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63

숙명의 트라이앵글

숙명의 트라이앵글 1.2 노암 촘스키. 유달승 옮김. 이후 '숙명의 트라이앵글'. 노암 촘스키의 책인데, 원제는 'Fateful Triangle'이고 '미국-이스라엘-팔레스타인'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숙명'이라는 말, 별로 어렵잖게 접할 수 있는 말이긴 하지만 (나 자신이) 쉽게 쓰는 단어는 아니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고, 때로는 팔레스타인의 한 여인이 된 것처럼 두려움과 분노에 몸을 떨기도 했다.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고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숱하게 교육받았던 '식민지의 참상'. 그것은 주입에 가까운 교육을 통해 내 머릿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음에 틀림없다. 경험해보지 않았음에도 뇌의 한 부분에 굳건히 자리를 잡고 있는 그것을 일종의 '전(前)기억' 혹은 '전승(傳..

딸기네 책방 2001.10.17

디오자망트의 열정

장 클로드 갈 그림, 알렉산드로 조도로프스키 글. 육욕에 빠져 있던 한 여자가 구도의 길로 들어서 결국 진리를 깨닫게 되는 과정. 잔혹함과 육체의 열정에만 빠져 있던 아라스의 여왕 디오자망트. (아라스-이곳은 말 그대로 지옥이다. 약탈과 강간범이 득시글거리는) 디오자망트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 뭔지 모를 답답함과 열기(탐욕)에 불현듯(요 부분이 좀 미흡하다...) 싫증을 느끼고 궁전을 나선다. 사라바왕국(아라스의 반대편-화려함, 근엄함, 우주의 질서?)의 위르발 왕을 죽이기 위해 찾아간 디오자망트는 그만 '적과의 사랑'에 빠져 버리는 것이니... 육체적 욕망이 아니라 처음으로 정신적 욕망(진리에의 갈구)에 빠져든 디오자망트는 위르발을 다시 만나 영적으로 결합하기 위해 기나긴 여행을 시작한다. 화려하..

딸기네 책방 2001.09.24

클론 and 클론 - 당신도 복제될 수 있다

클론 and 클론 - 당신도 복제될 수 있다 | 원제 Clone and Clone 스티븐 제이 굴드 (지은이), 마르타 C. 누스바움, 카스 R. 선스타인 (엮은이) 이한음 (옮긴이) | 그린비 97년 복제양 돌리 파동 직후에 나온 책인데, 이제야 읽었습니다. 쓰여진 시기와 상관없이,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인간 복제에 관한 여러가지 고민들' 정도로 부제를 붙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이기적 유전자론'을 설파한 리처드 도킨스의 클론 찬성 주장, 복제양 돌리를 만들어낸 이언 윌머트의 '나는 어떻게 복제를 해냈나', 인간복제 시나리오에 치를 떠는 스티븐 제이 굴드(도킨스와는 상극이죠)의 주장 등등이 실려 있습니다. 찬성론이든, 반대론이든간에 아직 눈에 '보이는' 증거는 대지 못하고 있습니..

이타적 유전자

이타적 유전자 The Origins of Virtue 매트 리들리 (지은이) | 신좌섭 (옮긴이) | 사이언스북스 | 2001-08-20 그동안 일이 좀 바빠서...이제야 서평을 올리려니, 쓸 말이 목구멍에 걸려서(멍청한 뇌세포가 그새 파괴되어) 무슨 말을 써야할지 모르겠군요. 그래도 할 수 있는 단 한마디, "강추!" '게놈'의 작가 매트 리들리의 최신 저서입니다. 원제는 'The Origins of Virtue'. 우리 말로 한다면 '미덕의 근원'이고, 좀더 정확하게 뜻을 살펴본다면 제 생각에는 아마도 '선행의 근원', '인간은 왜 착한 일을 할까'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전작인 '게놈'(제 짧은 소견으로는, 교양과학 책 중 최고봉이 아닌가 싶습니다)에 비해 독자의 층을 확 넓혔습니다. '게놈'..

거울에 비친 유럽

거울에 비친 유럽- 유럽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Europa ante el espejo 조셉 폰타나, 김원중 옮김. 새물결 여름 휴가 기간에 딱 1권만 책을 읽자고 결심을 했는데, 당초 계획을 100% 초과달성하는 결과가 됐습니다. 일본인 부부와 장애원숭이의 사연을 그린 '다이고로야, 고마워'를 눈물 반 웃음 반 머금어가며 읽고난 뒤에 조셉 폰타나의 '거울에 비친 유럽'을 다 읽는데 '성공' 했습니다. 책 한권 읽는데 무슨 '성공'이라는 말까지 붙이느냐. 이 책은 유럽의 언어권들을 대표하는 5개 출판사가 회심의 역작으로 기획중인 '유럽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The making of Europe)라는 기획시리즈의 첫 번째 편이자, 총론에 해당하는 책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전체가 완역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딸기네 책방 2001.08.25

천 년 동안에

천 년 동안에 1, 2 마루야마 겐지 (지은이) | 김난주 (옮긴이) | 문학동네 "...현실을 바라보는 용기를 밑바탕으로 하는 꿈이나 이상이라면 몰라도,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한 소도구로 문학이 존재한다면 나는 거부하고 싶었다. ... 집단으로 형성된 세계는 그것이 어떤 세계든 나는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샐러리맨의 세계를 거기에서 또다시 재연하다니 넌덜머리가 났다. 혼자 힘으로 헤쳐나갈 수 있는 세계이기에 뛰어든 것이다. " 마루야마 겐지의 재미없는 소설에 반했습니다. '언젠가 바다 깊은 곳으로'라는 소설을 비교적 재미있게 봤지요. 흥미진진 정도는 아니지만, 그런대로. 문장이 참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허걱...'천년동안에'는 두 권으로 이뤄진, 아주 긴 소설입니다. 판타지 소설이라면 10권 짜리라도 ..

