리는 술책과 꾀를 알게 되었고, 결국은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받아들였다. 그러자 두려움이 가시고, 되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사라졌다. 어느날 오후, 마음이 이제는 행복하다고 그에게 말해주었다.


<내가 때때로 불평하는 건, 내가 인간의 마음이기 때문이야. 인간의 마음이란 그런 것이지. 인간의 마음은 정작 가장 큰 꿈들이 이루어지는 걸 두려워해. 자기는 그걸 이룰 자격이 없거나 아니면 아예 이룰 수 없으리라고 생각하기 대문에 그렇지. 우리들, 인간의 마음은 영원히 사라져버린 사랑이나 잘될 수 있었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던 순간들, 어쩌면 발견할 수도 있었는데 모래 속에 묻혀버린 보물 같은 것들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두려워서 죽을 지경이야. 왜냐하면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우리는 아주 고통받을테니까.>


마음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날 오후 내내 그의 마음은 평온했고, 그는 아주 편안하게 잠들었다. 다음날 눈을 뜨자, 그의 마음은 만물의 정기로부터 나온 이야기들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모든 행복한 인간이란 자신의 마음 속에 신을 담고 있는 사람이라고 마음은 속삭였다. 연금술사가 말했던 것처럼, 행복이란 사막의 모래 알갱이 하나에서도 발견될 수 있다고 했다. 모래 알갱이 하나는 천지창조의 한순간이며, 그것을 창조하기 위해 온 우주가 기다려온 억겁의 세월이 담겨 있다고 했다. 


<지상의 모든 인간에게는 그를 기다리는 보물이 있어. 그런데 우리들, 인간의 마음은 그 보물에 대해서는 거의 얘기하지 않아. 사람들이 보물을 더이상 찾으려 하지 않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어린아이들에게만 얘기하지. 그리고는 인생이 각자의 운명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그들을 이끌어가도록 내버려두는 거야. 불행히도, 자기 앞에 그려진 자아의 신화와 행복의 길을 따라가는 사람은 거의 없어. 사람들 대부분은 이 세상을 험난한 그 무엇이라고 생각하지.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세상은 험난한 것으로 변하는 거야. 그래서 우리들 마음은 사람들에게 점점 더 낮은 소리로 말하지. 아예 침묵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우리의 얘기가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기를 원해. 그건 우리가 가르쳐준 길을 따라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걸 바라지 않는다는 뜻이지.>


마음이 그에게 속삭였다.

마음이 그에게 말을 걸때는, 가끔씩 산티아고가 침묵에 묻힌 기나긴 날들을 지겹다고 느낄 때 격려하고 용기를 주기 위해서였다. 처음으로 마음은 그에게 그가 지닌 훌륭한 장점들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양들을 버리고 자아의 신화를 찾아나선 용기와 크리스털 가게에서 보여주었던 열정 등을.


마음은 또한 그가 전혀 모르고 있던 이야
기도 해주었다. 그것은 그의 곁에 아주 가까이 다가왔었지만 그가 전혀 깨닫지 못했던 위험에 관한 얘기였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권총을 몰래 훔쳤을 때, 권총을 숨기도록 한 것은 마음의 지혜였다. 그는 하마터면 그 권총에 맞아 크게 다칠 운명이었던 것이다. 어느날 그가 들판 한가운데 쓰러져 신음했던 일도 마음은 떠올려주었다. 그때 그는 있는대로 토하고 나서 들판에 쓰러져 죽은 듯이 아주 오랫동안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두 명의 강도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젊은 양치기가 모습을 드러내면 양떼를 빼앗고 그를 살해할 속셈이었는데, 그가 나타나지 않자 다른 길로 돌아간 거라고 생각하고는 사라져버렸던 것이다.

"진정한 연금술사들을 나는 알고 있네. 그들은 실험실에 틀어박힌 채 자신들도 마치 금처럼 진화하고자 노력했지. 그래서 발견해낸 게 '철학자의 돌'이야. 어떤 한 가지 사물이 진화할 때 그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도 더불어 진화한다는 걸 그들은 알고 있었던 걸세. 
또 어떤 이들은 우연히 그 돌을 발견해냈지. 그들에게는 재능이 있었고, 그들의 영혼이 다른 사람들의 영혼보다 더 깨어있었던 게지. 하지만 그것은 매우 드문 일이어서 별로 의미가 없었네.
끝으로, 오직 금만을 찾으려는 자들이 있었네. 하지만 그들은 결코 그 비밀을 찾아내지 못했어. 납과 구리, 쇠에게도 역시 이루어야 할 자아의 신화가 있다는 걸 잊었던 걸세. 다른 사물의 자아의 신화를 방해하는 자는 그 자신의 신화를 결코 찾지 못하는 법이지."
연금술사의 말은 저주처럼 어둡게 메아리쳤다. 연금술사는 몸을 숙여 모래땅에 있는 소라껍질을 주워들었다.
"옛날에 이곳은 바다였네."
"저도 그런 소라껍질을 눈여겨보았습니다."
산티아고가 대꾸했다.
연금술사는 그에게 소라껍질을 건네며 귀에 가까이 대보라고 했다. 그는 어렸을 적에 수없이 그랬던 것처럼 소라껍질을 귀에 가져다댔다. 바다 소리가 들려왔다.
"바다는 언제나 그 소라껍질 속에 있네. 그게 바로 그 소라껍질의 자아의 신화이기 때문이지. 그리고 바다는 소라껍질을 결코 떠나지 않을 걸세. 이 사막이 또다시 파도로 뒤덮일 때까지 말일세."

....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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