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50

존 홀런드, '숨겨진 질서'

숨겨진 질서 - 복잡계는 어떻게 진화하는가 Hidden Order 존 홀런드 (지은이), 김희봉 (옮긴이) | 사이언스북스 숨겨진 질서(Hidden Order).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질서(작동원리)가 숨겨져 있다는 얘기도 되고, 반대로 작동원리가 꼭꼭 숨겨져 있어서 정말 찾아내기 힘들다는 얘기도 될 성 싶은데. 존 홀런드의 '숨겨진 질서'는 바로 그같은, 꼭꼭 숨겨져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질서를 찾는 작업이다. 복잡계는 어떻게 진화하는가-이 책의 주제는 바로 이거다. '복잡적응계(CAS)'라고 이름붙인, 보통 복잡계라는 말로 표현되는 아주 복잡한 세계를 대상으로 그 세계의 질서를 찾아내는 작업이다. 예를 들면, 뉴욕시와 같은 거대한 도시에서 어느날 빵 공급이 잠시 중..

조너선 D 스펜스, '현대 중국을 찾아서 1, 2

현대 중국을 찾아서 1, 2 조너선 D 스펜스. 김희교 옮김. 이산 2002년, 딸기의 라이브러리에 기록하게 된 첫 책은 조너선 스펜스의 입니다. '올해의 꿈'이 자금성 방문이라는 얘기를 했었던 것 같은데, 올해를 '중국의 해'로 만드는 것이 저의 목표 중 하나이거든요. 마침, 오랫동안 손에서 놓지 못했던 이 책을 오늘 아침 돌파했습니다. 청나라의 건국에서부터 89년 천안문 사태까지 중국의 역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무엇이 중국의 현대('근대'라는 말과 구분 없이 쓰겠습니다^^)를 만들었는지, 중국의 지도자들은 현대가 던져준 문제들에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보여줍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늙은 용처럼 무기력해 보였던 이 거대한 나라는 끊임없이 도전과 응전을 계속하면서 싸워나갔다는 겁니다. (물론 저자가 이런 ..

딸기네 책방 2002.01.02

[스크랩] 춘향-오! 일편단심

춘향 김영랑 큰칼 쓰고 옥에 든 춘향이는 제 마음이 그리도 독했던가 놀래었다 성문이 부서져도 이 악물고 사또를 노려보던 교만한 눈 그는 옛날 성학사 박팽년이 불지짐에도 태연하였음을 알았었니라 오! 일편단심 원통코 독한 마음 잠과 꿈을 이뤘으랴 옥방(獄房) 첫날밤은 길고도 무서워라 설움이 사모치고 지쳐 쓰러지면 남강의 외론 혼은 불리어 나왔느니 논개! 어린 춘향을 꼭 안아 밤 새워 마음과 살을 어루만지다 오! 일편단심 사랑이 무엇이기 정절이 무엇이기 그 때문에 꽃의 춘향 그만 옥사하단 말가 지네 구렁이 같은 변학도의 흉칙한 얼굴에 까무러쳐도 어린 가슴 달큼히 지켜 주는 도련님 생각 오! 일편단심 상하고 멍든 자리 마디마디 문지르며 눈물은 타고 남은 간을 젖어내렸다 버들잎이 창살에 선뜻 스치는 날도 도련님 ..

딸기네 책방 2001.12.18

[스크랩] Maya(환상)에서 Atman(영혼)으로 -인도에서 온 이야기

1. "사랑하는 아들아, 벌이 서로 다른 나무들의 정수를 모아 그것을 하나로 합침으로써 꿀을 만드는 것처럼 '나는 이 나무의 정수이다' 라든지, '나는 저 나무의 정수이다' 라고 구별을 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여기 있는 온갖 생물들은 스스로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존재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단다. 이 세상에 있는 온갖 생물들이 그들이 호랑이냐, 사자냐, 늑대냐, 뱀이냐, 심지어 파리냐에 상관없이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최고의 정수이며, 이 세상은 그것을 영혼으로 가지고 있단다. 그것이 실재(Brahman)이다. 그것이 아트만이다. 그것이 너이다(Tat tvam asi)." 2. "아들아, 이 거대한 나무를 보아라. 만약 누군가 이 나무의 뿌리를 친다면, 나무는 상처를 ..

딸기네 책방 2001.12.17

[스크랩] 오랫동안 찾아헤맸던 곳, 루이스 보르헤스의 <아스테리온 집>

얼마전 아술리다에게 이 소설 이야기를 했었는데, 제목이 뭐였는지 기억이 잘 안 나서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고, 그래도 영 기억은 떠오르지 않고...안개 속에 가물거리던 것을 오늘 우연히, 발견하고야 말았다. . 엘리너 파아존의 단편들 못잖게 내가 좋아하는 글이다. 황소인간의 오랜 고독, 상상속의 집 구경, 적막하면서도 ‘쿨’한 느낌이 묻어나는 분위기. 그리고 보르헤스다운, 너무나도 보르헤스다운 반전. 믿을 수 있겠어, 그 괴물은 방어도 안 했어. 아스테리온 집 (La casa de Asterion) 그리고 여왕은 아들을 낳았는데, 아스테리온이라 불렀다. 아폴로도루스, 『도서관』, III권 1장 내가 오만하다거나, 사람을 싫어한다거나, 혹은 실성했다고 수군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모두 터무니없는 비난이다..