딸기네 책방 2001.07.18

향수 - Ignorance

향수 L'ignorance 밀란 쿤데라 (지은이) | 박성창 (옮긴이) | 민음사 아무리 영어단어 실력이 줄어들었다지만 내가 정말 까마귀 고기를 먹었나 하고 잠시 고개를 갸우뚱 했습니다. Ignorance. 곱씹어봐도 ‘무지’ ‘모른다’는 뜻이 분명한데 왜 이 책의 제목이 ‘향수(鄕愁)’로 번역됐을까 해서 말이죠. 밀란 쿤데라의 친절한 설명에 따르면 향수는 단지 고향을 그리는 것 뿐만이 아니라 시간과 장소와 그 속의 사람들을 포함한 모든 것들에 대한 그리움인데, 그 그리움은 ‘기억’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끊어져 있으면서도, 그리움의 대상이 대체 어떤 형상으로 어떻게 되어 있는지를 몹시 궁금해하고 괴로와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왜 괴로운가 하면, 내가 어떤 사람을 몹시 그리워하는데 그 사람을 10년이고 20년..

딸기네 책방 2001.06.19

제롬 무슈로의 모험

프랑수아 부크, 이세욱 옮김, 교보문고 거기 서라, 벵갈 호랑이! 심심한 인간들이 괜히 귓바퀴에 담배 끼우고 다니던데, 벵골호랑이는 만년필을 코 밑에 끼우고 산지사방을 돌아다닌다. 코가 밑으로 늘어진 프랑스 아저씨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보험외판원인 제롬 아저씨는 남편을 아끼고 사랑하는 뚱뚱한 아내, 전혀 안 귀엽게 그려져 있지만 '귀여운' 것으로 설정돼 있는 아이들과 함께 시내의 작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평범한 가장. 가족들을 위해 때로는 목숨을 건 모험에 뛰어들기도 하면서 정글같은 현대사회를 헤치고 나아가는 이 아저씨를 뚱뚱한 아줌마는 '벵갈호랑이'라 부른다. 남편을 하늘같이 아는 사랑스런 아줌마! 그래서, 자신만을 믿고 바라보는 순진무구한 가족들의 눈망울, 저 꿈과 사랑을 지켜주기 위해 오늘도 ..

딸기네 책방 2001.06.09

키리냐가

키리냐가 마이크 레스닉. 열린책들. 방금 전 TV뉴스를 보는데, '우리는 지금'이라는 코너가 있네요. 처음 봤습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가 '고쳐야 할 것들'을 지적하는 순서인 모양입니다. 질서 안 지키고 공공장소에서 떠들고 쓰레기 함부로 버리고, 우리 사회에서 고쳐야 할 것들, 범인인 저의 눈에도 거슬리는 것들이 숱하게 많습니다. 그런데 오늘의 주제는 조금 특이해 보이네요. '점심 시간 너무 길다'가 그 주제였습니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점심시간이 너무 길어서 기업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강남의 한 대중음식점에서 와글바글 점심먹는 직장인들 모습을 보여주고 외국계 기업 주재원들의 '평가'를 덧붙인 것만 봐도 의도는 명백하죠. 강남의 저 식당에서 점심 때 부대찌개를 먹으면 기다리는 시간, 찌개..

딸기네 책방 2001.06.08

[스크랩] 버나드 루이스, '중동의 역사'

중동의 역사 버나드 루이스. 이희수 옮김. 까치글방. 서론 ▲ 의복의 근대화: 군복→술탄→궁성으로. 모자는 마지막 보루. 지금도 여성의 복장은 별로 바뀌지 않았다. (케피야 kefiya : 부족이나 지역을 나타내는 독특한 디자인과 색깔의 전통적인 머리덮개) ▲ 커피는 에티오피아→남부 아라비아→이집트, 시리아, 터키로. 이미 16세기에 카페가 생겨 카페사회가 형성됐다. ▲ 고대 언어는 대부분 소멸되거나 종교용어로만 잔존. 다만 히브리어는 종교언어로 보존되다가 정치적인 언어로 부활, 지금은 이스라엘의 일상용어가 된 이례적인 경우. 터키에서는 케말 아타튀르크가 터키어의 아랍식 표기를 폐지, 라틴어 표기로 대체. ▲ 전통사회에서 통치자가 대중에게 뜻을 전달하는 방식은 ① 주화 발행 ② 모스크에서 금요설교. ▲ ..

딸기네 책방 2001.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