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77

프리먼 다이슨, 20세기를 말하다

프리먼 다이슨, 20세기를 말하다 Disturbing The Universe 프리먼 다이슨 (지은이) | 김희봉 (옮긴이) | 사이언스북스 | 2009-02-10 | 원제 어쩌다 보니 이 책을 두 번 읽었다. 올 여름 책을 펴들었는데, 분명 일전에 다 읽은 책이라 생각했음에도 밑줄 하나 없지 뭔가. '엥, 분명히 읽었던 것 같은데' 하면서 다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는데 너무나 재미있어서 한참을 쥐고 있었다. 그러다가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줄 쳐 가며 다 읽었다. 그러고 나서, 다른 책꽂이에서 '줄.쳐.진.' 똑같은 책을 한 권 더 발견. 그러니까 두 권이 있었던 게 문제였어.... 이리하여 우리 집에는 밑줄 쫙쫙 쳐진 다이슨의 '20세기를 말하다'가 두 권이 되었다. -_- 나는, 한 과학자가 ‘인간의 ..

새로운 정치 실험 아이슬란드를 구하라

새로운 정치 실험 아이슬란드를 구하라욘 그나르 지음. 김영옥 옮김. 새로운 발견 포퓰리스트라면 포퓰리스트이고, 좌파라면 좌파다. 본인 스스로는 '펑크에 빠졌던 무정부주의자 코미디언'이라 칭하는 그나르의 '정치 참여기'. 정말 유쾌하다. 거품을 쌓아올리다가 마침내 그것이 터져버리고 만 아이슬란드에서, 기성 정치권에 맞서 '최고당'이라는 정당을 만들어 레이캬비크 시장까지 지내고 다시 코미디언의 길로 돌아간 그나르는 '행복하고 웃기는 정치'에 대해 말한다. 그는 시종일관 유머러스하지만, 정치라는 낯선 길에서 고군분투하는 것이 어떻게 재미있기만 했을까. 세계 곳곳에서 기성 정치권이 그나르 같은 사람들, 혹은 정치적 스펙트럼에서 그와 정반대편에 서있을지언정 그나르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에게 얻어터지고 있다. ..

딸기네 책방 2016.12.11

딕과 프리먼의 여행.

사막에는 빨간 꽃을 피운 선인장이 서 있었고, 우리가 앨버커키로 다가가는 동안 딕은 좋아서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다. 태양은 우리를 위해 빛났고, 경찰차가 우리를 환영했다. 딕은 경찰차가 우리에게 서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을 알아채는 데 한참이 걸렸다. 경찰은 우리가 책에 나오는 모든 교통법규를 어겼다고 공손하게 말해 주었고, 약식 재판을 하는 법정에 출두하라고 했다. 판사는 벌금 50달러를 내라고 했다. 판사는 자기가 내린 과속 벌금 중에서 이번이 가장 비싼 벌금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앨버커키의 기록을 깼다. 딕은 이때부터 그가 가진 최고의 능력을 발휘했다. 우리가 어떻게 이타카에서 앨버커키까지 3200킬로미터를 사랑하는 여인에게 청혼하러 달려왔는지, 앨버커키는 얼마나 멋진 도시인지, 3년만에 처음 ..

이 도시에 살고 싶다

인도 남동부 타밀나두 주(州) 오로빌Auroville은 49개국에서 온 2300여 명의 주민이 살아가는 마을이다. ‘모든 인류가 함께 사는 공동체’를 슬로건으로 내건 오로빌은 시민들이 어떤 가치를 나누고 존중하면서 살아가야 하는지를 배우고 실천에 옮기는 소도시다. 국적과 인종·민족·종교·성별에 상관없이 시민들은 서로를 차별하지 않고 배려한다. 인도의 작은 행정구역이지만 이제는 세계인의 눈과 귀가 쏠린 실험장이 됐다. 1968년 세워진 이곳의 실험은 현재까지는 성공적이다. 풀 한 포기 없던 황무지는 녹색공간으로 바뀌었다. 피부색도 종교도 제각각인 아이들은 한 학교에 다니며 크리스마스 대신 타밀나두 전통 명절에 ‘트리’를 세운다. 이들이 기념하는 것은 예수의 탄생이 아닌 전통적인 ‘빛의 축제’이지만, 사실 ..

딸기네 책방 2016.10.20

이것이 인간인가

우리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다른' 사람들을 거기에 참여시키고자 하는 욕구가 우리를 사로잡았다. 그것은 우리가 자유의 몸이 되기 전부터, 그리고 그후까지도 우리들 사이에서 다른 기본적인 욕구들과 경합을 벌일 정도로 즉각적이고 강렬한 충동의 성격을 지니게 되었다. 이 책은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씌어졌다. 그러니까 무엇보다 먼저 내적 해방을 위해서 씌어진 것이다. (머리말) 대체 어떤 책이길래, '우리'는 누구이길래,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줘야만 했을까. 어떤 이야기이길래 그 이야기를 들려주고픈 욕구가 다른 기본적인 욕구들과 경쟁할 정도로 강렬했던 것일까. 읽어야지, 언젠가는 읽어야지 하면서 계속 미루게 되는 책이 있다. 내 경우, 그런 책은 필시 '무거운 책'이다. 마음..

