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80

화성 이주 프로젝트- 생존하라, 그리고 정착하라

화성 이주 프로젝트- 생존하라, 그리고 정착하라How We'll Live on Mars스티븐 L. 퍼트라넥 지음. 구계원 옮김. 문학동네 과학저널리스트의 TED 강연을 책으로 묶은 것이라, 간명하면서도 재미있다. 영화 을 매우 보고 싶었으나 못 보고 지나갔다. 집에 화성에 대한 책이 한 권 더 읽는데, 맛뵈기 삼아 이 책부터 꺼내들었다. 토요일 오후 카페에 앉아 책장을 후다닥 넘겼다. 화성 이주 프로젝트라니, 멋지다! 화성으로 이사간다는 것은 아직은 상상에 불과하다. 책은 상상으로 넘쳐난다. 그 상상이 그들어맞을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지는 알 수 없다. 기술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화성 이주라는 것은 온갖 장애물들을 끌어안고 있으니. 하지만 그저 상상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뭔가 신나는 기분. 책은 화..

진공이란 무엇인가

진공이란 무엇인가 Les avatars du vide마르크 라시에즈-레. 김성희 옮김. 알마 매우 얇은데 매우x10000 어려운 책. 근래 읽은 책들 중에 가장 얇고, 가장 난해한데, 가장 폼난다.'진공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데 이 책을 읽는다고 진공이 무엇인지 단번에 이해하게 되지는 않는다. 진공이 그렇게 쉽게 이해될 수 있는 것이었다면 이런 책을 과학자들이 힘들게 쓰지도 않았을 테니까. 진공은 무지무지하게 어려운 개념이고, 아직도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개념이다. 진공이라는 개념 자체가 인류의 유구한 역사와 함께 변화해왔으니. 때론 진공은 그냥 텅 빈 공간이었고, 물질이 존재할 수 있는 기반이었으며, 하늘이었고, 우주였다. 이 책은 '에테르'부터 '우주복사'까지, 진공과 관련된 아이디어들이..

프리먼 다이슨이 권해주는 책들

프리먼 다이슨이 권해주는 책들 Kristen Ghodsee “The Left Side of History,” Joan Connelly “The Parthenon Enigma,” Octavia Butler, “Parable of the Sower” “Parable of the Talents,”Edward Wilson. (with Bert Holldobler) “On Human Nature,” Robert Kanigel, Eric Bell, “Men of Mathematics,”Arthur Eddington, “Space, Time and Gravitation,” Bjorn Lomborg. William James. “The Varieties of Religious Experience,”Richard Hug..

프리먼 다이슨, 20세기를 말하다

프리먼 다이슨, 20세기를 말하다 Disturbing The Universe 프리먼 다이슨 (지은이) | 김희봉 (옮긴이) | 사이언스북스 | 2009-02-10 | 원제 어쩌다 보니 이 책을 두 번 읽었다. 올 여름 책을 펴들었는데, 분명 일전에 다 읽은 책이라 생각했음에도 밑줄 하나 없지 뭔가. '엥, 분명히 읽었던 것 같은데' 하면서 다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는데 너무나 재미있어서 한참을 쥐고 있었다. 그러다가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줄 쳐 가며 다 읽었다. 그러고 나서, 다른 책꽂이에서 '줄.쳐.진.' 똑같은 책을 한 권 더 발견. 그러니까 두 권이 있었던 게 문제였어.... 이리하여 우리 집에는 밑줄 쫙쫙 쳐진 다이슨의 '20세기를 말하다'가 두 권이 되었다. -_- 나는, 한 과학자가 ‘인간의 ..

새로운 정치 실험 아이슬란드를 구하라

새로운 정치 실험 아이슬란드를 구하라욘 그나르 지음. 김영옥 옮김. 새로운 발견 포퓰리스트라면 포퓰리스트이고, 좌파라면 좌파다. 본인 스스로는 '펑크에 빠졌던 무정부주의자 코미디언'이라 칭하는 그나르의 '정치 참여기'. 정말 유쾌하다. 거품을 쌓아올리다가 마침내 그것이 터져버리고 만 아이슬란드에서, 기성 정치권에 맞서 '최고당'이라는 정당을 만들어 레이캬비크 시장까지 지내고 다시 코미디언의 길로 돌아간 그나르는 '행복하고 웃기는 정치'에 대해 말한다. 그는 시종일관 유머러스하지만, 정치라는 낯선 길에서 고군분투하는 것이 어떻게 재미있기만 했을까. 세계 곳곳에서 기성 정치권이 그나르 같은 사람들, 혹은 정치적 스펙트럼에서 그와 정반대편에 서있을지언정 그나르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에게 얻어터지고 있다. ..

딸기네 책방 2016.12.11

딕과 프리먼의 여행.