딸기네 책방 2001.12.01

스탠리 월퍼트, '인디아, 그 역사와 문화'

인디아, 그 역사와 문화 - 역사명저시리즈 2 | 원제 India 스탠리 월퍼트 (지은이), 신현승, 이창식 (옮긴이) | 가람기획 대학교 2학년 때, 인도미술사를 한 학기 배웠었다. 우리 과의 교과과정 중에는 '동양미술사'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 있는데, 그 중 '동미 1'은 중국미술사이고 '동미 2'는 인도미술사이다. 그 해에 바로 임용되어 우리 과에 왔던 젊은 교수님은 국내에서는 가장 유명한 종교학자(이 분은 몇년 전에 돌아가셨다)의 아드님으로, 인도미술사를 가르치면서 미국에서 배워온 '다원주의'를 학생들에게 맛보이려 하셨던 것이 기억난다. 인도미술사 시간에 데이비드 린 감독의 '인도로 가는 길'이라는 영화를 봤다. 인도에 대해서도, 미술에 대해서도, 영화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별로 없었던 나는 거..

딸기네 책방 2001.11.26

번역이 나쁜 '좋은 책', <추악한 전쟁>

추악한 전쟁 Unholy Wars 존 K. 쿨리 (지은이) | 소병일 (옮긴이) | 이지북 | 2001-10-13 저널리스트 출신의 아프가니스탄 전문가 존 쿨리가 지난 79년 소련의 아프간 침공 이후 벌어진 일련의 사태들을 분석해놨다. '반소련'을 기치로 내세운 미국의 각종 '공작'과, 결국 그것을 씨앗으로 해서 자라난 이른바 '국제테러리즘 세력'의 역학관계를 아주 잘 그려낸 역작이다. 자료도 풍부하고 생생하며 아주 재미있다. 표현이 간결하고, 읽기에도 쉽다. 사실 위주로 전달돼 내용이 쏙쏙 들어올 뿐더러, 시각도 비교적 공정하다. 미국 테러참사와 아프가니스탄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에 대해 이렇게 잘 정리해놓은 책도 없을 것이다. 이 책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 5천만의 교양도서로..

딸기네 책방 2001.10.24

숙명의 트라이앵글

숙명의 트라이앵글 1.2 노암 촘스키. 유달승 옮김. 이후 '숙명의 트라이앵글'. 노암 촘스키의 책인데, 원제는 'Fateful Triangle'이고 '미국-이스라엘-팔레스타인'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숙명'이라는 말, 별로 어렵잖게 접할 수 있는 말이긴 하지만 (나 자신이) 쉽게 쓰는 단어는 아니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고, 때로는 팔레스타인의 한 여인이 된 것처럼 두려움과 분노에 몸을 떨기도 했다.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고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숱하게 교육받았던 '식민지의 참상'. 그것은 주입에 가까운 교육을 통해 내 머릿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음에 틀림없다. 경험해보지 않았음에도 뇌의 한 부분에 굳건히 자리를 잡고 있는 그것을 일종의 '전(前)기억' 혹은 '전승(傳..

딸기네 책방 2001.10.17

디오자망트의 열정

장 클로드 갈 그림, 알렉산드로 조도로프스키 글. 육욕에 빠져 있던 한 여자가 구도의 길로 들어서 결국 진리를 깨닫게 되는 과정. 잔혹함과 육체의 열정에만 빠져 있던 아라스의 여왕 디오자망트. (아라스-이곳은 말 그대로 지옥이다. 약탈과 강간범이 득시글거리는) 디오자망트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 뭔지 모를 답답함과 열기(탐욕)에 불현듯(요 부분이 좀 미흡하다...) 싫증을 느끼고 궁전을 나선다. 사라바왕국(아라스의 반대편-화려함, 근엄함, 우주의 질서?)의 위르발 왕을 죽이기 위해 찾아간 디오자망트는 그만 '적과의 사랑'에 빠져 버리는 것이니... 육체적 욕망이 아니라 처음으로 정신적 욕망(진리에의 갈구)에 빠져든 디오자망트는 위르발을 다시 만나 영적으로 결합하기 위해 기나긴 여행을 시작한다. 화려하..

딸기네 책방 2001.09.24

클론 and 클론 - 당신도 복제될 수 있다

클론 and 클론 - 당신도 복제될 수 있다 | 원제 Clone and Clone 스티븐 제이 굴드 (지은이), 마르타 C. 누스바움, 카스 R. 선스타인 (엮은이) 이한음 (옮긴이) | 그린비 97년 복제양 돌리 파동 직후에 나온 책인데, 이제야 읽었습니다. 쓰여진 시기와 상관없이,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인간 복제에 관한 여러가지 고민들' 정도로 부제를 붙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이기적 유전자론'을 설파한 리처드 도킨스의 클론 찬성 주장, 복제양 돌리를 만들어낸 이언 윌머트의 '나는 어떻게 복제를 해냈나', 인간복제 시나리오에 치를 떠는 스티븐 제이 굴드(도킨스와는 상극이죠)의 주장 등등이 실려 있습니다. 찬성론이든, 반대론이든간에 아직 눈에 '보이는' 증거는 대지 못하고 있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