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스크랩] 파블로 네루다, '시'를 만나게 된 이야기

딸기21 2002. 11. 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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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우리 집에 시집이 한 권 있었다. 일월서각에서 나온 책이었는데 제목에 '제3세계'라는 말이 들어가 있었던 것 같다. 그 시집은 지금까지도 '왜 못 챙겨놨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 책 중의 하나다. 그 책에 나왔던 글들, 아주 신랄하면서도 처절한 것들이 많았는데 그런 글들을 모아놓은 책을 그 뒤에는 보지 못했다.

 

파블로 네루다니, 옥타비오 빠스니 하는 이름들을 알게 된 것도 그 책을 통해서였다. 중남미 뿐 아니라 아프리카와 아시아 시인들의 작품도 꽤 많이 들어있었는데 모두 내게는 문화충격으로 다가오기에 충분했다. 아프리카의 가난을 촌철살인의 문구로 찔러대는 글들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아시아라 하면 타고르밖에 몰랐던(그것도, '동방의 등불') 나는,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미국이나 유럽 아닌 곳에도 문학이 있구나'하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그만큼 구미에 경도된 당시의 문화편향에 일침을 놓았던 것이 그 책이었다. 그리고 나서 대학교 때 제3세계 문학에 대한 강좌를 하나 들었는데, 별로 재미는 없었다. 

 

네루다와 빠스의 글을 다시 대하기까지는 또 오랜 시간이 걸렸다. (네루다를 주인공으로 삼은 영화 '일 포스티노'를 보다가 영화관에서 완전히 잠들었던 기억이...)
오랜만에 네루다의 시를 하나 들어본다. 자기고백적인 냄새가 나서 아주 좋은데, 특히 나는 이 시의 끝부분이 맘에 든다.

"나는 별들과 함께 떠돌았고 내 가슴은 바람 속에서 멋대로 날뛰었다". 


(젊은 시절의 파블로 네루다. 좀더 고개를 든 모습을 찍은, 거의 비슷한 포즈의 노년 모습도 사진으로 남아 있다)


시(La poesa)


그러니까 그 무렵이었다...... 시가
날 찾아왔다. 난 모른다.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 겨울에선지 강에선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도 모른다.
아니다. 목소리는 아니었다. 말[言]도,
침묵도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거리에선가 날 부르고 있었다.
밤의 가지들로부터
느닷없이 타인들 틈에서
격렬한 불길 속에서
혹은 내가 홀로 돌아올 때
얼굴도 없이 저만치 지키고 섰다가
나를 건드리곤 했다.

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입술은
얼어붙었고
눈 먼 사람처럼 앞이 캄캄했다.
그때 무언가 내 영혼 속에서 꿈틀거렸다,
열병 혹은 잃어버린 날개들.
그 불에 탄 상처를
해독하며
난 고독해져 갔다.
그리고 막연히 첫 행을 썼다.
형체도 없는, 어렴풋한, 순전한
헛소리,
쥐뿔도 모르는 자의
알량한 지혜.
그때 나는 갑자기 보았다.
하늘이 걷히고
열리는 것을
혹성들을
고동치는 농장들을
화살과 불과 꽃에 찔려
벌집이 된
그림자를
소용돌이치는 밤을, 우주를 보았다.

그리고 나, 티끌 만한 존재는
신비를 닮은, 신비의
형상을 한,
별이 가득 뿌려진
거대한 허공에 취해
스스로 순수한
심연의 일부가 된 것만 같았다.
나는 별들과 함께 떠돌았고
내 가슴은 바람 속에서 멋대로 날뛰었다.

-『이슬라 네그라의 추억』(1964)에서



La poesia


Pablo Neruda


Y fue a esa edad... Lleg la poes a 

 

a buscarme. No s , no s de d nde 

 

sali , de invierno o r o.

 

No s c mo ni cu ndo, 

 

no, no eran voces, no eran 

 

palabras, ni silencio, 

 

pero desde una calle me llamaba, 

 

desde las ramas de la noche, 

 

de pronto entre los otros, 

 

entre fuegos violentos 

 

o regresando solo, 

 

all estaba sin rostro 

 

y me tocaba.


Yo no sab a qu decir, mi boca 

 

no sab a

 

nombrar, 

 

mis ojos eran ciegos, 

 

y algo golpeaba en mi alma, 

 

fiebre o alas perdidas, 

 

y me fui haciendo solo, 

 

descifrando 

 

aquella quemadura, 

 

y escrib la primera l nea vaga, 

 

vaga, sin cuerpo, pura 

 

tonter a, 

 

pura sabidur a 

 

del que no sabe nada, 

 

y vi de pronto

 

el cielo 

 

desgranado 

 

y abierto, 

 

planetas, 

 

plantaciones palpitantes, 

 

la sombra perforada, 

 

acribillada 

 

por flechas, fuego y flores, 

 

la noche arrolladora, el universo.


Y yo, m nimo ser,
 

ebrio del gran vac o 

 

constelado, 

 

a semejanza, a imagen 

 

del misterio, 

 

me sent parte pura 

 

del abismo, 

 

rod con las estrellas, 

 

mi coraz n se desat en el viento.


de Memorial de Isla Negra(1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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