사막에는 빨간 꽃을 피운 선인장이 서 있었고, 우리가 앨버커키로 다가가는 동안 딕은 좋아서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다. 태양은 우리를 위해 빛났고, 경찰차가 우리를 환영했다. 딕은 경찰차가 우리에게 서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을 알아채는 데 한참이 걸렸다. 경찰은 우리가 책에 나오는 모든 교통법규를 어겼다고 공손하게 말해 주었고, 약식 재판을 하는 법정에 출두하라고 했다. 판사는 벌금 50달러를 내라고 했다. 판사는 자기가 내린 과속 벌금 중에서 이번이 가장 비싼 벌금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앨버커키의 기록을 깼다. 딕은 이때부터 그가 가진 최고의 능력을 발휘했다. 우리가 어떻게 이타카에서 앨버커키까지 3200킬로미터를 사랑하는 여인에게 청혼하러 달려왔는지, 앨버커키는 얼마나 멋진 도시인지, 3년만에 처음 ..

이 도시에 살고 싶다

인도 남동부 타밀나두 주(州) 오로빌Auroville은 49개국에서 온 2300여 명의 주민이 살아가는 마을이다. ‘모든 인류가 함께 사는 공동체’를 슬로건으로 내건 오로빌은 시민들이 어떤 가치를 나누고 존중하면서 살아가야 하는지를 배우고 실천에 옮기는 소도시다. 국적과 인종·민족·종교·성별에 상관없이 시민들은 서로를 차별하지 않고 배려한다. 인도의 작은 행정구역이지만 이제는 세계인의 눈과 귀가 쏠린 실험장이 됐다. 1968년 세워진 이곳의 실험은 현재까지는 성공적이다. 풀 한 포기 없던 황무지는 녹색공간으로 바뀌었다. 피부색도 종교도 제각각인 아이들은 한 학교에 다니며 크리스마스 대신 타밀나두 전통 명절에 ‘트리’를 세운다. 이들이 기념하는 것은 예수의 탄생이 아닌 전통적인 ‘빛의 축제’이지만, 사실 ..

딸기네 책방 2016.10.20

이것이 인간인가

우리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다른' 사람들을 거기에 참여시키고자 하는 욕구가 우리를 사로잡았다. 그것은 우리가 자유의 몸이 되기 전부터, 그리고 그후까지도 우리들 사이에서 다른 기본적인 욕구들과 경합을 벌일 정도로 즉각적이고 강렬한 충동의 성격을 지니게 되었다. 이 책은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씌어졌다. 그러니까 무엇보다 먼저 내적 해방을 위해서 씌어진 것이다. (머리말) 대체 어떤 책이길래, '우리'는 누구이길래,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줘야만 했을까. 어떤 이야기이길래 그 이야기를 들려주고픈 욕구가 다른 기본적인 욕구들과 경쟁할 정도로 강렬했던 것일까. 읽어야지, 언젠가는 읽어야지 하면서 계속 미루게 되는 책이 있다. 내 경우, 그런 책은 필시 '무거운 책'이다. 마음..

딸기네 책방 2016.10.18

뉴 차르, 드라마같은 푸틴 평전

'뉴 차르'. 굉장히 재미있었다. 미국 뉴욕타임스 모스크바 지국장을 지낸 스티븐 리 마이어스가 지은 블라디미르 푸틴 평전(이기동 옮김. 프리뷰)이다. 말 그대로 '평전'인지라, 푸틴의 인생을 할아버지 시절부터 비교적 최근 상황까지 길고 자세하게 정리했다. 우선 책 분량이 만만찮다. 각주 빼고 본문만 679쪽. 푸틴 측근들의 증언과 회고록, 그를 인터뷰한 언론, 러시아에서 나온 온갖 보도들을 종합해 생생하게 여러 상황을 재구성했다. 저자는 푸틴의 행보에 대한 '그 당시' 상황에서의 평가를 회피하지 않지만 몹시도 객관적이다. 어떤 일들이 푸틴의 성향을 만들었고 어떤 결정으로 이어졌는지 소개하고 평가하되, 악마화하지도 않고 예찬하지도 않는다. 푸틴은 금수저 출신도 아니었고 처음부터 대단한 권력을 쥐고 있던 것..

딸기네 책방 2016.10.07

히라카와 가쓰미 '골목길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다'

일본의 ‘다른 자본주의 3부작’이라고 할 법한 책들을 쭉 훑어봤다. 는 재미있었고, 모타니 고스케의 는 흔하고 평범한 책 정도로 읽었다. 어찌어찌 하다 보니 히라카와 가쓰미의 (장은주 옮김. 가나출판사)도 읽게 됐다. 탈성장에 관심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깊이 관심을 가진 것도 아닌데 이런 책들이 계속 손에 들어온다. 내가 돈 주고 사는 것은 아니니, 아마도 이쪽의 책들이 최근에 많아진 탓인 듯. 3권의 책이 모두 결이 조금씩 다르지만 관통하는 게 있다. 우리는 성장 지상주의에 지쳤고, 너나없이 경쟁해서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쓰자는 흐름에 치였으니 이제 그런 생각은 조금 내려놓자는 것. 조금 느리게, 조금 덜 경쟁하고, 덜 벌고, 덜 갖고, 덜 쓰며 살자는 것. 경쟁에서 뒤쳐져 못 벌고 못 갖고 쓸 것 ..

딸기네 책방 2016.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