딸기네 책방 2016.10.18

뉴 차르, 드라마같은 푸틴 평전

'뉴 차르'. 굉장히 재미있었다. 미국 뉴욕타임스 모스크바 지국장을 지낸 스티븐 리 마이어스가 지은 블라디미르 푸틴 평전(이기동 옮김. 프리뷰)이다. 말 그대로 '평전'인지라, 푸틴의 인생을 할아버지 시절부터 비교적 최근 상황까지 길고 자세하게 정리했다. 우선 책 분량이 만만찮다. 각주 빼고 본문만 679쪽. 푸틴 측근들의 증언과 회고록, 그를 인터뷰한 언론, 러시아에서 나온 온갖 보도들을 종합해 생생하게 여러 상황을 재구성했다. 저자는 푸틴의 행보에 대한 '그 당시' 상황에서의 평가를 회피하지 않지만 몹시도 객관적이다. 어떤 일들이 푸틴의 성향을 만들었고 어떤 결정으로 이어졌는지 소개하고 평가하되, 악마화하지도 않고 예찬하지도 않는다. 푸틴은 금수저 출신도 아니었고 처음부터 대단한 권력을 쥐고 있던 것..

딸기네 책방 2016.10.07

히라카와 가쓰미 '골목길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다'

일본의 ‘다른 자본주의 3부작’이라고 할 법한 책들을 쭉 훑어봤다. 는 재미있었고, 모타니 고스케의 는 흔하고 평범한 책 정도로 읽었다. 어찌어찌 하다 보니 히라카와 가쓰미의 (장은주 옮김. 가나출판사)도 읽게 됐다. 탈성장에 관심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깊이 관심을 가진 것도 아닌데 이런 책들이 계속 손에 들어온다. 내가 돈 주고 사는 것은 아니니, 아마도 이쪽의 책들이 최근에 많아진 탓인 듯. 3권의 책이 모두 결이 조금씩 다르지만 관통하는 게 있다. 우리는 성장 지상주의에 지쳤고, 너나없이 경쟁해서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쓰자는 흐름에 치였으니 이제 그런 생각은 조금 내려놓자는 것. 조금 느리게, 조금 덜 경쟁하고, 덜 벌고, 덜 갖고, 덜 쓰며 살자는 것. 경쟁에서 뒤쳐져 못 벌고 못 갖고 쓸 것 ..

딸기네 책방 2016.09.12

앤서니 기든스. 유럽의 미래를 말하다

유럽의 미래를 말하다앤서니 기든스. 이종인 옮김. 책과함께 밑줄은 많이 그었지만 기든스의 책은 '두고 두고 볼' 혹은 '간직하고픈' 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집에 이 있더라;;) 이 책은 유럽연합에 대한 것, 정확히 말하면 '유럽 통합론자' 기든스가 유럽을 걱정해서 유럽/유럽연합을 향해 내놓는 제언이다. 읽을만 한데, 시기적으로 좀 지나가서... 2014년 유럽의회 선거 전에 쓰인 것이라. 이미 선거는 지나갔고(극우파가 이겼고)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영국인들은 탈퇴를 택했으며... 번역은 좀 아쉽다. 군데군데 거슬리는 것, 적절치 않은 표현들이 보여서. 유럽의 이중구조와 '종이 유럽' 유럽공동체를 설계한 사람 중 한 명인 장 모네는 유럽 통합이라는 건물은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아올려 구..

딸기네 책방 2016.09.11

필립 고레비치, '내일 우리 가족이 죽게 될 거라는 걸, 제발 전해주세요!'

아프리카를 이야기하면서 조셉 콘라드의 을 떠올리지 않아도 되는 날은 과연 언제일까. 그런 날이 오기는 올까. 르완다 내전을 다룬 고만고만한 읽을거리인 줄 알았다. 내전이 발생하고 1년 뒤인 1995년부터 수차례 르완다를 방문한 저자는 보고 들은 것뿐 아니라 느끼고 생각하고 고민한 것들까지 가감 없이 책에 풀어놨다. 책을 펴들자마자 순식간에 책장을 넘겼다. 생각할 거리가 너무 많았다. 폴 카가메와 요웨리 무세베니가 가진 의미, 당시 내전을 다룬 서방 언론들의 문제, 아프리카에 대한 세계의 고정관념, 그리고 무엇보다 대학살의 참상. 보미가 르완다 다녀와서 쓴 '행복기행' 시리즈 기사를 보면서, 아니 그 전에 르완다가 여성평등을 가장 열심히 추진하는 나라이고 여성 의원이 전체 의원의 64%라는 조사결과를 보면..

딸기네 책방 2016.09.08

대프니 셸드릭, 아프리칸 러브 스토리

재미나다. 케냐에서 '코끼리 고아원'을 운영한 백인 이주민 이야기. 케냐에 대한 생각에는 '식민지 아프리카'를 바라보는 영국인의 시선이 고스란히 녹아 있지만 그 또한 당시 이주민들의 의식을 보여주는 것이고. 동물 이야기가 진짜 흥미진진! 케냐에서 암보셀리, 마사이마라 다녀왔던 기억도 나고... 초원에서 은하수를 보다케냐 마사이마라 '사파리' 여행 미화 언니가 보내주신 책인데 오랫동안 꽂아두고 있다가 올 여름 펴들고 무더위를 났다. 케냐에 가고 싶다... 여담이지만 요니가 이 책을 먼저 읽었다. 책 지은이는 대프니 셸드릭인데, 앞부분에 '빌'이라는 남성과 결혼한 얘기가 나온다. 이어 빌의 자연보호구역 동료이자 상사인 데이비드 셸드릭이 나온다. 요니가 '수상하다'며... 아무래도 대프니가 데이비드와 결혼할 ..

딸기네 책방 2016.08.30